一字一言, 朝
우리말로 아침을 뜻하는 한자어인 朝(아침 조)는 세 개의 구성요소가 모여서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국어사전에서 아침이란 어휘는,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한자 사전에서 정의하는 朝의 뜻은 우리말의 아침과는 시간의 차이가 좀 있다. 해가 떠오른 때로부터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해는 이미 떠 올랐지만, 달도 아직 지지 않은 때를 朝라고 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 글자의 구성요소는 “日(해 일)”,“月(달 월)”, “茻(풀 우거질 망)”이다. 朝는 商나라 시대의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데, 초기 모양은 글자의 중간 왼쪽에는 네모 모양으로 된 口가 있고, 왼쪽에는 달 모양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글자의 아래위에는 어린 풀을 나타내는 글자인 屮(싹 날 철)이 네 개 정도가 흩어져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口는 해의 모양을 본뜬 것이기 때문에 해가 떠 오른 상태를 나타내고 반달 모양이 그려져 있는 것은 달이 아직 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방에 풀이 있다는 것은 해와 달이 풀과 나무숲에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해는 떠올랐지만 달이 아직 지지 않아서 사람이 땅에서 보았을 때 풀 가운데, 혹은 풀 위에 해와 달이 함께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우리말로 아침이라고 해석하는 旦(아침 단)과 비교해 보면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旦은 지평선 위에 해가 있는 모양으로 밤이 막 끝나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때를 가리키기 때문에 朝보다는 좀 빠른 시간이 된다. 한편, 朝에서 해와 달이 함께 있다는 것은 아직 완전한 낮은 아니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갑골문에서 口로 되어 있던 해(日)는 후대로 오면서 네모 가운데에 점을 찍은 모양으로 점차 바뀌었고, 漢나라 시대의 楷書에 이르러서는 지금과 같은 모양인 日로 되었다. 달을 의미하는 글자도 그냥 반달이 세워진 모양에서 점차 변해 한나라 시대에 지금의 모양인 月로 안정되었다. 또한 풀이 많은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屮은 네 개가 두 개로 되면서 日의 아래위로 자리를 잡았다가 역시 한나라 시대에 이르러 十의 모양으로 바뀌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西周와 戰國 시대에는 글자의 오른편에 냇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본뜬 川(내 천)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川은 글자의 중간에 있는 모양은 물이 흐르는 것이고 바깥 양편에 있는 것은 하천의 둑을 나타내는데, 물이 흐르는 시내 옆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다고 생각해서 강가의 풀과 나무 사이에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이렇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침에 밀물이 들어온다고 보아 전국시대의 일부 글자는 潮(밀물 조)의 모양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처럼 복잡한 변천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양으로 확정된 朝는 참으로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