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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Feb 19. 2024

ep.6 대영박물관으로, '스토어 스트리트 에스프레소'

끝내 대영박물관에 다다르니

끝내 대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영박


관에 다다르니

짧은 커피 타임으로 카페인 보충을 마치고 블랙 쉽 커피를 나왔다.

이제 서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대영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서쪽으로!


지도가 버스를 타야할 곳을 알려주었다.

정류장으로 가는 경로 근처에 마침 편의점이 있었다.

시간도 배를 채워줄 시간이라 잠깐 들러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역시나 나의 사랑 밀딜.

그러나 오늘도 밀딜 구매에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도 전과 동일했다.

바로 밀딜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의 마감임박 제품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저렴하게 샌드위치 구매할 수 있었다.


샌드위치를 구매한 나는 당연한 듯 길을 걸으며 흡입했다.

복잡한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나.

어쩌면 꽤나 열정적인 여행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식사는 지금처럼 다음 장소로 걸어가면서나 공원에 잠깐 앉아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매대에는 오전부터 Reduced 투성이. 가난한 여행객의 눈은 절로 휘둥그래해진다. 감사하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줄 서서 입장중인 곳을 지나쳤다.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 구경했다.

가게의 이름은 'Revoultion Bar'로 트렌디한 칵테일 바인듯했다.

일단 이 근방의 빌딩들 자체가 대리석으로 도배되어 상당히 근사했다.

밖에 달려있는 간판도 금빛 음각으로 새져겨 고풍스러움이 있었다.

바의 이웃인 140번지 건물 입구도 상당하다.


고풍고풍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건물들
이곳은 도시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도착해야 할 버스가 도착을 안 한다.

버스 도착 정보 전광판에는 분명히 내가 타야 할 버스의 번호가 표시되고 있었지만, 남은 도착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곧 도착' 신호로 바뀌어도 버스는 곧 도착하지 않았고, 곧 도착한다던 버스는 전광판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자연스레 아까 강남에서 여기까지 오기 위해 탔던 버스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어떤 원인으로 버스 노선에 변동이 있다고 했었지.

아마 같은 원인으로 이 근방의 여러 버스들도 각자의 노선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류장은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이었다.

계속해서 버스들이 오가고, 사람들도 오간다.

개중에 계속해서 나와 함께 남아있는 몇 명의 사람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영문인지 물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버스 정보판을 계속 노려보고 있는 빨간 코트를 입고 있는 중년의 여성.

역시 내 예상대로 그녀는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느낌.

내 눈에는 다 비슷한 런던사람 같이 보였지만 외지인인 것 같았다.


같이 난감해하기만 하고 별 소득 없이 끝난 탐문이었다.

타야 하는 버스가 전광판에서 말도 없이 사라진 뒤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기다렸지만, 두 번째 버스도 짓궂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전광판에서 사라졌다.

시간을 충분히 허비한 상황.

이제 나는 선택해야 했다.

버스 노선을 따라 앞 뒤로 움직여서 다른 정류장을 노릴 것인지, 아니면 튜브를 탈 것인지.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버스를 고집하기에는 시간에 제약이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몇 정거장이나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지 확실하지도 않고, 대영 박물관은 저녁에 문을 닫는다.


튜브를 선택한 나는 인근의 '리버풀 스트리트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역사는 거대했다.

괜히 역 내부 벤치에 앉아있는 아저씨에게 내가 타야 하는 노선의 플랫폼이 어디인지 길을 물어보았다.

살짝 '노숙인일까?' 싶은 인상의 아저씨였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길을 헤매어 시간을 추가 낭비하는 일 없이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토트넘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뗐다 붙였다 뗐다 붙였다 띠부띠부 창문


슈우우욱 차원이 왜곡된다! 둥근 형태의 튜브 창문으로 해보는 호작질. 전철이 튜브 같이 둥근 모양이라 튜브라 이름을 지은 걸까?





런던의 가운데에 위치한 이곳 토트넘 코트 로드.

강북의 중심인 이곳도 역시나 도심도심했다.

지하 역사에서 밖으로 올라오니 바로 큰 교차로가 있었다.

차량과 사람이 가득한 이곳.

아까보다 인파는 더 많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박물관 때문이려나?


마침 출구 근처에 듬직하게 서 있는 여성 경관이 눈에 들어와 그녀에게 길을 물었다.

브리티쉬 뮤지엄, 어떻게 가나요?

그녀는 훌륭한 발성으로 길을 알려주었다.

그녀에게 받은 안내대로 이동했다.

한 번에 찾아가지 못해 근처에서 다시 지도를 확인해야 했지만 어쨌든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 근방에 도착했을 때 맞게 찾아왔다는 확신이 저절로 들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왔을 때의 기억이 깨어났기 때문.

어, 이 동네 기억나!

기억 속의 익숙함을 쫓다 보니 드디어 박물관이 눈앞에 나타났다.


대영박물관의 정면 모습 / 삼성 디지털 디스커버리 센터, 해외에서 보면 괜시리 반가운 그 이름 'samsung'


'세계 3대 박물관'에 대영 박물관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지 않나?

세계 급에서 놀고 있는 장소인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박물관 울타리 안 쪽은 물론이고, 울타리 바깥에도 인파가 많았다.

개인 관광객, 단체 관광객, 그들을 노리는 장사치 혹은 소매치기들.


메인 게이트를 지나 아무 생각 없이 입장하려는데 입장 게이트가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는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한 사람들을 위한 줄이고 하나는 워크인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줄이었다.

365일 붐비는 장소인 만큼 대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예약하기를 추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지 예약 없이 방문한 나도 큰 기다림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예약 줄에 있는 사람들과 거의 동일한 속도로 통과했다.

간단한 보안 검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괜히 이런 검사를 할 때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표정을 짓게 된다.

눈을 좀 더 착하게 뜨게 된달까.


박물관 중앙 홀의 모습. 천장의 유리 때문인지 푸르스름한 색감이 가득하다.



막대하고 방대한 자료.

거대하고 압도적인 건물.

그럼에도 빈 공간 없이 내부를 가득 채운 관람객.

세계 3대 박물관의 위용에 맞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보니 가장 먼저 중앙 홀의 기프트 샵을 먼저 구경하게 되었다.

전시는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시작되지만 바로 정면에 보이는 중앙 홀의 압도적인 느낌을 거부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홀리듯 홀로 먼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샵을 가볍게 한 바퀴 돌며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적합한 아이들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

괜찮은 구매 계획이 서면 나중에 다시 와서 구매하리라.


본격적인 갤러리 순회에 나섰다.

전 세계의 컬렉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박물관의 가장 대표적인 전시는 이집트 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로제타 스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내 발걸음은 1층 완주에서 만족하지 않고 위로 쭉쭉쭉 올라갔다.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도 볼 것이 많은데, 여기는 그 이상이었다.


그러다 반가운 사람을 발견했다.

아까 리버풀 스트리트 역 인근 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빨간 코트 누나!

반갑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녀도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같은 버스를 기다리던 우리는 목적지도 이곳으로 같았던 것이었다.

외관 인상은 어딘가 독일인의 느낌이 있었지만 그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여행을 왔다고 한다.

신기한 우연에 기념사진을 찍고 잠깐의 회포를 풀었다.

아까는 자신의 런던 여행에서 이 박물관을 볼 시간이 오늘 밖에 없었는데 버스가 말썽을 부려서 마음이 불안했다고 한다.

지하철을 선택한 나와는 달리 그녀는 다른 버스를 타고 도착한 모양.

바쁜 그녀를 더 잡아두지 않고 놓아주었다.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넨 그녀는 허겁지겁 전시를 관람해 나가며 멀어졌다.


다시 보니 빨간 옷과 파란 옷의 만남이었다.


유럽의 전시가 끝나고 전 세계의 전시품들이 나타났다.

지하에 위치한 아프리카 전시장도 있고, 특유의 미술 양식을 가진 이슬람 전시도 있었다.

이슬람 쪽 전시는 며칠 전 샤르자에서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이미 예습까지 했던 섹션이라는 일종의 자부심이 들었다.

아시아 쪽은 아무래도 중국 전시품들이 개수가 가장 많았고, 일본 미술이 그다음이었다.

예전 방문에서도 관람한 기억이 있는 한국의 단독 전시실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대영박물관의 사진들은 다음에 업로드될 사진집에서 확인 부탁드린다.



폐관 시간 근처까지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을 나왔다.

오늘도 하루 종일 걸었던 다리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 상한 다리를 달래기 위해 근처 가장 가까운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았다.


다음 계획은 없는 상황.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아무래도 많이 아쉬운 시간이다.

구글맵을 열고 플랜을 급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근처에 있는 스토어 스트리트 에스프레소가 눈에 띄었다.

마침 오늘 방문하려다가 말았던 카페 프랜차이즈라니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인가.

대영 박물관과도 거리가 멀지 않아서 기분 좋은 산책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이름처럼 스토어 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는 (아마도) 본점!

리버풀 스트리트 역 근처 지점과 확실히 다른 콘셉트이었다.

테이크 아웃 전문점 같았던 그곳과 달리 내부 공간이 컸으며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요즘 쉽게 만날 수 있는 느낌의 인테리어로 플랜테리어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다.

벽에 어떤 작가의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어 작은 갤러리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이름은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지만 이 카페와 어울리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래로 카페의 사진들과 함께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바 뒤편의 벽과 메뉴. 깔끔하다.
오른쪽 파란 옷의 안경 청년이 내 옆자리 자전거의 주인. 그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카페의 외관. 스토어 스트리트 40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가게의 간판





ep.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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