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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Jan 22. 2024

런더너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워져 볼까?

런던의 민박, 에어비앤비 예약하기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나는 바로 다음 고민에 들어섰다.

모든 체류를 에어비앤비에서 해결할까?

아니면 다른 숙소들을 섞을까?

내심 한인민박을 중간에 적절히 섞는다면 한식 금단 현상을 풀어주고, 다른 한국 여행객들과 나누는 짧은 인사말로 만약의 향수병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런던 전역에 흩뿌려진 에어비앤비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에어비앤비 어플을 열어 숙소탐색을 시작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곳에는 너무나 다채로운 숙소들이 등록되어 있었다.

단순히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장소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집집마다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돋보이는 한 부분을 가진 집들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를 가진 곳도 있었다.

주인들의 성향과 취향이 드러나는 장소.

그들의 손때가 묻은 빅토리아 양식의 오래된 집부터 새로 재건축한 디자이너 하우스, 런던 중심가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한 현대적인 아파트들.

런던의 동서남북을 뒤적거리며 마음에 드는 족족 즐겨찾기 등록을 하다 보니 어느새 리스트에 쌓인 집들이 런던에 머무는 일수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결국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멈추고 간추려야 했다.


이어진 선별작업도 쉽지 않아 보였다.

허나 마음에 든다고 다 머물 수는 없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

그래도 최대한 많은 숙소들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 1박씩 예약한다?

안 될 말이었다.

장기투숙인 만큼 캐리어 가방도 큰 사이즈로 가져갈 텐데 그랬다가는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며 정신없이 이사만 하다가 여행이 끝날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런 독특한 테마를 컨셉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재미있는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은 아니었다.

한 숙소에서 못해도 2, 3박은 해야지 그 동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약 3주간의 체류동안 6~7곳의 에어비앤비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부터 나와 에어비앤비 간추리는 작업을 진행해 보자.




1. 종류


에어비앤비의 대여 형태는 다양하다.

깔끔하게 집 전체를 빌려주는 곳도 있고, 방 하나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방 하나를 빌려주는 곳에는 호스트가 같이 머무르는 곳도 있고, 호스트가 살지 않는 집에서 다른 에어비앤비 여행객들과 집을 공유해야 하는 곳도 있다.


"야옹", 런던 후미진 곳에 다양한 양식의 집들이 붙어있다


집의 형태도 다양한데,

한 건물에 여러 가족이 있는 다세대 주택이 있다.

한 건물에 한 집주인만 있는 주택도 있다.

도심 속 다닥다닥 박힌 좁은 집이 있다.

도시 외곽의 앞마당과 뒷마당이 넓은 맨션도 있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1900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있다.

새로 지은 빌딩의 현대적인 아파트도 있다.


경험주의자인 나는 역시나 가능한 다양한 타입을 선택하기로 했다.

뷔페에서의 나는 모든 음식을 한 조각씩 덜어 먹는다.

첫 접시부터 가장 단가가 비싸거나 가장 좋아하는 음식만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머리는 그것이 뷔페를 대하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을 따라하기엔 내 호기심이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내 방식을 따를 수밖에.

나는 이런 놈이니까.

나는 접시를 집어 들어 에어비앤비라는 뷔페에서 숙소들을 하나씩 덜어 넣기 시작했다.



2. 위치


런던은 도심의 중심을 1 구역으로 하여 밖으로 나갈수록 구역의 번호가 매겨진다.

현지에서는 존(zone)으로 표기되는 이 구역은 교통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런던에 머무는 기간과 하루에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횟수를 고려하여야 한다.(물론 예산 걱정이 없는 부유한 여행일 경우는 제외다)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 존


런던의 지하철인 튜브(tube) 노선도이다.

이 노선도에는 튜브 외에도 지상으로 다니는 일부 지상철들의 노선도도 표시되어 있는데, 이들 대부분도 구역에 따라 교통비가 책정된다.


도심의 주요 관광지는 1 구역에 몰려있다.

짧은 기간을 머무는 보통의 여행에서 사람들은 1 구역을 벗어날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유명 호텔이나 호스텔, 한인민박 대부분이 1 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1 존에 위치한 숙소들은 무시하기로 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런던은 상당히 넓다.

1 존이 런던의 전부가 아니라 외곽으로도 주거지역이 상당히 넓게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손흥민 선수로 유명한 토튼햄도 주소상 런던 내부에 있지만 4 구역에 있으며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가 상당하다.

1 구역에 살고 있는 일부 축복받은 런더너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1 구역 밖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나도 보통의 여행객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반대로 현지의 사람들과의 거리를 조금 좁히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1 구역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허용범위는 최대 3 구역으로 아무래도 교통비와 치안문제를 조금이라도 고려하기 위함이었다.

교통비는 이동하는 존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같은 존 내에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다음으로 한 존 차이까지는 크게 가격차이가 없었다.

(여담으로 여행 내내 실제로 가장 많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존과 무관한 요금제를 가진 버스로, 위치에 따른 교통비 고민은 끝내 기우가 되었다.)


위치에 따른 동네의 치안 수준도 확실히 달랐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느낀 점은 실제로 런던은 2 구역부터 유색인종들의 비율이 올라가고 거리의 분위기가 우리가 흔히 알던 런던의 모습과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버스 내부의 청결도가 다르고, 승객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도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버스의 대마 냄새가 짙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승객들 사이의 서로를 향한 불신의 농도는 짙어져 갔다.

약간의 불안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라면 런던 중심 밖으로 나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런던도 사람 사는 곳이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조금 거친 동네들에서 며칠씩 머물렀던 나도 다행히 별 사건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최종적으로 모두 2~3 구역에 위치한 곳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테니스로 유명한 4 구역의 윔블던까지도 고려를 했었지만 거리 때문에 이내 고사했다.(한인 주거지역이 그 근방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직접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3. 가격


에어비앤비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매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숙소들을 걸러주는 것은 역시나 가격이다.

여행계획 초기단계부터 숙박예산이 엄격히 고정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맞추어 예약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내 경우에는 자금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기에 에어비앤비 어플을 보면서 초기예산을 짰다.


내 런던 체류는 총 19박 20일이었다.

먼저 전체적인 매물들을 살펴보며 시장파악을 했다.

저렴한 방은 70달러 선으로 그 위로는 하루에 300달러도 하는 고급 저택까지 쭉쭉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70달러는 한화 9만 원 정도로 나는 조금 여유자금을 두어 하루 12만 원, 90달러 선으로 초기 예산을 잡았다.

그 가격대의 집들이라면 충분히 불쾌한 경험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였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1달 이상의 장기 투숙을 할 경우 호스트들이 추가 할인을 내걸기도 한다.

그래서 숙소를 잘 찾기만 하면 하루 4,5만 원 수준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집에만 머물기 싫었던 나는 과감히 절약을 포기했다.

그렇게 초기 예산을 220만 원대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매물 탐색에 돌입했다.


물론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탐색을 하며 차마 포기할 수 없는 집들이 끝내 장바구니에 살아남았고 그들 대부분은 초기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친구들이었다.

비싼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결국 그들을 포용하기로 결정한 나는 초기에 설정한 예산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살면서 몇 번 있는 기회라고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은 해보자!



가격을 앞선 1, 2번 항목인 종류, 위치와 함께 생각해 보자.

당연히 쾌적할수록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방 하나보다 집 전체를 빌릴수록 비싸다.

본인의 예산에 따라, 본인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숙소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변경된 예산은 하루 평균 111달러, 한화 15만 원 정도로 총 280만 원을 숙박에 사용했다.



4. 아침식사 제공 여부


에어비앤비도 여타 숙박업소처럼 조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에어비앤비의 '비앤비'가 바로 '베드 앤 브랙퍼스트'를 뜻한다.

서양의 근본 숙박 형태인 '베드' 앤 '브랙퍼스트'는 말 그대로 '숙박'과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모든 숙소가 조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매물에 따라 다르다.


나는 최대한 조식이 있는 곳으로 예약했다.

이유는 식비 절약이었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조금이나마 비껴가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한 끼라도 식비를 아낄 수 있다면 지갑 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만큼 숙박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시세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집주인 개인이 가격을 측정하는 만큼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판단했다.


작은 아파트 전체를 빌린 곳을 제외하면 모두 아침식사가 제공된다는 곳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이 선택의 진가는 여행의 후미에 가서야 빛을 발했는데, 풀럼의 숙소에서 나는 남몰래 감동의 눈물을 광광 쏟았다)






이로써 모든 숙소들을 예약했다.

여러 형태의 에어비앤비를 예약해 보고, 직접 머무르면서 어느 정도 런던 에어비앤비 시장을 통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 에어비앤비를 고르는 약간의 꿀팁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호스트 고르기, 대중교통과 위치, 청결도, 아침식사 옵션 등등등...

이는 여행 후기를 다루는 책의 뒷장에서 이야기해 보겠다.


다음 장에는 최종 예약한 숙소들을 정리한 리스트와 에어비앤비로 런던을 가로지르는 이번 여행의 기본 개요를 적어보겠다.

그것으로 드디어 여행 준비 단계가 끝이 난다.

각 숙소들에 대한 이야기와 용감하게 런던을 누비는 이야기는 그다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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