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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Jan 25. 2024

에어비앤비로 런던 읽어나가기

숙소로 런던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자!


지금까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 예약 과정을 함께 했다.

나와 함께 할 영광의 주인공들을 간단히 리스트화하면 아래와 같다.


(번호/위치/대여 형태/건물 형태/비고/체류기간, 가격)

1. 뉴크로스역/ 투 베이 아파트 전체  / 오래된 현대식 아파트  / 3박 153달러

2. 브로클리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전형적인 런던 주택     / 3박 90달러

3. 페컴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재건축 디자인 주택     / 3박 125달러

4. 복스홀역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교회 리모델링 주택     / 3박 123달러

5. 푸트니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전형적인 런던 주택     / 1박 103달러

6. 풀럼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런던 주택, 지하 1층    / 3박 114달러

6-1. 풀럼      / 방 하나, 주인 거주중 / 2층(6 동일건물)         / 3박 89달러



리스트의 순서대로 숙소들을 하나씩 지도에 표기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바로 숙소들을 따라가다 보면 런던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에 관한 이야기를 짧은 셀프 QnA로 풀어보겠다.




1. 왜 이런 동선으로 예약하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이런 움직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원안은 훨씬 단순한 형태였다.

동쪽의 숙소에서 9박, 서쪽의 숙소에서 10박.


처음 계획상의 동쪽 숙소는 1, 2번 숙소가 있는 '뉴 크로스(new cross)'역 근처의 고층 아파트의 방 하나였다.

침실이 2개뿐인 해당 아파트 호실의 모든 방이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은 이 집에 살고 있지 않고 전문적으로 에어비앤비 임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운이 좋다면 지내는 동안 나 혼자 이 집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해당 매물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고, 바로 앞의 근린공원인 '포덤 공원'이 주는 녹지의 맛과 멀리로는 그리니치 근방까지 보이는 뷰.

아침인지 저녁인지 창문으로 붉은 해가 들어오는 모습의 사진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근처에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빼앗은 카페가 있다는 것도 한 몫했다.

('레드 라이언 커피(Red lion coffee)'로 본 것은 사진 몇 개 뿐이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마음을 정한 나는 바로 예약 신청을 보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 시스템을 통해 내 예약 신청이 호스트에게 전달되었음에도 그의 응답이 없었다.

한참 후 돌아온 것은 호스트의 예약 요청 승인 메시지가 아닌 응답대기 시간 초과로 인한 자동취소 메시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의 두 번째 방으로 다시 예약요청을 보내보았다.

혹시는 역시가 되었다.

총 두 번의 이고초려 끝에도 호스트는 응답하지 않았고 내 로망은 결국 무위로 돌아가버렸다.


자동취소가 된 이후로는 동일 매물에 동일 기간으로 다시 예약신청이 불가능했다.

게스트의 보복성 예약신청 스팸을 막기 위해 시스템이 자동으로 막아버리는 듯했다.

이 동네에 대한 오기가 생겼는지, 아니면 그 근사해 보이는 카페에 꽂혀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어째서인지 나는 이 동네를 포기할 수 없었다(당시는 이 동네가 어떤 분위기의 구역인지 몰랐다).

그래서 원래의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를 예약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거실 하나와 침실 하나가 있는 투 베이 형태의 아파트 전체를 빌리려고 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돈이다.

역시나 아파트 독채 하나를 빌리는 것은 상당히 비쌌다.

처음 설정한 예산을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해결책은 숙소를 잘게 쪼개는 것이었다.

비싼 독채 아파트는 일정 중에 3박 정도만으로 내 경험욕을 만족시킨다.

이때 나는 최대한 다양한 숙소 경험을 해보자는 노선을 세우고 숙소 탐색을 시작하게 되는데...


런던 숙소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동네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정보를 종종 접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비슷한 메가시티인 서울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동네에 따라 집값도 다르고 사는 계층도 다르다고 하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지 않는가?

그래도 서울과 런던의 배경에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단일 민족 국가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고, 서양과 동양의 문화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하나 더하면 전체적인 치안 수준의 차이 정도?

인터넷의 글보다 정확한 것은 직접 체험해서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숙소를 더욱 잘게 쪼개어 에어비앤비로 런던을 찬찬히 읽어보기로 정하게 된다.



2. 숙소 위치에 따른 런던 유랑 동선


지도상으로 보면 내가 예약한 숙소들이 런던 중심부와 거리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번의 복스홀 숙소를 제외하면 모두 버스를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을 타야 하는 위치.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돌아봐야 하는 일반적인 여행자가 아닌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간적 여유'이다.

1 구역에 숙소를 잡은 여행객들의 이동시간이 편도 30분 정도라 가정하면, 거기에 30분 정도를 더 쓰는 것은 내게 큰 문제가 안 되었다.

거기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도 내게는 그닥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 숙소들이 런던의 중심가가 아니어서 자리도 웬만하면 앉아서 갈 수 있었고, 긴 이동시간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당시 런던에 휴대폰 날치기 뉴스가 이슈 되던 터라 도난방지를 위해서 버스에서도 휴대폰을 거의 보지 않았지만, 멍하니 창밖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지하철 타고 40분 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이동하면서 살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무리 시간부자라 해도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는 하기 싫었다.

무작정 다니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동선을 현명하게 그리고자 했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곳의 절반은 여행 과정에서 우연히 찾거나 가게 된 곳이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여행을 준비하며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리스트업 해둔 곳이었다.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하다보니 구글맵에 저장한 곳의 마커가 런던 전역으로 수두룩하게 박혔다.

동쪽으로는 '그리니치'와 'O2 스타디움'이 있었고, 서쪽으로는 '리치먼드'가 있었다.

양쪽 장소 모두 주요 관광지와 모두 떨어진 곳.

런던의 롯데타워 '더 샤드'도 봐야 하고, 도시의 오래된 아이콘 '대영박물관'과 '빅벤'도 봐야 하는 보통의 여행객들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장소.

후후, 하지만 나는 갈 수 있지.

더욱이 런던의 중심부에서는 둘 다 거리가 먼 곳들이지만, 내 동쪽 숙소와 서쪽 숙소를 기준으로 보면 각각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두 장소 모두 런던의 끝과 끝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로 리치먼드는 4 구역, 그리니치는 2-3 구역으로 런던이 얼마나 넓은 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런던을 가운데에서 세로로 갈라 서쪽에 위치한 곳들은 최대한 서쪽 숙소에 머무를 때, 동쪽에 위치한 곳들은 동쪽 숙소에 머무를 때에 최대한 방문하는 것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


낭비를 하더라도 현명하게 낭비를 해보자고.



3. 숙소는 왜 다 탬즈강의 남쪽인가요?


서울의 젖줄 한강.

우리는 그 한강을 기준으로 서울을 간단히 이분할 수 있다.

강의 북쪽 지역은 강북, 강의 남쪽 지역은 강남이라 부른다.

물론 넓디넓고 복잡 다양한 서울을 그렇게만으로 단순화하기 힘들겠지만, 이는 통상적으로 쓰이는 나눔법으로 강남과 강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각 지역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확실하다.

강남은 부촌이자 뉴타운, 강북은 상대적(어디까지나 서울 상급지에 비하여) 빈곤지역이자 올드타운.


고대부터 인류의 발전한 도시들은 큰 강을 끼고 있기 마련이었고, 이는 런던도 마찬가지이다.

런던의 젖줄인 탬즈강도 한강처럼 도시를 가로로 흐른다.

따라서 도시를 똑같은 방법으로 이분할 수 있다.

런던의 강남과 강북.

그러나 각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는 서울과 정반대로, 강북이 부촌이고, 강남이 상대적 빈곤지역이라고 한다.(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보았을 뿐, 사실여부는 여행을 다녀온 지금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자)

 

예약 초창기에 숙박을 잘게 쪼개기로 한 다음, 에어비앤비 런던 횡단루트로 강북의 몇 숙소를 염두해 두기는 했다.

살기 좋은 동네라는 '햄스테드'의 숙소도 알아보았고, 트렌디하다는 '해크니'와 '이슬링턴' 부근도 알아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큰 짐을 끌고 다니며 이사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애초에 전 세계의 도시 중에 런던을 고르게 된 이유 하나가 치안이었을 만큼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와 내 짐을 지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는데, 그 큰 가방을 끌면서 사람 많고 범죄 많은 런던 도심을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강남에서만 움직인다면 강북으로 'WW' 모양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보다는 이사 동선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최종적으로 위의 지도처럼 런던 강남을 가로지르는 모양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도 후회는 없다.





다음부터 본격적인 런던 여행기가 시작된다.

앞에 생략된 두바이 샤르자 일정을 마치고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두 기대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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