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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Jan 29. 2024

ep.1 :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다

두바이 공항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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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의 첫 단추인 샤르자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런던으로 이동하기 위해 두바이 공항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샤르자 버스 터미널에서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발전된 두바이에 비해 촌동네인 샤르자의 터미널은 열악했고, 현지 교통카드 '놀 카드'의 크레딧 충전기도 구형 모델이라 카드로 충전을 할 수가 없는 모델이었다.

현금이 없어 타야 하는 마지막 버스를 코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던 내게 10 디르함(한화 약 3500원)을 쾌척해 준 알라의 현신 아저씨,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인류애를 느끼며 무사히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두바이 공항의 출국장 모습은 입국장과 다른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천공항도 입국장과 출국장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 세계인이 모이는 공항인 만큼 터미널의 규모도 엄청났는데, 그 넓은 공간이 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유럽과 동양을 잇는 절묘한 위치에 위치한 까닭인지, 두바이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탓인지.

모든 인종이 섞여있는 모습은 사뭇 글로벌 지구촌의 시대를 통감하게 했다.


배기지 래핑 서비스의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한 컷 찍어보았다.

가방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감기는 것을 열심히 구경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몇몇의 꼬마들과 함께 관람했다.

그 순간만큼은 천진함의 크기가 이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이런저런 텍스트를 읽어보았다.

아쉽게도 유료 서비스인듯했다.


축구 경기장 몇 개를 합친 것 같은 규모의 터미널 / 배기지 래핑 서비스



어렵지 않게 셀프로 짐을 부치고 수속을 마쳤다.

공항 설계 때부터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용객들을 예측했었는지 셀프 체크인 창구도 수십 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대기를 해야 했다.


탑승동으로 이동했다.

건물을 감싸는 유리가 만드는 푸르스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달빛 아우라.

아래 사진으로 공간감과 색채감이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신비로움의 푸른색이 가득했다.


탑승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 트레블 월렛에 남아있는 남은 AED, 디르함을 털어내고 터미널 구경도 했다.

앞으로 지겹게 볼 '카페 네로'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자판기에서 lay's 감자칩도 구매했다.

함께 곁들인 저 케첩은 어디서 나온 거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뭐 어쨌거나 점심으로 맛나게 먹었다.


중동 공항 특유의 대추야자 선물세트 코너와 빠질 수 없는 럭셔리 숍들 (크리스천 디올)
카페 네로 / 이것저것 모아서 구성한 내 점심 밀세트
칠리 맛 감자칩. 흐릿한 기억 속 토마토 케첩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번에도 옆 자리가 비어있었다.

덕분에 짧지 않은 비행시간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인천에서 두바이로 올 때에도 옆이 비어 자체 비즈니스 석을 즐기며 올 수 있었다.

이런 작은 행운들이 인생의 소소한 재미가 아닐까.


귀여운 친구도 안녕!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하여 안정적으로 성층권에 안착했다.

인천에서 두바이로 오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체도 3개의 비행기 캠을 제공했다.

비어있는 옆 자리 인포테인먼트에 늘 항공뷰를 즐길 수 있도록 아래쪽 캠 뷰를 켜두었다.

내 좌석의 모니터로 영화를 보다가 틈틈이 항공뷰를 체크했다.

마침 비행기가 멋진 곳을 지나고 있으면 바로 카메라로 촬영하곤 했다.


내가 슈퍼맨 혹은 아이언맨, 독수리가 된 기분을 맛 볼 수 있다.



내가 장거리 비행에 오르면 꼭 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가 바로 주구장창 영화 마라톤을 달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를 보는 틈틈이 독주를 즐겨주는 것이다.


영화 마라톤의 최고 기록은 샌프란시스코를 갈 때 기록한 4편이었다.

그러나 점점 먹어가는 나이 이슈때문인지 요즘은 보통 두 편, 많으면 세 편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이번에는 '불릿 트레인'과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두 영화 모두 이미 극장에서 보았던 것.

그러나 다른 영화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한글 자막을 지원하는 영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감상했다.

(인천에서 두바이로 갈 때에는 '브릿짓 존슨' 시리즈를 모두 보았던 것 같다)


이번 비행의 음주는 위스키 '잭 다니엘'과 보드카 '러시안 스탠더드'.

얼음잔과 각각 콜라, 토닉워터로 즐겼다.

미니어처 병은 볼 때마다 귀엽고 이쁘다.


이번 비행의 파트너들



기내식도 비행의 즐거움이다.

가끔 기내식이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진수성찬이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조리되는 간단한 한상이 왜 이렇게 별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카레와 영국에 도착할 때 즈음 나온 라이트 밀로 치킨 샌드위치가 나왔다.


하늘 위 또 하나의 즐거움


특이한 점은 라이트 밀에 샌드위치와 함께 스콘이 나왔다는 점.

영국에 간다는 느낌이 확 들었던 포인트로 무려 딸기잼뿐만 아니라 클로티드 크림도 제공이 되었다.

어딘가에서 배운 것처럼 스콘을 반으로 갈라 크림과 잼을 야무지게 발라보았다.

한 박자 늦게 서빙된 종이컵의 홍차와 함께 먹었다.

하늘 위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타임.


벌써 런던에 온 듯 하다.






7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런던에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기가 보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모습. 사람이 보는 것보다 사뭇 삭막해 보이는 건 왜일까.



런던의 첫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짐을 끌고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 나에게 달갑지는 않았지만 뭐, 해내야지 어쩌겠어?

이런 상황을 위해서 유니클로에서 가벼운 방수가 된다는 방수 재킷을 사서 입고 왔잖아?


마음을 굳게 먹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별 탈 없이 짐을 찾고 수속을 마쳤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두 팔 벌려 나를 격하게 환영해 준다.


첫 번째 숙소는 '뉴 크로스(New cross)' 역에 있다.

구글 맵으로 목적지까지의 여러 루트를 찾을 수 있는데 나는 보라색 '빅토리아 라인'을 타고 가다가 '화이트 채플'역에서 주황색 '오버그라운드' 노선으로 환승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먼저 지하철을 타러 이동했다.


'Underground' 이정표를 따라가자 / 영국은 좌측통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트레블 월렛의 교통카드 기능이 무사히 작동했다.


히드로 공항 플랫폼
'히드로 익스프레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 Mind The Gap



엘리자베스 라인은 '히드로 익스프레스'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었다.

안내판을 잘 보고 열차를 타야 했는데,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코 앞에서 엘리자베스 라인 열차 하나를 놓치고 플랫폼 벤치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쌓여갔다.

내가 앉은 벤치 옆 자리에도 영국 아저씨가 앉았다.

나는 내가 영국으로 온 목적을 잊지 않고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 이것저것 물어봤다.

잠깐의 대화로도 영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 끝에 엘리자베스 라인이 도착해서 탑승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캐리어를 끌고 있었으므로 긴장의 끈을 놓치지는 않았다.

양다리에 캐리어를 야무지게 끼고 철통경계 태세를 풀지 않았다.


새로 생긴 노선인 엘리자베스 라인의 열차는 깨끗하고 속도도 빨랐다.

열차는 처음에 지상 위를 달리다가 런던 시내 근처에서 지하로 들어섰다.

머지않아 환승역인 화이트 채플에 도착했다.


주황색 오버그라운드 열차. 좌석의 맨 끝칸부터 앉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은 가 보다.


캐리어를 끌고 오버그라운드 노선으로 갈아탔다.

무작정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었다.

행선지를 미리 확인하고 타지 않은 것.

일단 올라타고 나서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딸 셋과 함께인 흑인가족에게 이 열차가 뉴크로스로 가는 열차인지 물었다.

그들은 열차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실상은 이랬다.

오버그라운드 노선은 여러 분기점이 많은 노선으로 종착지를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서울의 1호선도 인천행이 있고 병점행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뉴 크로스로 가기 위해서는 분기점 직전의 역인 '서리 키(surrey quays)'에 내려서 다음 열차들의 종착지를 확인하고 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큰일 날 뻔했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보내고 서리 키에 내렸다.


Surrey Quays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이런 배경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플랫폼의 분위기가 확 변했다.

히드로 공항의 플랫폼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이 있었다면 이곳은 오래되고 음습한 느낌이 있었다.

역시나 범죄에 대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는 경계의 마음을 늦추지 않았다.


더욱이 그사이에 비가 거세져서 지붕이 없는 플랫폼의 양끝은 이미 물바다가 되고 있었다.

내 휴대용 3단 접이 우산으로 저 비를 뚫고 무사히 숙소로 갈 수 있을까?

캐리어가 방수 커버 없이 얼마나 버티려나?

이 유니클로 재킷은 정말로 방수가 될까?

쏟아지는 비처럼 쏟아지는 걱정에 부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런던의 4월 밤은 공기도 차가웠다.


이 형도 나와 같은 심정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다음 열차로 바로 뉴 크로스로 갈 수 있는 열차가 왔다.

열차에는 사람이 적었다.

열차에 사람이 많은 것이 안전할까, 없는 것이 안전할까의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보니 순식간에 뉴 크로스에 도착했다.


낙서로 환경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어딘가 아이러니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열차에서 내렸다.

은근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인 것 같았다.

목적지이기도 하고 적당한 인파에 조금은 마음이 놓일 법도 했지만, 기상현황과 대충 만든 간이역 같은 모습의 역사에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러나 진짜는 카드를 찍고 역을 나왔을 때부터였다...


살려줘.



 ep.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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