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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Jan 18. 2024

숙소 정하기

내게 적합한 형태의 숙소는 무엇일까?


여행 날짜와 목적지를 정했다면 그다음 순서는 바로 항공권 예매와 숙소 예약이다.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단계.

항공권과 숙소, 두 녀석 모두 여행의 가계부를 작성하라면 그중에서도 단가가 으뜸으로 비싼 녀석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항목.

비루한 통장잔고에 카드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릴지라도 긁을 수밖에!


항공권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챕터에서 간략히 이야기를 했었다.

가는 비행 편과 오는 비행 편 모두 흡족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숙소.

런던 여행에서 사용가능한 숙소의 형태는 크게 호텔/레지던스, 게스트하우스/호스텔/한인민박, 부동산 단기임대, 에어비앤비 등이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1. 호텔


호텔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서 사용하게 되는 숙소형태이다.

'숙박'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의 심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끗한 시설과 정갈한 서비스, 호텔 하면 떠오르는 조식 뷔페까지.

돈을 더 써서 럭셔리 라인의 호텔을 방문하기라도 한다면 며칠뿐이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느낌을 느낄 수도 있다.


여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여독을 푼다.

거품 목욕을 마치고 침실로 돌아와 도톰한 호텔 가운의 허리끈을 동여매며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본다.

뒤로 넘긴 젖은 머리가 호텔 공조기의 바람에 천천히 말라간다.

창가 옆 테이블 위에는 버켓 안에서 칠링 되고 있는 와인 한 병이 나를 기다린다...


고급 호텔에서의 호화로운 휴식을 보내는 호캉스 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은 지도 이미 오래이다.

넓고 호화스러운 욕조는 호캉스를 완성시키는 방점이다


그렇다고 호텔이 무조건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메가시티급의 도시라면 5성급 호텔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와 예산에 부합하는 여러 등급의 호텔들이 있어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선택권도 다양하다.

좋을수록 비싸고, 아닐수록 저렴한 것이 시장의 이치이다.


그렇다면 나는 호텔을 선택했을까?

고려는 잠깐 해봤지만 금방 단념했다.


나는 비싸고 좋은 호텔을 좋아한다.

호텔을 고려하면서 가장 먼저 꿈에 그리던 호텔들을 찾아봤다.(나는 개인적으로 전 세계 가고 싶은 호텔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비, 식비 같은 다른 생활 물가들처럼 유명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브랜드들은 서울이나 동남아에 비해 더 비쌌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호텔 외에도 로컬의 크고 작은 고급 호텔들이 있었지만, 좋은 호텔들은 여지없이 비쌌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저렴한 호텔들도 있었다.

특히 2성급의 호텔들은 제법 괜찮은 수준의 가격으로 묵을 수 있었다.

아코르 계열의 이비스 브랜드 호텔들은 런던 외곽에 위치해있기는 했지만 10만 원 선으로 투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좁아터진 방에 방의 구조와 구성이 너무나 단출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조금 좋은 고시텔처럼 느껴졌다.(물론 오직 공식 사이트의 사진을 통한 감상으로 실제로는 훨씬 괜찮을 수도 있다)

이런 방에 3주를 머물 생각을 하니 벌써 재미가 없었다.


당연히 세상은 '무조건 모 아니면 도'의 흑백논리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머리를 굴리면 여러 가지 절충된 선택지들을 만들 수 있다.

큰돈을 쓰고 흥미로운 호텔에 머물거나, 예산에 부합하는 저렴한 호텔에서 머문다.

혹은 저렴한 호텔에 묵으면서 가끔씩 특별한 날에 호캉스를 떠난다는 타협의 옵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옵션의 '저렴한 호텔' 항목은, 꼭 호텔이 아니어도 호스텔이나 한인민박 등의 다른 숙소에 머물면서도 충족 가능하다.


나는 호텔을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2. 호스텔


배낭여행이나 아직 학생인 여행객들에게는 호텔보다 더 먼저 떠오르는 숙소이다.

가장 독보적인 장점은 저렴한 가격.

과거에는 하루에 3만 원 대로도 구할 수 있었고 전 지구적으로 물가가 오른 지금도 비교적 훌륭한 가격에 머물 수 있다.

또, 토스트와 소시지, 시리얼과 요거트 등 간단하지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서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여행일 경우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장점으로는 전 세계에서 오는 젊은 여행객들이 모이는 숙소의 특성상 여행자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쏠쏠히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숙소가 호스팅 하는 파티 같은 교류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호스텔 다인실의 모습


단점은 위생, 공용시설의 불편함, 절도나 분실의 가능성, 제각각인 여행 스케줄의 차이에서 오는 기상시간과 수면시간대의 불편함.

이 모든 단점을 야기하는 것은 대부분 여러 명이서 한 방을 써야 하는 다인실이라는 점이다.

물론 돈을 더 내면 1인실 사용처럼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장 큰 장점이 조금 퇴색된다.


나는 당연히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는 패스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인실의 스트레스를 견디기에는 더 이상 혈기왕성하지 않고 세상에 지쳐버린 30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인실에 살려면 잘 살겠지만 한 달 살기 느낌의 체류가 목표인 내게 호스텔에서 내내 지내는 것은 조금 느낌이 안 산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지체 없이 다음 숙소로.



3. 부동산 단기임대


단기임대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된 항목이었다.

보통 장기 출장이나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현지에 사는 사람처럼 부동산 매물들을 체크하고 집을 직접 보러 다닌 후에 계약한다.

서울에서도 대학교 근처의 부동산을 보면 기숙사가 불편한 외국인 교환학생들을 상대로 월세 임대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혹은 이미 그렇게 방을 구해 살고 있는 한인 유학생들이 방학 동안 비는 집을 다시 한인 여행객들에게 임대하는 사이트도 있었다.

잠깐 해당 사이트를 둘러보았지만 간단히 예약이 완료되는 숙소어플들과 다르게 이쪽은 정식의 부동산 계약을 맺는 것으로 과정이 복잡해 보였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임대 자체는 실상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게시판을 조금만 돌아다녔는데도 렌트 전후로 이런저런 잡음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수 알 수 있었다.

물론 문제는 일부에게만 발생하는 것이겠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비슷하게 현지의 학교 기숙사들이 방학 기간을 맞아 비는 기숙사를 일반 여행객들에게 대여하는 곳도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복잡해서 패스.


부동산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현지인의 생활에 한껏 다가선 느낌을 줄 것 같았지만, 고작 한 달 머무는 나보다는 최소 6개월은 체류할 예정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런던 부동산 시장에 직접 부딪혀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3주 남짓 런던에 머무는 내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임에 틀림없었다.



4. 에어비앤비


간단하게 자신의 집 전체, 혹은 방을 남에게 빌려주는 것.

홈스테이나 민박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여유 방이 있어, 이를 임대해 부수입을 창출하려는 호스트들도 있다.

또, 집을 여러 채 소유한 기업형 에어비앤비 숙박업자들도 있고, 그에 비해 소규모지만 개인이 여러 채를 관리하는 호스트도 있다.

에어비앤비 본연의 취지처럼 평소에는 자신이 살다가 정말로 자신이 집을 비울 때만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하는 개인도 있다.


크리스마스 멜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가 떠오른다.

이 경우는 서로의 집을 휴가 기간 동안만 교환하는 '홈 익스체인지'에 가깝긴 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하든, 개인이 방을 빌려주든 중요한 것은 바로 실제 런던의 주택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호텔과 호스텔, 기숙사와는 다른 현지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들과 같거나 흡사한 공간이라는 것.

이 점이 나에게 강하게 와닿았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의 배경이 되는 영국 시골의 집






결과적으로 내 최종 선택은 에어비앤비로 결정되었다.

예산 허용치에도 부합했고, 저렴한 호텔처럼 방이 지루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호스텔처럼 정신없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여행객 느낌이 강한 다른 숙소들보다 현지인의 냄새가 더 강하다는 것이 선택의 열쇠가 되었다.


그럼 다음 글에서 에어비앤비에 사냥 과정을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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