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30 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집에서 1:1 수업을 진행하는 개인 과외 교습자) 수업 시작 직전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외출을 한 큰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업 중이어서 못 받을 뻔했다. 녀석이 먼저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친구랑 지금 집에 와서 같이 놀아도 되냐는 질문이었다. 수업 중이지만 수업은 공부방에서 진행되니 거실에서 조용히 있으면 괜찮다고 하니 어차피 숙제할 거니까 조용히 할 거라기에 오라고 했다.
어떤 친구를 데리고 올지 궁금했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이어서 기꺼운 마음이 드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여느 집들처럼 아파트도 아니고 낡고 오래된 건물이어서 혹시 녀석이 창피해하지 않을까 하여 친구들이 놀러 오면 세심한 듯 불편하지 않게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부를 마치고 나와보니 ○○이가 앉아있었다. ○○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 큰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연으로 인사하기 시작해서 지금도 길 가다 만나면 내게 인사를 아주 이쁘게 하는 친구이다. 우연히 들은 말로 엄마가 안 계신다는 사연을 들은 후로 그 아이를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하게 다가오는 그런 아이였다. 내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도 사람의 정이 그리운 것 같아 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몇몇 아이들이 집으로 놀러 온 적은 있었지만 ○○이는 처음이다.
"○○이구나! ♡♡이 집은 처음이지?"
"네~!!"
"우리는 이제 저녁을 먹을 건데 ○○이도 같이 먹을래?"
"네~ 저는 먹어도 안 먹어도 다 괜찮아요~"
그 시간이 5:30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집에 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로 들려서 맘이 안 좋았다.
"그럼 아줌마가 떡국 끓여줄 테니까 같이 먹자~"
"네~!"
나는 급히 주먹밥을 조물조물, 낮에 재워둔 돼지고기간장 불고기에 얼른 불 붙이고, 떡국을 끓였다. 집에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한 지가 얼마만인지... 손이 바빠지고 마음도 바빠졌다. 먼저 공부방에 두 녀석 편히 먹을 자리를 마련해 주고 우리 식구 상을 따로 차렸다.
"○○아, 맛있어?"
"네~!! 진짜 맛있어요~!!!"
맛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이는 떡국을 다 먹고 더 먹고 싶다기에 고기와 밥을 더 떠주었다.
엄마의 손길이 그리웠을 아이..
진실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맘이 또 짠해졌다.
어릴 때 나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엄마는 바로 옆 슈퍼에 가서 갖가지 과자를 사다가 우리가 놀고 있는 방에 이쁘게 담아서 내어주셨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았고 시장 한 복판에 있던 우리 집은 어떤 이벤트만 있으면 모이는 아지트였다. 나는 우리 집에서 모이는 그 시간을 즐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점심시간이면 나의 반찬통을 통째로 가져가 먹는 남학생이 있었다. 우리 엄마의 음식 솜씨는 그 녀석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난 그 녀석의 행동이 기분 나쁘긴커녕 우리 엄마의 음식 솜씨가 자랑스러웠다. 난 매일 먹는 오뎅(?)볶음, 김치 볶음이지만 녀석에겐 특별식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녀석의 친구가 우리 집에서 내가 차려준 밥을 맛있다며 먹고 갔다. 나의 큰 녀석에게 오늘은 나중에 기억하는 하루가 될 수 있을까? 혹시 그런 일로 녀석의 기억 속에 남겨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친구들에게 다정하고 아낌없이 나눠주는 엄마. 내가 우리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듯이 나의 귀요미도 엄마인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