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이면 밥상머리 앞에 노래가 늘 흘러나온다.바로 <불후의 명곡>을 시청하는 까닭이다.
어제도 평소처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서정희 씨의 목소리를 타고 온 세상을 멈추고 오감을 집중시키는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바로 그 노래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다.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들으니 다시 또 마음이 동하여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어느새 눈가에 신호가 오려한다.
그날도 TV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끔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가면 듣게 되는 노래! 첨 들었을 때, '참 잘 어울린다. 결혼식 축가로...'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가사를 정확히알지는못했지만 듬성듬성 부정확한 가사와 정확한 가사 사이로 멜로디가 함께 조금은 익숙해진 상태였다. 근데.. 그런 노래의 노랫말이 화면 아래에 한 줄씩 펼쳐진다. 정확한 가사가! 그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며 내 눈가는 촉촉해졌다.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꼭 내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 같았다.
참새..
(3번의 유산과 6번의 인공수정을 거쳐 만나게 된 나의 보물)
부르고 또 불러도
보고 또 바라봐도
또 부르고 싶어지는
또 보고 싶어지는
나에게도 그런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으니 진짜 더 바랄 게 없었다.
녀석을 낳고 거뭇거뭇 얼굴부터 목까지 멜라닌 색소가 퍼져 보기 싫은 형상을 하고서도 마냥 좋았다.
'목이 보기 싫음 스카프 하면 되지, 뭐~!'
녀석을 얻게 되었으니, 나도 드디어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배가 툭 튀어나오고 온몸이 팅팅 부어올라서도 얼굴은 웃고만 있었다. 그때의 사진을 지금 보면 조금 비정상적인 몸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 당시엔 모든 것이 좋았다. 좋았다기보다 괜.찮.았.다. 너를 얻게 된 대가라면 그냥 다 지불하고 말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일은 없을 거야
정말 내 맘에 딱 들어맞는 가사였다..
지금은 어느새 6학년이나 되었고, 가끔은 다투는 상황도 벌어지는 이제는 좀 성숙한 사이가 되었다고 할까.
그때의 녀석을 가끔은 또 만나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땐 몸이 안 좋아 힘겨웠던 일상을 지금은 좀 더 가뿐하게 공유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세월은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