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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엄마 마음을 공유하다

by 날마다 하루살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미용실을 간다. 결혼 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다니던 미용실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제는 그 미용실 원장 아이와 내 아이가 같은 학년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같은 것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일 테다.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되는.


"언니~ 오늘 날씨 좋아서 '다행'이죠~~~"


대뜸 날아오는 말속엔 이미 공유된 이야기는 생략되어도 좋다. 오늘은 4학년 녀석들의 체험 학습이 있는 날이다. 지역 탐방 체험학습이 오늘 진행되고, 내일은 정례 체험학습으로 과학관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으며, 다음 주에는 이틀 연속(월, 화) 생존 수영과 그다음 날(수)엔 근처 지역 탐방 체험학습 2탄으로 국악관을 다녀오는 일정이 이어질 것임을 우린 서로 나누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래, 맞아. 아침에 비가 좀 뿌려서 걱정했는데 날이 개여서 너무 좋네~!"


사실 난 아이 생각은 깜빡 잊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오늘 일정으로 가득 차서 하나씩 하나씩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순서대로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한 가지씩 처리하고 머릿속에서 지우는 중이다. 그중 첫 번째 목록이 오전 청소 후 '미용실 커트'였던 것. 산뜻하게 머리를 자르고 하루를 준비할 생각에 조금은 들떠 있었다. 이쪽 미용실을 다시 다니게 된 이후 머리 자르는 날이 기다려진다.


길었던 연휴는 휴식이라기보다 '일'들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쉬려 했던 월요일 마저 큰아이의 핸드폰 액정 교체라는 임무를 안고 대전까지 나갔다 오는 수고(일상적이지 않은 갑작스러운 사고는 피로감을 몰고 오는 법이다)를 해야 했으니 저질 체력이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평소 하지 않던 신경까지 써가며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생각을 나눠줄 에너지가 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그렇구나~ 평소 같음 하루 종일 녀석 생각을 했을 텐데... 재미나게 잘 놀고 있는지,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었을지, 가지고 간 휴대폰은 안 잃어버리고 잘 챙기는지, 입고 간 옷이 덥지는 않은지...


"ㄴㅇ이도 돗자리 챙겨갔지!"

"아, 네~ 집에 있는 돗자리를...

...... (블라블라)

그래서 하나 샀어요."


돗자리 이야기만 해도 풍성해지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이제 4학년쯤 되니까 애기애기 하던 귀여운 모습이 점점 사라져 너무 아쉬운 거 있지.."

"맞아요, 언니.. ㅅㅎ이도 그렇구나~!"

"요즘에는...... (블라블라~~)


아이들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나누는 사이 커트가 완료되었다.


자신들의 나이를 초월하여 아이들의 나이만으로도 충분히 공유되는 감정이 있다. 아이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어떤 이야기든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소중한 감정이다. 몇 마디 대화로 가슴이 뛰고 있다.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더디 자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해 본다.


미용실을 나서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결 가벼워진 나를 느낀다. 집과 반대방향으로 돌아 마트로 향한다. 오늘의 다음 처리 목록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함이다. 오늘 저녁은 크림 스파게티로 예정되어 있다.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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