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통조림
우리 집에 들어온 벌레 먹은 복숭아들
그 썩고 무른 자리 도려 내고 새롭게 변신시킨다
물과 약간의 설탕, 그리고 시간만 허락해 주면 탄생하는
복숭아 통조림
누군가의 고마운 마음이 우리집에서 사랑으로 재탄생된다
어릴 적 엄마가 냉장고에 넣어주면
밥 먹은 후 조금씩 꺼내 먹는 그 맛이 어찌나 꿀맛이던지!
나도 내 아이에게 그 기쁨을 전하고파 끓이기 시작한 시간
왜 난 매번 농도가 일정하지 않은지
엄마의 음식 솜씨를 제대로 알게 되는 또 다른 시간
엄마 생각 내 아이 생각으로
한여름에도 불 앞에 서 있는 시간
큰 아이에게서 작은 아이로
시원한 통조림 국물에서 사르르 살얼음으로
취향은 변했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같다
꽁꽁 얼린 복숭아 통조림
냉동고에서 제 모습을 만들어 냉장실로 풀어 준다
시간을 조금 첨가해 주면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딱 그 상태
아차 깜빡하고 하루가 지나면 다 녹아버려 어찌나 아쉬운지
이번엔 타이밍 제대로 맞았지!
그릇 모양대로 똑 떨어진 살얼음!
하루 지나면 사라지는 살얼음이니
어여 먹거라
맘껏 먹거라
그러고 넌 기뻐하기만 하여라
사랑도 시간에 딱 어울리는 모양이 있음을...
지금은 이런 모양으로 네게 전하련다
살얼음처럼 보드랍고 조심스럽게
겨울이면 이불속에서 찾게 되겠지
냉동고에 가득 있으니 부자 된 기분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내미는 마음이
이렇게 흐뭇하구나
올겨울도 거뜬히 넘기겠구나
사랑한다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