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윤정이예요~
언니가 영상으로 청첩장을 보내줘서 봤는데 너무 멋진 신랑이더라구요~!!!
오빠, 오늘 축하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하루되세요.
오빠의 선한 마음을 받아 살게 될 며느리가 부럽네요.
건강하세요.
다시 한번 새 식구 맞음을 축하드립니나~♡
나는 우리 외가의 가족들이 너무나도 좋다. 외삼촌 세 분, 외 숙모 세 분.. 그리고 오빠 여섯에 언니 세 분~ 외삼촌 세 분 아래로 우리 엄마가 막내 동생이니 외사촌 언니 오빠들은 나보다 한참 위이고 먼저 인생을 살고 계시는 어른들 같은 느낌이다.
어릴 적 명절 때면 오빠들이 모여서 우리를 앞에 두고 세배해 봐라, 노래해 봐라, 춤춰 봐라.. 짓궂은 장난도 하고 그 앞에서 재롱 잔치도 했던 기억이 있다. 여름날 복숭아 먹으며 벌레 먹은 복숭아 먹으면 이뻐진다고도 했고 "우리 윤정이 너무 예뻐서 액자에 넣어서 여기 외갓집에 둬야겠다."라고도했다. 그 기억은 작지만 훗날 돌아보니 따뜻하다. 어린 시절이 행복했음은 내게 축복이다.
여러 외사촌 형제 중에 처음으로 청첩장을 받았다. 내게 인생 선배이기도 한 오빠, 언니들.. 그중 처음으로 이런 초대를 받으니 기분이 남달랐다. 오빠는 둘째 외삼촌과 외숙모의 성품을 그대로 닮아 몹시도 선한 느낌을 내게 남겨줬다. 참석할 수 없는 아쉬움을 문자로 전했다. 오빠의 답글을 받으니 갑자기 마음이 몽글거린다.
오빠가 며느리를 맞는다구?
몇 번 보지 않았지만 그 꼬맹 이가 이렇게 멋지게 자란 거야?
청첩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결혼식이란 곳에 초대받으면 '시댁'이라는 어려운 상대를 맞이하게 될 며느리의 입장에 서게 된다.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어 축하의 마음 한쪽엔 걱정의 마음과 함께 고단한 앞일이 예측되어 응원하게 되었다. 나만 느끼는 고단 함일지 모르겠지만 그 꽃길을 걸어 나가면서부터는 정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청첩장 속의 새 신랑 새 신부에게는 그런 상상의 영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 번도 화내는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았던 선하디 선한 시아버지를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호탕해 보이며 깊은 속을 가진 시어머니 자리의 언니도 내겐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뾰족한 구석 없이 둥글게 둥글게 품어줄 수 있는 시부모님을 만난 며느리가 너무나도 부러워졌다.
난 살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모르고 살았었다. 내 삶에 만족했고 부족한 것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면서 부러운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부럽다는 감정이 결핍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렵디 어려운 시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지 못한 시간은 내게 아프게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이상 오늘 결혼을 하는 이 커플에게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거 같아 좀 더 축하해주고 싶다.
내게도 ○○오빠 같은 시아버님이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언니에게도 톡을 보냈다. 우린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오빠와 가족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