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가 가진 가치와 판단의 문제

by 제이오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다음의 질문은 하버드생들을 멘붕에 빠트리게 한 질문이었다. 트롤리 딜레마 질문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상황을 제시하고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브레이크가 고장안 기차가 레일을 달리고 있다. 레일 위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는데, 트롤리가 계속 달리면 그들은 반드시 죽게 된다. 한가지 방법이 있는데, 레일 변환기로 트롤리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 다른 레일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자, 당신은 과연 누구를 죽이겠는가? 당신은 트롤리 방향을 바꿀 것인가?


학기말 수업으로 트롤리 딜레마 질문을 학생들에게 해 보았다. 대다수 학생들은 트롤리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5명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다수에게 좋다는 것이다. 이는 공리주의적 사고 방식이다. 학생들 중 일부는 트롤리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나의 의지로 트롤리를 바꾸는 것은 살인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트롤리는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을 달리고 있었고 굳이 방향을 왜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5명은 죽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이 답변을 한 친구에게 옆 학생이 쿡 찌른다. "5명보다는 1명만 죽을 수 있잖아. 너가 방향만 튼다면. 5명이 한꺼번에 죽는다면 더 끔찍한 거 아니야?"


질문을 다시 바꿔보았다. "얘들아, 또 다른 레일 위에 있었던 그 한명이 너희들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나 아빠면 어떤 선택을 할 거야?"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이어서 학생들이 대답한다. 당연히 엄마나 아빠를 구해야죠. 아주 일부 학생들은 잠시 고민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아들이 중학교 시절에 이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질문을 했을때, 아들도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나는 '이게 고민할 문제였다니.ㅠㅠ'하면서 잠시 상처를 받았었다. 물론 대답은 "엄마를 구해야지." 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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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 질문은 지금 AI 시대에 매우 적절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AI 시대에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내가 가진 가치와 판단이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택지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이 옳은지, 공정한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책임은 지지 못한다. 무엇인 공정한 것인지, 누구를 배제하면 안되는지, 효율보다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 언제인지 등은 사람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AI시대에는 빨리 판단하는 사람보다 깊이 생각하고 책임지는 사람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공감, 양심, 용기, 망설임, 후회 같은 것들은 판단을 느리게 하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좀 더 인간다움의 가치가 깃든 판단이 더욱 희귀해지고, 더욱 소중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챗지피티, 제미나이 등의 AI를 사용하면서 인간의 가치판단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인지를 더욱 더 깨닫게 된다.


올해 수업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만 바꾸어보고자 한다.

가치판단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는 수업 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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