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쌤의 spots of time

23.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 이유

by 제이오름
9788994780603.jpg
10693192.jpg
scm6377553540985.jpg

아이들 어릴 적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 중의 하나는 삼국지였다. 여러 버전의 삼국지 전집을 구입해 들여 놓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은 이현세 만화 버전의 삼국지를 참 좋아했다. 화장실에 갈때도 밥을 먹다가도 만화 삼국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니 말이다. 안그래도 매력적인 인물들을 그 특징을 잡아 더욱 매력적으로 그린 것이 이현세 만화 삼국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왜 그리 관우가 매력적인 장군인지, 겁도 많고 평범해 보이는 유비를 왜 사람들이 따르는지, 냉혹하고 무자비한 조조를 왜 부하들이 그렇게 따르는지 등의 특징들을 잘 포착해 놓았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와 교훈이 담긴 삼국지에서 아이들이 꼭 스며들듯이 배웠으면 하는 이야기가 몇 개 있다. 세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Gemini_Generated_Image_jst0d7jst0d7jst0.png 제미나이 이미지 그림

뭐니뭐니 해도 첫째 삼고초려 (三顧草廬) 이야기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영입하기 위해 그의 초가집을 세번이나 찾아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나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인재를 얻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극한 정성과 겸손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 장면을 이야기 할때면 아이들은 나의 진짜 스승은 어디에 있고,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멘토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번째 거절을 어떻게 이겨낼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거절을 당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기 때문에 다시 찾아가거나 다시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니 말이다. 첫번의 거절을 완전한 거부가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이 장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가기 위해서 그가 어떤 준비를 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신은 아무 준비 없이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고 자신의 뜻을 따라 주기를 원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나의 제갈공명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서 "내가 가장 정성을 들여 마음을 얻고 싶은 대상은 누구(혹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져 보았다.


둘째, 초선차전(草船借箭) 장면이다. 초선차전이란 '풀배로 화살을 빌리다'의 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갈량이 화살 10만 개를 구해오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받았을 때, 짚풀을 실은 배를 타고 안개 속 적진으로 가서 적군이 쏜 화살을 받아온 장면이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지혜를 발휘하여 적의 공격조차 나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기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삶에서 결핍을 창의성으로 바꾸는 기술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나는 경쟁자의 공격을 나의 글쓰기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 공격에 어떻게 반박하여 내 논리를 만들지 생각하다보면 나만의 논리적인 글이 완성되기도 한다.


나의 결핍을 나의 고유한 서사로 만들수 있다는 것도 아이들과 이야기한다. 제갈공명이 화살이 없음을 한탄하지 않고 적의 화살을 받아냈듯이 나의 결핍을 상대방이 나를 돕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도움과 협력을 받을 수 있다. 또는 내가 지닌 결핍이 어떤 상황이나 문제를 기존의 틀에 박히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할 수 있다.


"나의 결핍이 나를 가로막는 벽일까? 아니면 나만의 길을 만들게 하는 나침반일까?"

"내가 가지지 못한 자원을 한탄하는 대신, 나를 공격하는 시련(적의 화살)을 어떻게 나의 자산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져 보았다.


셋째, 읍참마속 (泣斬馬謖) 장면이다. 리더로서 원칙과 책임의 중요성을 말하는 장면이다. 제갈공명이 아끼는 제자 마속이 명령을 어겨 전쟁에서 패하자, 눈물을 머금고 그의 목을 친 장면이다. 개인적인 감정보다 공동체의 규칙과 책임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무엇보다 리더가 갖춰야 할 단호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개인의 삶에서 마속(나약한 변명)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결단력에 대한 비유가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 자신에게 관대해지면서 수많은 변명을 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내가 피곤하니까, 이번에는 이런 사연이 있으니까 하면서 말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 내가 세운 원칙 앞에서 나 자신과의 타협을 끊어내며 좀 더 엄격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공정함과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우정으로 누군가를 덮어주는 일은 공정한 것일까.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모두를 위한 '약속'과 개인적인 '친분'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할까?"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지금 내가 눈물을 머금고 단호하게 끊어내야 할 '나만의 마속(나쁜 습관이나 변명)'은 무엇인가?"

"진정한 리더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인가, 아니면 실수를 감싸주는 사람인가?"


마지막으로 삼국지에서 조조에게서는 배울점이 없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관도대전 후 조조의 편지 소각 장면은 그의 관용과 포용력을 나타내고 있다. 조조는 원소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신의 부하들이 원소와 몰래 내통하며 보낸 편지 무더기를 발견한다. 하지만 조조는 그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모두 불태워버리며 "당시엔 나조차 앞날을 몰라 불안했거늘 하물며 다른 이들은 어떠했겠느냐"며 부하들을 용서한다.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들추기보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 진정한 내 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 장면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들도 위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한다. 나의 어린 시절, 누군가가 내게 삼국지를 읽어보라고 권했다면 참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만약 삼국지를 읽었다면 나의 학창시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 지기도 한다.


토요일 연재
이전 22화오드리쌤의 spots of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