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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Apr 30. 2024

세상에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아들의 선택

-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19살에 한 여자를 만나서 22살에 결혼을 했고 23살에 아버지가 되었다. 아들이 유치원 다닐 무렵 나는 싱글파파가 되었고 지천명이 된 지금까지 계속 싱글파파로 살고 있다.

 아들의 우유 값을 벌어야 했고 유치원을 보내야 했고 학교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대학 졸업도 포기를 한 채 앞만 보고 살아왔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나쁜 길에 서서 고민을 할 때 나는 하늘 쳐다보면서 ‘하늘을 봐도 창피하지 않고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쉬운 길도 포기를 하면서 살아왔다. 

 비굴하게 살아도 쪼존하게 살아도 적어도 아들에게 만은 멋진 아버지로 남고 싶어서 안간힘을 다해 살아왔다.

아들이 비보이에 미쳐서 학교를 안 가고 지하철에서 흑인들과 춤을 출 때도 고등학교를 졸업 못하고 검정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도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중퇴한다 했을 때도 분명 망할 게 뻔한 사업을 한다고 사업 자금을 빌려 갔을 때도 나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의 뜻에 따랐다.

 그렇게 아들은 30살이 넘었고 나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만나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서 아들이 만나고 있는 여자에 대해서 말을 해줬다.

 보통의 부모들이 들으면 속이 뒤집힐 그런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데 나도 어느덧 꼰대가 되었는지 아들에게 그녀와 헤어짐을 강요를 했고 아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통화를 마쳤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한때 사랑이란 것에 미쳐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했던 그런 결혼을 했었고 결국에는 실패한 인생으로 끝이 났는데 아들까지 앞이 보이는 그런 결혼을 허락해 주기엔 내가 너무 세상에 찌들어졌고 꼰대가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저 말 내게 하기까지 아들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얼마나 망설였는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나름 나도 힘든 시간을 겪었고 역지사지라고 만약 아들과 내 처지가 바뀌었다면 나는 그에게 어떻게 말을 했을까 하는 깊은 생각에도 잠겨봤다.


그런 시간이 얼마 흐른 어느 날 아들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자기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그런 여자라고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통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잠깐 생각을 다듬고 아들의 여자와 통화를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와 통화를 하고 난 뒤 나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 해졌다. 아들의 여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른스럽고 생각도 마음 가짐도 내가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의젓했다. 단지 아픔을 겪은 삶을 살았을 게 눈앞에 보이지만 그 또한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리라 생각이 들었다. 30살 넘게 늘 방황하면서 소위 말하는 날라리로 살던 아들이 그녀에게는 늘 져주고 보살펴 준다는 말을 듣고 또한 작은 안심도 들었다.


 아들은 내게 단지 아들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나는 누구에게도 의논할 수 없는 일들이나 사업에 대한 부분을 늘 아들과 상의를 한다. 세상에서 나를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라고 아직까지도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또한 내 친구 같은 아들의 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직접 해줄 용기는 없고 이렇게 글을 통해서 해주고 싶다.

 기억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어릴 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 누구나고 물으면 너는 언제나 우리 아버지여라고 했었다. 나는 네게 정말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면서 살았지만 현실은 늘 비굴하게 살아야만 했고 그런 모습을 네게 보여줄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너와 네 여자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랑? 그건 금방 사라진다. 사랑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세상에서 최고다 하는 존경의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을 해주고 나의 생각보다는 상대의 생각을 우선으로 둔다면 또한 살아가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싸움이 일어날 때도 최대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 만은 자제하면서 그렇게 살자.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듯이 나 또한 너희가 실패한 나의 인생보다는 나보다 백배 천배 더 행복한 그런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께서도 인생의 선배로서 나의 아들과 그가 선택한 그의 여자가 살면서 꼭 기억하면 좋을 그런 말들을 해주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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