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 걸까요? 누가 이유 좀 알려 주세요!
조퇴를 하고 아이 어린이집 상담을 간다. 이상하다. 왜 이리 발걸음이 무거운지. 어린이집으로 가는 내내 옅은 한숨이 나온다. 책을 펼쳤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이내 책을 덮고 버스 밖 풍경을 바라본다.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 간판이 내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무심히 바라본다. 이럴 땐 멍하게 있는 게 제일이다.
오늘따라 남편도 없다. 유난히 남편은 둘째 상담 때 회사에 바쁜 일이 생겼다. 남편의 직장어린이집이었기에 회사 바로 옆이라 첫째 상담 때는 대부분 나와 함께 했다. 둘째도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고, 오늘이 세 번째 상담이었다. 세 번의 상담 동안 나 혼자였다. 어린이집 상담이야 대부분 엄마 혼자 가니 불만은 없지만, 이상하게 남편은 둘째 상담 때마다 빠질 수 없는 일이 생긴다. 기분 탓인가.
둘째는 아기 때부터 고집이 셌다. 자다가 이유 없이 울기 시작했고, 한번 울기 시작하면 30분을 훌쩍 넘겼다.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눈을 감고 그저 울었다. 오죽 답답하면 아이 잠을 깨워보겠다고 우는 아이 얼굴에 세수도 시켰다. 무서운 꿈을 꿔서 그런가 싶어서. 물론 소용이 없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친정 모임이 있어 온 가족 엄마네 집에서 하루 잤다. 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이는 밤새 잠들지 못하고 울었고, 나는 아이를 안고 내리고, 안고 내리 고를 새벽 내내 반복해야 했다. 나도 지쳤지만 친정에서 자고 있던 언니네와 동생네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새벽 5시, 결국 누워있던 신랑을 깨워 집으로 왔다. 아니 깨우지 않았다. 잠도 못 자고 누워 있었으니 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엄마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 딸이 밤새 고생하는 걸 지켜보았기에 집에서 조금이라도 편히 자라고 아침밥도 못 먹이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째 고집이야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엄마.
"애미가 힘들어서.."
말을 못 잇고 목이 메신다.
그저 고집이 세다고만 생각했다. 집에서야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한 번씩 욱 올라오기는 했지만 애는 한 명이오, 어른은 두 명이니 참을만했다. 문제는 단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린이집 상담 주간이 다가오면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긴장이 되었다.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 뭐 그리 할 말이 많다고 긴장까지야. 그리 좋은 이야기 못 들었으니 상담 주간이 달갑지 않았다.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간다.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첫째 때부터 우리 부부를 지켜보던 선생님이다. 보통 상담 초반에는 칭찬 거리를 나눈다. 그리고 본격적인 상담이 들어간다.
"근데요, 어머니..."
이때부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두 손에 힘이 들어가며 땀이 난다. 무릎이 공손하게 모아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그리 되니 신기하다.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안 그런데....."
장난감 한아름 안고 자기 앞에 두고서는 친구들은 만지지도 못하게 한단다. 그러니 자꾸 갈등상황이 생긴다고.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울음 멈추는 것도 쉽지 않은 아이. 오늘도 나는 죄인처럼 할 말이 없다. 집에서 잘 이야기 해보겠다는 말 말고 뭘 더 하겠는가.
상담이 끝나고 어린이집에 있던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달려와 엄마에게 안긴다. 아침에 보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만난다. 아이를 안으며 볼에 입을 맞춘다. 이렇게 예쁜 아이인데 왜 그리 고집을 피우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첫째를 키워봤지만 답을 모르겠다. 아이와 손을 잡고 무거운 마음 한아름 안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