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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Sep 29. 2021

128.

때론 어떤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밤이 있습니다. 음소거해버리고 싶은 밤

아주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딱히 특별한 날도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미친 듯이 걷잡을 수 없게 감정이 생각이 요동치는 날. 딱히 계기도 없는데 정말 갑자기 나를 집어삼키는 날 내가 집어삼켜지는 날이 있습니다. 맞설 틈도 없이 아주 그냥 통째로 삼켜지는 날이 있습니다.


휩쓸렸다고나 할까 휩쓸려 어딘가에 둥둥둥 떠다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그 순간 숨도 쉬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겨우 숨은 쉬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미련하게 처절하게 학습당한 후에야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숨은 쉴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나를 그리고 타인을 가능한 상처 입히지 않고 최대한 가만가만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2021. 09. 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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