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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Nov 11. 2023

[책] 『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27개의 증언

도미노코지 기미코? 물론 나야 잘 알지요. 그런데요, 그 도미노코지라는 건 본명이 아닐 겁니다.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유명세 또한 절정에 이른 때에 도쿄의 빌딩 7층에서 몸을 던진 기미코.

수수께끼 같은 죽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 소설가가 풍문 속 그녀의 실체를 알기 위해 생전의 주변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스즈키 기미코, 와타세 기미코, 도미모토 기미코, 도미노코지 기미코. 사람들은 그녀를 각각 다른 이름, 다른 나이로 기억하고 있다. 소설은 27명의 관련자의 증언으로 전개된다. 27명의 기미코에 대한 증언은 다른 사람을 묘사하는 것 같다. 드레스 디자이너는 ‘그분은 나쁜 짓은 결코 하지 않을 사람이에요’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같은 여자로서 창피할 만큼 그 여자는 악덕의 화신이었어요.’라 회고하고, 누구는 타고난 사업가로, 또 누군 희대의 사기꾼으로 기억한다. 언론의 억측과 27개의 조각. 그녀의 실체는 무엇인가. 천재적인 사업가인지 천부적인 사기꾼일지. 이야기의 중심에 기미코를 세워두고 주변의 목격자가 자신들이 본 기미코의 부분 부분을 통해 그녀를 유추한다​.


소설은 주변인의 증언이 치밀한 구성으로 퍼즐을 맞추듯 전개되며 독자 스스로 그녀의 타임라인을 그리게 한다. 1978년 3월부터《주간 아사히》에서 한 편씩 연재되었고, 이후 아사이 텔레비전에서 연속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패전 직후 일본의 고도성 장기에 태어나 풍요로움이 절정에 이른 때 청년으로 살아간 변기 세대(50~60년대생)의 심리와 사고의 변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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