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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단 Apr 22. 2024

평균 나이 55세 여자 친구들끼리 캠핑 가면

Maple Bay Cabin at Cultus Lake



만난 지 이년이 되어가는 친구 그룹이 있다. 2022년 초에 생각지도 못한 상실을 연이어 겪으면서 텅 빈 마음을 채워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서 만난 친구들이다. 오픈 당시에는 이십여 명이 모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걸러지면서 이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반의 친구가 함께하고 있다. 이제 찐 친구만 남은 것이라고 서로 입을 모은다.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졌다. 이민자로서 살아온 세월이 비슷해서 공감되는 삶을 나눌 수 있었고 또 비슷한 연령이다 보니 아이들도 이제 막 독립해서 육체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공통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유부인들은 만난 지 일 년이 조금 안된 시점에 일박 캠핑을 함께 가기로 했다.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 적은 많지만 하룻밤을 함께 보낸 적은 아직 없기 때문에 모두가 걱정반 설렘반으로 이 날을 기다렸다. 친구들 중 캠핑의 고수가 있어서 우리는 그녀의 리더로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칠리왁시(city of chilliwack)에 있는 컬터스 레이크(Cultus Lake) 캠핑 사이트 중 하나인 메이플 베이 케빈(Maple Bay Cabin)이다. 밴쿠버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이곳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는 글 마지막에 있다.

⬆️ 메이플 베이 캐빈 사이트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이다. 평일이어서인지 차들이 많이 없다. 캐빈들과 저 아래로 컬터스 레이크가 보인다. ⬇️

캐빈 아래로 내려가면 호수가 있고 호수 건너에는 집들도 보인다


우리의 3호 캐빈. 이층 침대 한 개와 더블침대 한 개 그리고 일인용 침대 한 개가 있다. 깨끗하고 공간도 넓어서 친구들이 머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이때는 브런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다음날 스케줄이 있는 친구들은 늦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고 다섯 명의 친구들은 밤을 함께 보냈다.


하수관에서 나오는 너구리 부부

캐빈 주변에는 거위도 있고 너구리도 있다. 너구리는 사나운 동물이다 특히 아기 너구리가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자식을 지키려는 본능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를 바 없다.


가스파이어에 쥐포도 굽고 소다빵도 해 먹으면서 수다삼매경에 빠지기도 헸고 치매방지차원으로 화투놀이도 했다. 방바닥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서 허리를 비틀고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늙었어 늙었어'라고 합창을 하면서도 하하 호호 신이 났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든 것이 웃음재료다.


우리 캐빈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호수와 나무 숲이 있다.

어스름이 지기 시작할 때 호수 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호수에서 우리 캐빈 쪽을 보면 이렇다.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지붕은 공동 부엌과 테이블이 있는 곳이다.

보트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중간에 이런 나무 숲을 지난다.

나무 숲을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친구들 뒷모습을 찍었다.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이에 만나서 이제는 각자의 삶 속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중한 관계가 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십 대 삼십 대에 만났다면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개성들이 각각이지만 50 중반의 연륜은 서로의 다름을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넉넉해졌기에 시간이 갈수록 우정은 깊어간다. 무엇보다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나이'에 만났기에 가능한 관계이다.


보트 선착장에 대한 안내판

숲길을 나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보인다. 파란 하늘도 이쁘고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도 멋지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 위에 반사되는 풍경도 가슴을 일렁이게 한다.


진짜 만세 만세 만만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찐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줄이야!~❤️


너희도 만세 해야지~

나란히 앉아서 하라는 대로 하는 친구들이 이뻐서 또 미소가 지어진다 ^^

호숫가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다가 단체 사진을 찍고 캐빈으로 돌아왔다.


각자가 준비해 온 갈비도 굽고 레몬치킨도 굽고 누룽지도 끓여서 캐빈 앞에서 배 터지도록 먹었다.


그리고 캐빈 안에서 2차가 열렸다. 투고로 들고 온 초밥트레이, 직접 만들어 온 양장피와 김말이 그리고 간식들과 과일맥주. 모두가 배 터지도록 먹었다. 평균 나이 55세 여자 친구들끼리 캠핑 가면 이렇게 먹빵의 진수를 찍는다. ^^



밤이 깊어질수록 한 살배기 우리들 우정도 깊어갔다. 아름답고 소중한 친구들과의 첫밤이었다.


우정은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슬픔을 반으로 한다.  
- 본(영국 소설가)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 에머슨




▶️ 구글 번역

Lower Mainland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Cultus Lake Provincial Park는 크고 따뜻한 담수호와 아름다운 숲으로 뒤덮인 산이 특징입니다. 공원은 컬터스 호수(Cultus Lake)의 북서쪽과 남동쪽으로 거의 균등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북서쪽 부분은 대부분 미개발 상태이며, 방문객 중심의 시설은 남동쪽 부분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밴쿠버에서 차로 불과 1시간 30분 거리에 방문객들은 4개의 캠프장, 피크닉과 보트를 즐길 수 있는 넓은 일일 이용 공간, 낚시, 수상 스키, 윈드 서핑 및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캠핑한 장소는 녹색으로 표시한 '메이플 베이 캐빈' 사이트


https://camping.bcpark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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