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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ming bird(벌새)에게 달콤함을 선물하세요~

책임감은 필수

by 향단


출근길에 허밍 버드(벌새)가 멸종 위기에 있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Humming bird는 벌새의 재빠른 날갯짓에서 '윙윙'하는 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이라고 해요. 1초에 무려 200회까지도 날갯짓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바람을 가르는 '윙윙' 소리가 들릴 법도 하지요.


340여 종의 벌새가 있는데 그중에서 40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 중 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요. 벌새의 종에 따라 다르지만 벌목과 개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감소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하니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면서 벌새도 위험에 빠뜨렸네요. 하루 종일 쉼 없이 움직이는 작은 새의 날갯짓이 안쓰러워서 특히 마음이 가는 새였는데 뉴스를 들으니 속상했어요.



퇴근 후에 아마존에서 허밍 버드 Feeder를 오더 했고 며칠 후에 우리 집 뒷마당 Deck에 드디어 허밍 버드를 위한 공간이 생겼어요. 이 아이들이 달콤한 냄새를 맡고 찾아올까? 예쁜 날갯짓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창밖을 확인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왼쪽 사진은 우리 집 Deck에서 찍은 것, 오른쪽은 왼쪽 사진 속 벌새와 비슷해 보이는 벌새를 위키피드에서 가져옴


드디어 봤어요~ 창문을 통해서 급하게 찍느라 사진이 선명하지 않아 아쉽지만 저렇게 편히 앉아서 달콤한 물을 핥아먹고 있네요. 제 마음에 온기가 퍼졌어요. '아이고 이뻐라, 맛있게 먹어~' 엄마 마음으로 지켜봤네요. ^^


벌새의 부리가 길어서 마치 부리가 빨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은 부리 끝에서 기다란 혀를 쉴 새 없이 내밀어서 핥아먹는 거라고 해요. 이렇게 빠르게 꿀을 먹기 위해서 혀를 움직이는 근육도 튼튼하게 발달해 있답니다. 저 긴 부리 끝에서 혀가 나온다니!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진화한 생명체들의 비밀은 자세히 알게 될수록 경이로워요.


벌새는 해마 부위가 특히 발달해서 기억력이 아주 좋답니다. 자기가 먹었던 꽃의 모양과 위치를 거의 정확히 기억을 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제 우리 집 Deck에 오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맛있는 즙이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요. 달달한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 살펴야겠어요 ^^


Feeder에 넣어줄 허밍 버드 전용 파우더를 같이 샀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요즘 챗지피티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요 이것도 물어봤더니 이렇게 잘 알려 주네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아이예요 ^^



허밍 버드용 설탕물 만드는 방법


✅ 재료:

• 설탕 (흰 설탕만 사용, 무첨가) 1컵

• 물 4컵 (끓인 후 식힌 물 사용 권장)


✅ 만드는 방법:

1. 물을 끓입니다 – 이는 물을 살균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2. 설탕을 넣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어줍니다.

3. 완전히 식힌 후에 피더(허밍 버드 먹이통)에 넣습니다.


✅ 중요한 주의 사항:

• 꿀, 갈색 설탕, 인공 감미료, 색소는 절대 넣지 마세요. 벌새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 빨간색 피더를 사용하면 색소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 2~3일에 한 번, 더운 날씨엔 매일 갈아주고 피더를 청소하세요.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에요.


Feeder가 빨간색 통이라서 설탕물에 색소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글을 읽고 '와, 빨간색으로 잘 샀구나' 나를 칭찬해 줬어요. 사실은 더 이뻐서 산 거였어요 ^^


영상 찍는데 남편이 큰소리로 감탄을 해서 제가 쉿 쉿…ㅋ


벌새를 보면 쉼 없이 날개를 움직이잖아요. 헬리콥터처럼 위아래와 양옆, 앞뒤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공중에 몇 분씩 가만히 있는 정지 비행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짧은 거리는 몸을 확 뒤집어 거꾸로 날기도 한다네요. 이렇게 하루 종일 움직이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야 왕성한 신진대사를 유지한대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배나 되는 꿀을 먹는데 우리가 매일 300개의 햄버거를 먹는 것과 같다고 해요!


기온이 안정적이고 일 년 내내 먹이가 풍부한 적도나 열대지방의 벌새는 이주할 필요가 없는데 아메리카 대륙의 벌새는 여름에는 로키산맥에서 지내고 가을이 되면 중남미 지역으로 수천 킬로미터 비행을 한다고 해요. 우리 Deck에 온 저 벌새도 먼 길을 쉼 없이 날아왔겠지요. 예쁜 벌새야, 여름 내내 편히 쉬다가 가렴.


벌새에 관한 글을 찾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어미 벌새는 모두 싱글맘이래요. 아비 벌새는 둥지를 만드는 30초 정도만 가족과 함께하고 떠나버리고 새끼들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위해 벌레를 물어다 주는 건 오로지 어미 벌새의 몫이라네요. 주변의 모든 싱글맘의 하루가 벌새의 날갯짓과 같겠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네요. 혼자서 예쁜 2세를 키워내는 벌새, 싱글맘 모두 멋져요. 엄지 척 입니다.



허밍 버드의 개체 수가 340여 종이나 된다는 건 첨 알았어요. 우리 집에 놀러 오신 저분은 갈색 깃털이니 '검은 뺨 벌새'일까 추측해 봅니다. 종마다 다른 깃털의 색상은 멜라닌에 있는 작은 기포의 배열로 결정이 된다고 해요. 기포 층 간의 빛의 반사에 따라 녹색이 되기도 하고 자주색이 되기도 하는 거라네요. 오늘 저를 설레게 해주신 저분의 깃털은 원래 갈색인지 아니면 빛의 반사가 없어서 그런 건지, 다음에 왔을 때 깃털은 어떤 색으로 보일지 기대돼요.




토착 문화에서 벌새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인간과 신 사이의 메신저로 여겨져 왔다고 하는데요, 오늘 우리 집을 방문한 허밍 버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러 왔을까요? 여러분들도 벌새가 전하는 메시지 듣고 싶지 않으세요?



<꼬리 글>


Is it okay to feed hummingbirds? - BC SPCA


Nectar feeders provide a food source for hummingbirds in winter, but they must be cleaned regularly and kept fresh and full. It’s important to take this commitment seriously!


위 사이트에서 읽은 '겨울에 허밍 버드에게 넥타를 주려고 마음먹었으면 진지하게 임무를 다하라!'라는 첫 문장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네요.


넵! 끝까지 잘 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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