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와 레레 입양기
5년 전 어느 날, 남자친구(현 남편)가 강아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불쑥 말했습니다.
"나, 이 녀석에게 홀딱 반했어. 아무래도 이 아이를 꼭 데려와야겠어."
그랬습니다. 남자친구는 강아지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반려동물과의 이별 같은 건 안 하겠다 그렇게 다짐해 놓고는,
그만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에 그의 마음이 마구마구 흔들린 것이지요.
얼마 전, 남자친구는 친구같이 든든했던 사모예드 녀석을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한동안 상심과 자책으로 많이 힘겨워했습니다.
그 이별의 무게는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버거운 것이어서
남자친구도 그 쓸쓸한 허전함에서 오래도록 힘겨워하다가 겨우겨우 벗어날 즈음이었습니다.
일단 이 녀석을 식구로 삼기로 결정하자, 남자친구 머릿속엔 온통 이 아이뿐이었습니다.
아기 강아지에게 필요한 용품과 사료, 간식을 마련하는 건 물론이고
푹신하고 안전한 잠자리, 각종 장난감에 울타리까지...
정성껏, 그의 성격만큼이나 꼼꼼하고 세심하게 새 식구 맞을 준비를 했지요.
"이름은 뭐가 좋을까?"
"새 아가가 우리 집에서 적응은 잘할까?"
"저 아이 혼자 와서 지내면 내가 일하러 나오는 낮 시간 동안 외롭진 않을까?"
그의 이 질문엔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 녀석은 아무래도 외로움을 더 탈 것 같았던 거지요.
그리고 고양이 집사로만 살았던 저는 강아지 입양에 대해 잘 모르고 무심코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강아지가 세 마리를 낳았다며? 혼자는 외로울 테니 두 녀석을 입양하는 건 어때?
어차피 한 녀석이나 두 녀석이나 손이 가는 건 마찬가지 아닐까?"
2019년 9월 16일 밤 9시 30분!
저 멀리 구미로 새 식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네, 식구가 아니라 '식구들'입니다.
고민고민 끝에 남자친구는 제 이야기대로 두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아무래도 자신이 일 때문에 나와 있는 동안 덩그러니 혼자 있을 녀석의 외로움을 채울 다른 방도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가정 분양을 받는 터라 저희는 아가들이 있는 곳인 구미로 출발했습니다.
저희가 있는 이곳은 경기도 남부 지역이라서 구미까지 오가는 시간만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학원 일을 마치고 가야 해서 열심히 달려갔는데도 자정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
.
짜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 그냥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제 눈엔 정말이지 더없이 귀엽고 예쁜 천사들이었습니다.
하늘나라 천사는 분명 이 지구상에 강아지로 변신해 있는 게 틀림없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예쁜 꼬물이들이 내 남자친구의 식구가 된다니...
왈칵 눈물이 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아가들의 이름은 분양해 준 분이 지어준 이름인 '도도'와 '레레'라고 그냥 부르기로 했습니다.
아가들이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도 같고, '도도'와 '레레'라는 이름도 꽤 예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가들 엄마가 세 마리를 낳아서 이름을 임시로 도도, 레레, 미미라고 지었다지요.
미미는 분양해 준 분이 직접 키우기로 했고, 첫째와 둘째인 도도와 레레가 저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레레는 사진보다 훨씬 더 앙증맞고 귀여운 얼굴이었구요,
도도는 숯검댕이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물은 좀 덜했지요.
그러던 녀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더니
지금은 초코탄 장모 치와와의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답니다.
누군가와 한 가족이 된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억겁의 인연으로 맺어진 귀하디 귀한 관계지요.
그리고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이한다는 건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묵직한 무게감도 따릅니다.
그러나 그 무게를 무겁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행복감 때문은 아닐는지요.
저는 2년 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지금은 도도, 레레와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이 녀석들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사료 한 알, 물 한 모금에도 더없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녀석들은
저에게 오늘도 온몸으로
겸손하게 살아라,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라... 하는
값진 가르침을 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