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 잘 가렴
저희 식구는
남편과 저, 두 녀석의 강아지와 두 녀석의 고양이 이렇게 여섯...이었습니다.
그래요, 여섯...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섯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4월 3일, 11살 된 고양이 꽁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입니다.
......
많이 힘들고, 많이 그립습니다.
11년 전 아주 무덥던 여름날 밤, 옆집 화단 근처에서 일주일이 다 되도록 아가 냥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냥이 엄마가 보살필 거야. 함부로 아가를 데려오면 안 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이나 그 서러운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더군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나가 보니 아주 작은 아가 냥이가 화단 뒤에서 잔뜩 웅크리고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꽁지와 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돌이켜 보면 우리 꽁지는 참 무던한 아이였습니다.
휴대전화 충전기 줄 몇 개 끊어먹은 일 이외엔 큰 말썽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한때 9kg에 육박하는 엄청난 몸매의 소유자였지만 다시 정상 몸무게도 되찾았지요.
위로는 쭈쭈 오빠와, 아래로는 라라 동생을 두었던 꽁지는 기특하게 적응도 참 잘했습니다.
2년 전 남편과 결혼하면서 강아지 두 녀석과 합사를 하게 되었을 때에도,
걱정과 달리 깨발랄 강아지들과도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크게 아픈 일도 없어서 제 속을 썩이는 일도 없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저는 잃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하루는 단출해졌습니다.
늦은 퇴근 후에 안방 불을 켜면 '집사야, 왔냐?' 하며 침대를 떠억하니 차지하고 있던 녀석을
이젠 볼 수 없습니다.
냥이 화장실 청소도 금방 끝나고, 사료도 물도 예전처럼 빨리 줄지가 않습니다.
잠들기 전이면 매일 궁디팡팡 해달라고 들이미는 엉덩이도 이젠 없습니다.
그 빈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막내 라라는 더욱 우렁차게 울곤 합니다.
지난 4월 3일 이른 아침, 저와 남편은 꽁지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젠 하늘나라 별이 되어서 저희 가족들의 삶을 바라보고 지켜주겠지요.
꽁지를 보낸 마당 한 켠 밤나무에 새 잎들이 돋았습니다.
그 이파리가 손바닥 크기로 자라고, 까슬까슬 밤송이를 피워내고, 밤알이 떨어지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꽁지는 제 가슴속에서 영원히 숨 쉬고 있을 것입니다.
꽁지야... 너와의 모든 순간이 고마웠어...
잘 가렴, 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