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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줄어든다는 것...

꽁지... 잘 가렴

by 정미선

저희 식구는

남편과 저, 두 녀석의 강아지와 두 녀석의 고양이 이렇게 여섯...이었습니다.

그래요, 여섯...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섯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4월 3일, 11살 된 고양이 꽁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입니다.

......

많이 힘들고, 많이 그립습니다.


꽁지사진입니다-2.jpg 순둥이 같았던 우리 꽁지


11년 전 아주 무덥던 여름날 밤, 옆집 화단 근처에서 일주일이 다 되도록 아가 냥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엔, '냥이 엄마가 보살필 거야. 함부로 아가를 데려오면 안 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이나 그 서러운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더군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나가 보니 아주 작은 아가 냥이가 화단 뒤에서 잔뜩 웅크리고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꽁지와 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사본 -20130725_015313_IMG_2420[1].jpg 꽁지를 업어온 첫날


돌이켜 보면 우리 꽁지는 참 무던한 아이였습니다.


휴대전화 충전기 줄 몇 개 끊어먹은 일 이외엔 큰 말썽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한때 9kg에 육박하는 엄청난 몸매의 소유자였지만 다시 정상 몸무게도 되찾았지요.

위로는 쭈쭈 오빠와, 아래로는 라라 동생을 두었던 꽁지는 기특하게 적응도 참 잘했습니다.

2년 전 남편과 결혼하면서 강아지 두 녀석과 합사를 하게 되었을 때에도,

걱정과 달리 깨발랄 강아지들과도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크게 아픈 일도 없어서 제 속을 썩이는 일도 없던 녀석이었습니다.

사본 -20200626_001036[1].jpg 새 식구가 된 라라와도 잘 지내준 꽁지
3472533944679853404.jpeg 깨발랄 강아지들과도 잘 어울려준 꽁지


그런 아이를... 저는 잃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하루는 단출해졌습니다.


늦은 퇴근 후에 안방 불을 켜면 '집사야, 왔냐?' 하며 침대를 떠억하니 차지하고 있던 녀석을

이젠 볼 수 없습니다.

냥이 화장실 청소도 금방 끝나고, 사료도 물도 예전처럼 빨리 줄지가 않습니다.

잠들기 전이면 매일 궁디팡팡 해달라고 들이미는 엉덩이도 이젠 없습니다.

그 빈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막내 라라는 더욱 우렁차게 울곤 합니다.

20240413_104045.jpg 꽁지의 넋으로 핀 밤나무 이파리들


지난 4월 3일 이른 아침, 저와 남편은 꽁지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젠 하늘나라 별이 되어서 저희 가족들의 삶을 바라보고 지켜주겠지요.

꽁지를 보낸 마당 한 켠 밤나무에 새 잎들이 돋았습니다.

그 이파리가 손바닥 크기로 자라고, 까슬까슬 밤송이를 피워내고, 밤알이 떨어지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꽁지는 제 가슴속에서 영원히 숨 쉬고 있을 것입니다.


꽁지야... 너와의 모든 순간이 고마웠어...

잘 가렴,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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