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그노네 Jan 10. 2024

4. 이직과 한글학교

호주에서 살아남기


 호주에 도착한지 약 두 달 쯤 되었을 즈음 안정적이었던 유치원을 퇴사했다. 물론 워홀러 신분으로 전문직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호주까지와서 일과 집만 반복하는 쳇바퀴도는 일상에 회의감이 들었다. 언젠가 이 일을 퇴직까지 해야할 날이 올텐데 벌써? 라는 생각과 이건 내가 생각한 워킹홀리데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평생 한 번, 1년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겨야 했다. 운좋게 집주변 로컬 케이커리에서 유치원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대에 올라운더(all rounder)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바로 찾아가 이력서를 내밀었다. 곧 바로 일주일정도 트라이얼(trial)을 거치고 올라운더로 일하게 됐다!


호주는 서비스직의 경우 트라이얼이라고하는 시스템을 거쳐 고용확정이 되는데, 약간의 서비스직계의 인턴이라고 보면 된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1~2주 정도 무급(무급트라이얼은 가지 않는 것을 추천) 혹은 최저시급으로 짧게 일을 직접해보고 고용주가 고용을 할지 안할지 정하는 것이다. 고용주 뿐만 아니라 구직자도 이 기간에 나와 맞지 않는다면 계약을 무를 수 있다. 나는 후자의 이유로 이 트라이얼 시스템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력서나 간단한 연락으로 면접을 잡은 이후에 일해봅시다! 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일하기로 한 이상 잘 맞지 않거나 단점이 보여도 당장 그만둘 수 없으니 그냥 다니는게 부지기수다. 그런데 트라이얼은 구직자 입장에서도 돈받고 이 곳이 어떤 곳인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인셈이다! 나는 일주일정도 트라이얼 후에 최저시급이나 무려 5불이나 더 받고 풀타임 스탭으로 고용되었다.


여기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 구직 꿀팁을 주자면, 앞선 에피소드에서 말했듯 호주는 아직도 아날로그한 부분이 몇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워크인으로 구직했던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알바몬이나 알바천국같은 구직 사이트나 어플 사용이 더딘 편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식당가도 키오스크나 큐알코드 주문을 받을 정도로 비대면 방식이 많이 보급되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호주인들은 아직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 서툰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온라인으로 공고를 보고 직접 찾아가 한 방에 구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온라인으로는 내 주변 혹은 내가 원하는 지역에 어느 곳이 구인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지원은 오프라인으로 직접 찾아갈 것을 추천한다! 주변인들만봐도 온라인으로 레쥬메 50통 100통 돌려도 대답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내가 직접 찾아간다면 그거야말로 확실한게 또 어디있겠는가!



호주하면 두 말 할 것 없이 해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드니는 항구도시라 정말 여기저기 널린게 바다다.

시드니에 있으면서 시티에서만 놀았지 제대로 된 바다구경을 못해본 것 같아 주말에는 맨리 비치에 다녀왔다.



 내가 일하는 카페는 지역 로컬카페로 오지(호주인을 일컫는 Australian의 슬랭 Aussie)사장이 운영한다. 직원들도 당연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인데 나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그만둔 선임이 공교롭게도 한국인 언니였다. 약 2주정도밖에 함께 일하지 않았지만 워홀내내 특별한 인연을 유지한 사람이다. 아마 언니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한국인인 내가 후임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는 언니는 내게 선뜻 결혼 증인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남편은 뉴질랜드 사람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결혼식을 한 후 집에 돌아와 남편측 증인 산드라와 신부측 증인인 나를 포함한 넷이서 홈파티를 즐겼다.


출석체크용 사진

벌써 개학을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가 모국어로 굳혀진 아이들로 굳이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나 둘 씩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기특하다. 한 아이는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상생활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만 중국어와 한국어를 배우러 다닌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 한인 2.5세로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시는데 아이는 자기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사실 몇몇 아이들은 이미 영어를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럴때 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No one knows what's gonna happend in your life, I also did not know that I'm gonna work in Australia. what you are you gonna do if you wanna live or work in other country in the future? Speaking another language expand your life so much" 라고 말하곤 했다.

네 인생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나도 호주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만약 다른 나라에서 살고싶거나 일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할거냐고,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삶을 정말 많이 확장시켜준다고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영어사용자는 태어날 때부터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보니 모국어가 세계 공용어인 기분은 어떨까.



이번 주는 영국여왕의 생일을 맞아 조금 긴 연휴가 있었다. 호주는 대통령이 없는 영연방 국가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고 여왕의 영향을 받는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그런 문화권에 영향을 받는 국민도 아닌 사람으로서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호주는 연휴에 식당과 카페 등 모든 서비스업장에서 10%의 Holiday surcharge(휴일 추가요금)이 붙는다.

뿐만 아니라 연휴에 일하는 직원들도 시급을 더 받을 수 있다. 연휴에 마땅히 쉬는 사람이 있는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어찌보면 정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는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만 5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연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거나 일정이 없다면 차라리 돈을 더 버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하우스 메이트 기다리는 사진

 이렇게 최신 아파트에도 열쇠를 쓰는 거 보면 호주는 도어락 보급률이 별로 안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도어락은 부수고 침입할 위험이 있어서 그런가(?) 그리고 우편함도 보안에 예민한 편이다. 각 세대 우편함마다 열쇠로 잠궈져 있고 열쇠가 있어야지만 열고 우편함을 열람할 수가 있다. 한 평생을 도어락으로만 살아온 사람으로서 열쇠를 지니고 다니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쉐어하우스에 사는 것은 나에게 다행인 일일수도 있다. 내가 열쇠를 깜빡잊어도 열어줄 사람이 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


셀레나가 곧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실 셀레나가 없었더라면 말그대로 맨땅에 헤딩 할 자신감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낯선 땅에 아는 사람 한 명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래서 셀레나가 떠난다는 소식이 더 청천벽력처럼 느껴진다. 왜 바보같이 셀레나는 내 곁에 끝까지 있어줄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셀레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진짜 내 호주 생활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셀레나 없이도 호주에서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셀레나가 떠남으로 하여금 내 호주 생활도 제 2막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

작가의 이전글 3. 노멀한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