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새겨지는 언어

언어의 온도

by 옥희


이기주 교보문고 북멘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서울경제신문 기자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을 집어 든 것 같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우리말이 대표적입니다. 한 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 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긴커녕 꽁꽁 얼어붙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한 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요.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닌듯하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또 마음에도 있다.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내가 뱉어내는 말의 온도, 자주 재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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