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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Jul 16. 2024

한번 갱신한 내 면허증. 하지만 나는 초보운전

장롱면허에서 탈출하기

대학시절 운전면허시험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리 따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면허열풍이 생겼다. 미리 면허를 따두면 렌터카도 빌릴 수 있고, 무사고 기간도 길어진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도 시간이 될 때 바로 필기 문제집을 구매해 필기공부를 시작했다. 필기는 한 번에 합격했고 필기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면허시험장 앞에서 명함 하나를 받았다. 


도로연수 35만 원 합격할 때까지.


정규 학원에서 하는 게 아니라 사설 학원이라는 이야기였다. 예전에 컬투쇼에서 사설학원 조폭 같은 강사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나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 아마 같은 곳이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이 생겼다. 


사설학원에 상담전화를 하면 목소리 좋은 남자상담사가 연락을 준다. 문자를 보내도 친절하게 바로 답변을 해준다. 처음 자동차에서 만나 30분가량의 간단한 운전연수를 한 뒤 등록을 진행하게 된다. 핸들위치나 방법 그리고 기계 같은 걸로 조작법을 배웠던 것 같다. 결제가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도로에서 운전연수를 하는 강사로 바뀐다고 알려주셨다. 당연히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같은 미중년 상냥 강사님을 상상하며 다음 연수에 강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강사님이 나를 처음 보자 하시는 말씀이 

그래 나도 드디어 젊은 수강생 받아보네~~~ 매번 겁 많은 아줌마들만 가르치느라 힘들었어~~


전라도 사투리 짙은 50대 아저씨셨는데 수다가 많으셨다. 나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상냥했던 강사님 온데간데없고 거친 조폭아저씨가 와서 운전연수를 해주신다고 하니 말이다. 

운전을 할 땐 말이야 멋있게 한 손으로 이렇게 핸들을 잡고 하는 거야~ 핸들 돌릴 때 왜 자꾸 두 손으로 그래 그럼 더 안 돌아가~~ 선글라스 또하 끼고 이렇게 해야지 멋있는 거지!~~


이 강사님은 멋있는 운전을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주로 학교수업이 끝나면 와서 연수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면 강남, 대치 학원가 이렇게 차량이 모이는 곳에서 운전을 하게 되어 실제로 운전연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강사님을 만나는 것만 한참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외곽으로 빠져나가 중간중간에 한번 세워서 강사님 아는 매장 하나씩 둘러보고 담배 태우시고 오고 나는 기다리며 운전연수를 진행했다. 그냥 원래 이런 게 운전연수구나 싶었었다. 


그 당시 정규학원이 48만 원이고 사설학원이 35만 원이었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13만 원의 차이라 큰 차이였다. 하지만 누군가 사설학원을 고민한다면 뜯어말리고 싶다. 운전연구 하는 내내 너무 만나고 싶지 않았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강사가 되려고 하면 자격증도 있어야 하는데 사설강사님들은 그런 거 없이 그냥 자기 방식으로 이론 없이 가르치기 때문에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결국 나도 2번이나 떨어지고 나서 3회 차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락되었던 이유도 기초적인 부분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특히나 운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안전운전에 대한 기본을 듣지 못했다. 지금 와서 좋은 강사님께 다시 연수를 받아보니 그 퀄리티의 차이는 13만 원 이상의 것이다. 만약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운전연수를 알아보고 있다면 운전연수 전문학원을 추천한다. 


그렇게 취득하고 꼭 한번 렌터카 빌려서 여행을 떠나야지 했던 나는 

운전 한번 못해보고 13년을 훌쩍 보냈다. 한 번의 면허분실로 국제 면허를 발급받아보고 지금은 갱신하여 모바일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시동도 못 건다.


요즈음, 한 번씩 넓은 동선의 세계를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동차가 없어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일화들이 생각나며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저녁시간대에 업무가 생기거나 경기권 출장, 경기권 업무가 있을 때 환승이 너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 자동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부담이 되던 차였다. 그러던 중 이사를 계획하게 되며 서울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으니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이사하고 내 주차공간을 배정받으면 자동차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이제 운전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도로연수업체 이곳저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진짜, 해보자,
나도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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