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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PKU Feb 24. 2024

그럼 가보자고! 먹기 명상

밤 9시 2분. 밤 양갱으로 입문하는 '먹기 명상' 체험기

ⓒHelena Lopes


때가 됐다. 일에 치여 후다닥 해치워 버려야 하는 밥때가 아닌,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한 밥 시간. 거기에 명상을 한 스푼 더한 시간이다.


밤 9시 2분. 냉장고에서 밤 양갱을 꺼낸다. 저녁 대신 대충 때우려 했는데 무심코 먹기 명상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안에 쥐고 있는 밤 양갱도 명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 그렇다. 깨닫고 나니 먹기 명상이 얼마나 친숙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몸소 느껴진다.


자세를 잡고 앉아야 하거나, 심신의 안정을 위해 명상음악을 틀거나, 향을 피운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고작 과자 한 조각도 명상의 첫걸음이 될 수 있으니까.


1. 음식 준비하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안의 양갱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벗긴다. 먹기 명상 가이드에서는 분명 ‘한 입’ 거리를 준비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양갱의 포장지를 벗기니 ‘한 입’ 거리는 내가 직접 입으로 분리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속살을 드러낸 양갱을 한 손으로 들고 눈앞으로 가져온다.


2. 살펴보기
냉장고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양갱은 찬기를 머금고 있다. 첫 느낌은 단단했는데 체온에 녹아 조금씩 말랑말랑해진다. 조금 진심으로 먹기 명상을 체험하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양갱의 맨살(!)을 눌러본다. 아주 약간 끈적인다! 그리고 살짝 촉촉하다. 자세히 살펴본 양갱은 단단-말랑하고, 끈적-촉촉하다. 다음은 색감. 분명 기억 속의 양갱은 새까만 색이었는데 다시 보니 짙은 갈색을 띤다. 표면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양갱을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분명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걸 무슨 냄새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약간 쿰쿰하고, 어딘가 익숙한 밤 조림의 냄새도 난다. 양갱을 먹지 않고 이렇게 세심하게 살펴보다니.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다. 


점점 더 양갱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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