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통한 마음챙김과 명상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을
베이글 안에 넣으면 그건 진실이 된다.
모든 건 부질없다는.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中
대학생 적에는 삶의 의미나 목적에 대한 물음을 하루 종일 붙들고 다녔다. 이 답만 찾으면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삶의 어려움이 이해되고, 이를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간다는 죄책감 딛고 매 순간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품기 전에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삶의 의미란 없다’는 답이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얼마 못 가 나는 이 대답 앞에 멈춰 섰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젊은 시절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적인 글을 읽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다는 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니. 나라는 존재가 우주의 먼지나 밤마다 잠을 설치게 만드는 벌레와 다를 바 없다니. 절벽 앞에 선 사람처럼 마음이 아찔하기만 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자신의 삶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 조부 투바키가 나온다. 그녀는 이 경험 이후 거대한 허무주의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그녀에게 남은 삶은 짜인 각본에 따라 살아가는 지루한 반복에 불과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도 악도 없다는 듯 가벼이 사람들을 헤치며 살아가는 그녀는 엉뚱하게도 링 모양의 빵인 ‘베이글’을 모시고 신성시한다. 한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은 그녀에게 유일한 세상의 진리, 즉 허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베이글을 숭배하게 된 일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날 심심해서 모든 걸 베이글 위에 올려봤어. 나의 모든 꿈과 희망, 어릴 적 성적표, 개의 모든 품종, 인터넷 구애 광고, 참깨, 양귀비씨, 소금. 이 세상 모든 걸 베이글 위에 올리면 진실이 되더군.
모든 건 다 부질없다는 진실."
회의적인 그녀와 달리 아직 세상의 가능성을 다 알지 못한 사람들은 삶을 텅 빈 허무로 보기보다, 채워야 하는 무언가로 본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게 발전해 왔다. 무지하기에 앎을 쫓았고, 불완전하기에 완전함을 추구했다. 더 나은 무언가, 내일이란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희망은 무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비롯한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은 안다'는 건 투바키를 망가뜨린 저주의 실체로 볼 수도 있다.
☞ 전체 내용 보러 가기 https://www.ipku.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