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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l 21. 2016

엄마의 등


이건 너 낳고 생긴 거야. 엄마는 어깨 뒤 쪽 소매를 걷으며 붉게 오른 반점을 보여주었다.

수진이 낳을 땐 안 그랬었는데, 너 낳고서는 배랑 그런 데에 뭐가 막 나가지고, 그게 엄청 아팠는데, 약을 먹으니까 거의 다 들어가서 이쪽에 남아있는 건 몰랐지. 그러고선 치료를 안 해가지고 봐봐, 이게 지금 모양이 신기하잖아. 나비잖아, 나비. 이렇게 번져버렸다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나비 모양처럼, 새싹 모양처럼 신기하게도 생긴 모양새였다. 도톰하게 부어오른 흔적은 아파보이기 보단 무언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옛날엔 이게 하나였는데, 점점 번져버려서 두 개가 되더라. 혼자서 세포를 키워나가는 건지 커 질 땐 찌릿 찌릿한 게 다 느껴진다니까. 치료를 하긴 해야 하는 데…. 이러다 꽃이 되는 건 아닐까 몰라. 



곧 있으면 그렇게 되겠는데. 하고 말 할 수밖에 없던 것이, 왜냐하면 정말로 예전에 얼핏 봤을 땐 그건 길쭉한 하나의 모양이었고 지금은 완전히 둘로 나뉜 나비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냥 두면 정말로 꽃이 되려나, 하는 게 최선이었다.    

얼른 수술 해. 

그래야지. 

….

그러고 보니 벌써 얘도 스물두 살이나 먹었네. 나도 늙었고, 얘도 늙었다. 가끔 찌릿 찌릿 하긴 해도, 아무 문제없으니까 여태 냅뒀지. 그나저나 시간이 있어야 없애든가 하지. 시간이 안 나서….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나 왔다. 철없는 스물두 살 딸내미는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는데, 마흔 다섯 살 먹은 우리 엄마는 숨이 차도록 달려왔다. 온 몸에 뾰루지가 생겨서 아파할 때도 난 그저 포대기에 누워 응애 하고 우는 게 다였고, 갑자기 홍수가 나서 집에 물이 차도 나는 수진이의 손을 잡고선 기도 했던 게 다였다. 내가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엄마가 달렸기 때문이겠지. 엄마가 나를 끌고 달렸기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엄마는 달렸어도 많이는 못 갔을 테지. 철없는 스물두 살 딸내미는 아직도 철 들 생각이 없이, 응애, 하고 운다. 어느 세월이 되어서야 내가 엄마 앞에서, 이제 딸내미도 늙었어. 하게 될까.     


엄마는 자신의 엄마가 늙어간다고 슬퍼했다. 정말로 할머니는 몇 년 전과는 달라지고 있었다. 무언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생김새를 제외 하더라도 ‘늙었다’는 게 느껴지곤 했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나도 늙으면 저럴려나, 하고 말했다. 엄마도 아직 엄마 앞에서는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니까 나도 마흔 다섯까지는 늙지 않게 될까. 엄마처럼.    


어째나 저째나 엄마는 오늘도 저걸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 없고, 철부지 딸내미가 병원에 가래도 다음에, 하는 게 전부였다.     


말이나 꺼내지 말지. 속상하게. 나 때문에 생긴 저 붉은 반점이 밉다. 말이나 꺼내지 말지. 병원에 가래도 안 갈 거면서. 찌릿 찌릿 번져나갔다면서. 미련하게 스물 두 해나 저걸 껴안고 살았다. 엄마의 반점이 꼭 나의 죄책감 같아서 보고 있기가 싫었다.    


미련한 엄마 같아서.       

철없는 딸내미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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