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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ul 22. 2016

틈의 소리와 소리의 틈

 

그러고 보니, 나는 틈을 싫어했다. 문을 열려면 활짝 열거나 아예 닫거나. 이왕이면 닫아서 틈을 없애는 게 좋았다. 틈. 작으면 작을수록 더 신경 쓰이는 저 틈. 조금씩 벌어져도 눈치 채지 못할 것 같은 틈.    


또, 그러고 보니, 나는 시계가 똑딱 거리는 소리를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찰칵, 찰칵, 하는 규칙적인 소리. 특히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 그러니까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문이 반쯤 열려있는 방에 누워있을 때, 방 밖에 매달린 시계에서 나는 소리다. 똑딱은 무슨. 시계 초침 소리는 그렇게 경쾌한 소리가 아니다. 어느 순간에도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경고의 소리고, 잠에 들 때도 가버린다는 예고의 소리다. 더욱이 초침은 당연하게 1 초마다 한 번씩 나는 소리로, 그 소리들 가운데에는 틈이 있다. 작으면 작을수록 신경 쓰이는 틈.    


찰칵, 찰칵, 아닌가. 아주 정확하게 쓰자면 두 음절로 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적어도 우리 집에 있는 시계가 내는 소리는 아마도 찱 아니면 찵 같은 소리다.    


찱-, 찱-, 찱-, 찱-. 평소에는 다른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던 게, 방구석에 박혀 조용히 듣고 있으면 생각보다 꽤 시끄럽다. 또 계속하자면 세상에 소리가 저 소리밖에 없는가, 하고 생각을 한다. 그러다 마침내는 더 이상 시계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군인들이 행진할 때 나는 발자국 소리인가, 혹은 기계가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절단하는 소리인가.    


궹-.    


규칙적인 초침 소리는 단 한 번의 피아노 소리로 인해 흩어지고 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쥐 죽은 듯이 숨어버리는 간사한 틈들. 더러운 시간의 노예들.     


직접 치는 피아노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미, 도, 레, 미, 치는 대로 나는 소리. 원하는 박자로 원하는 음을 춤추듯이 그린다. 는 건 직접 치는 피아노에서만 나는 소리.     


궹-.    


이 소리는 분명 6층이나 8층에서 피아노를 치는 소리다. 더럽게도 못 치는 걸 보니 초등학생인가보군. 그래. 나도 어렸을 때 저런 걸 친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칠 때와 니가 칠 때는 다르지. 미, 도, 레, 미, 로 들리지 않는 피아노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6층이나 8층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는 죄다 궹-, 궹-, 궹-, 댄단 말이다. 혹시, 그 집에서 종을 같이 치나? 궹-. 아니면 뭐 징이라도 같이 치고 있나? 궹-. 차라리 아까 찰칵거렸던 초침 소리가 낫겠다고 생각할 때 쯤 그 아이가 피아노를 멈춘다. 아아-. 연습이 한 번 끝났나 보군.


다행인 건 저 아이가 피아니스트를 꿈꾸지 않는다는 거다. 생각보다 연습 시간이 짧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것 말고는 6층인가 8층은 꽤 좋은 이웃이다. 얼굴 볼 일이 없었거든. 얼굴 볼 일이 없다는 건 요즘 세상에선 좋은 말이다. 따지러 갈 게 없다는 거니까.     


여차저차 밤이 된다. 나는 아마도 8시 49분 즘부터 방문을 닫는다.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입을 다무는 것처럼 굳세게 닫는다. 밖의 티브이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오고 베란다 밖으로는 오토바이 소리나 차 경적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며 공간도 소리도 아무런 틈 없이 시간을 보낸다.     


틈 없는 시간은 나른하다. 모든 것이 꽉 맞물려 있기 때문에 피곤하다. 그 속에서 나는 저절로 느슨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구나…. 빼곡이도 돌아가고 있구나…. 하며 녹은 고무줄처럼 잠에 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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