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그게 이빨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거칠게 굴려 먹었어. 누가 봐도 색소를 섞은 설탕 덩어리 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어. 누군가에게 반항이라도 하듯이, 아주 보란 듯이 사탕을 굴리다 보면 달콤함도 잠시. 입 안이 온통 얼얼하기만 해. 달아서 너무 달아서 입 안이 까끌까끌, 온통 불편한 것들 투성이로 변해버리지. 호기롭게 굴리던 사탕이 더 이상은 맛있지 않아. 그냥 아주 볼품없는 플라스틱과 다른 게 없지. 뱉을 순 없었어. 그러면 사탕이 슬퍼 하니까.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 테지. 그렇게 이해해 주기로 하며, 까끌한 입 속을 열심히 더듬으며 결국 씹을 수 있도록 작아졌을 때 씹는 게 내 작은 예의였어.
사실 나는 어렸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사탕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 어렸을 땐 그게 설마 내 목구멍이라도 막을까 무서웠고, 커보니 그것보다 맛있는 게 훨씬 많았지. 세상엔 싸구려 사탕보다도 풍부한 맛을 가진 것들은 충분히 많잖아.
그래. 그렇지만 가끔. 그게 이빨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저걸 내가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집어 먹었어. 그냥 색소를 넣은 설탕 덩어리일 뿐인데 그게 가끔은 아주 맛있어 보였어. 그런 볼품없는 덩어리가. 그런 볼품없는 덩어리도 그렇게 보일 때가 있었어.
그런데 누군가는 그 덩어리가 아주 좋았을 거야. 매일 하나씩 먹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아니 하나 가지고는 안 되고 한 열 개 쯤 먹어야 괜찮아질 정도로 좋았을지도 몰라. 나는 그것을 플라스틱 덩어리와 같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투명하고 아름다운 유리구슬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뱉지 않았던 거야. 뱉어버리면 그것은 정말로 볼품없어지니까. 혹시나 누군가 그걸 보고 슬퍼할지도 모르잖아.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래도 내 입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게 얘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사람도 버려진 사탕을 보는 것 보단 애초에 그런 광경을 보지 않는 게 훨씬 좋지 않겠어?
그래서 입안이 얼얼해도 꾹 참았어. 내가 이렇게 사탕을 뱉지 않으면, 이 세상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누군가는 혹시나 사탕을 싫어하는 사람이 사탕을 보고서 흔들릴지도 모르니까 치워놔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도 그 사람을, 또 다른 이가 나를,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이를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어떤 불편함도 없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사탕을 집지 않기로 했어. 꾹 참기로 했어. 녹아도 즐겁게 녹아가라고. 즐거운 이의 입 안에서 즐겁게 녹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