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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Jan 14. 2017

조용한 휴일날의 수프와 샌드위치

어쩌다 생긴 휴일을 한가롭게 보내는 방법

손가락을 다쳤다.

어쩌다 꼬매기까지 하게 되어 강제로 휴무가 생겼다!


  평일 날, 쉬는 날이 생기면 모두들 그렇듯 갑자기 즐거워진다. 지금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고, 그래야만 후회가 없을 것만 같다. 나는 그런 평일 휴일을 맞이하게 되면 주말에는 꿈에도 꾸지 못했던 가게에 가서 여유를 부리 곤 거나 아주 느긋한 식사를 즐기곤 했는데, 이번엔 한 번 혼자 조용히 저녁에 다녀갔었던, 아주 예쁜 샌드위치 가게를 '낮에' 가보기로 했다.


  겨울이라 거리는 휑하고 몸도 마음도 시려 죽겠는데,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도 너무나 미니멀하다. 분명 안에 들어가면 따듯하겠지만 이왕이면 따듯해 보이는 디자인의 가게가 없을까. 식물원 같은!

그렇게나 겨울을 기다려왔던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좋다면서 휑한 거리는 보기가 싫다. 그런 때에 정말 좋은 가게를 찾았다. 이 곳만 계절이 다른 것처럼 푸릇푸릇하고 신선하며 따듯한, 식물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정원까지는 괜찮은 그런 가게를!




  이전에 휴식과도 같은 식사를 찾다가, 석촌 호수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바'를 알게 되었다. 샌드위치를 식사 메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지만 어지간히 배도 찰 것 같고, 무엇보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한 번 가 보았었는데 그 날 이후로 나는 이 곳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 다음엔 꼭 낮에 가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다.


  이번 겨울, 가장 춥다는 날. 추운 바람을 뚫고서 이 곳을 찾았다. 밖은 휑하다 못해 삭막한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푸릇푸릇 경쾌하고 산뜻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이 보였다. 밖과 안이 젼혀 다른 세계와도 같아서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온갖 곳에 놓여 있는 갖가지 푸른 소품들과 진짜/가짜 식물들. 어지러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편안한, 이상한 느낌이다. 해가 실내를 비추니 정말로 영화 속의 가게를 보는듯한 다채롭고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 경쾌한 재즈 음악이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멋진 가게다.





  참고로 밤에 간다면 낮과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이 든다. 낮의 이 공간이 누군가의 정원이었다면 밤엔 비밀스러운 다락방과도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와 본다면 단번에 깨달을 것이다.) 각종 조명과 사이키, 푸르뎅뎅한 식물들이 한데 모여 독특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숨겨져 있는 테이블이 있어 혼자 오기도 정말 좋다는 사실!

  구석인 데다, 식물들로 가려져 있어 비밀스럽게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다. 혼자 식사하기는 더더욱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평일 저녁에는 사람도 적으니 혼자라고 눈치 볼 일도 없다는 것!





  메뉴가 매우 다채롭다. 다양한 음료 및 주류, 샐러드와 샌드위치, 파니니 그리고 수프까지. 몇 장이나 되는 메뉴를 보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그중 우리는 식사를 위한 메뉴로 크림 마요 샌드위치와 울랄라 시푸드 수프와 바게트, 음료는 아메리카노와 레드 베리즈 에이드를 주문했다. 식사메뉴는 거의 다 만 원 언저리이고, 음료 메뉴는 보통~살짝 저렴한 편이다.



  각각 크림 마요 샌드위치와 울랄라 시푸드 수프와 바게트. 음식이 올라오자마자 맛있는 향이 코를 타고 올라온다. 흔한 메뉴인 샌드위치가 한순간에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바질과 닭가슴살이 들어간 샌드위치는 갓 구워져 나와 따끈따근하고,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수프는 보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이다. 평일 식사로는 어쩌면 사치 같기도 한, 건강한 느낌의 식사다.



  신선한 느낌 가득한 시푸드 수프.

  토마토 칠리 베이스에 새우와 홍합 등의 해산물과 단호박, 샐러리 등의 야채를 함께 넣고 끓였다고 한다. 따듯하지만 입안이 텁텁하지 않아서 깔끔하다. 한 입 맛보면 건강하다는 느낌이 풍긴다.

  정말로 휴일 날 먹어야만 할 것 같은, 휴일의 식사 다운 수프.



고소하고 짭짤한 크림 마요 샌드위치.

  먹다 보면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갓 나와 뜨거울 땐 뜨거운 대로 매력적이고, 조금 식고 나면 바삭한 식감과 풍만한 바질향이 제대로 느껴진다. 달달하고 새콤한 샐러드가 조금은 느끼할 수 있는 샌드위치를 보강해준다.

 샌드위치가 이렇게 정성스러운 음식이었던가, 깨달을 수 있었다.



  입 안 가득 샌드위치 한 입에, 새콤달콤 샐러드로 입가심한 뒤 따듯하고 신선한 수프를 곁들이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식사라는 게 평소엔 먹는 행위 자체가 목적일 때가 많기 때문에 그저 즐겁기 위한 휴일 식사는 더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때우는 밥도 아니었고, 배가 너무 고프지도 않았다. 힘을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부러 많이 먹지 않아도 되었고,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사를 하기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식에, 음악에, 풍경에 느슨해진 식사. 아, 일상에서 전투를 치르던 것이 과연 언제였었는가. 모든 것을 잊을 만큼 한가롭다.



  잠깐이라도, 매서운 바람과 지겨운 일과 그 어떤 것도 기억에 없는 사람처럼 굴어본다. 이 푸르고 이상한 공간에서, 사방이 계절을 거부하는 곳에서, 평소 먹지도 않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나는 하루가 뿌듯해진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앞 석촌호수에 들렀다. 해가 저무려는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듯 강에 잔잔히 비추었다. 정말로 즐거운 식사였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런 하루를 보냈다.


  단지 느긋한 식사 한 번에 이렇게나 즐거워질 수 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식사 한 번 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실이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이렇게나 간단하고 사소한 즐거움 하나를 만끽했다는 것이, 오늘 하루가 아마도 신나는 하루로 기억된다는 것이. 그런 하루가 매일이 되기 위한 삶을 산다는 것이.


  그리고 나는 당신의 식사 역시, 나와 같았으면 한다. 당신만의 시간 속에서 당신만의 휴일을 즐기기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매 순간을 즐겁게 보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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