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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ST ICLAB Nov 29. 2023

과학기술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MODY: 사회활동가의 마음건강을 위한 감정기록 다이어리 앱을 제작하다

Empowering Change: Building a Mood Recording App for Social Activists' Mental Well-being
[그림 1] 사회활동가를 위한 마음건강 다이어리 앱, MODY의 기록하기, 나의 기록, 심리검사, 활동 탭이 구현된 모습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어쩌면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의 거리만큼이나 매우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많은 HCI 연구자들이 Accessibility를 높이는 기술, 새로운 기술 개발 프로세스에 Minority Stakeholder를 참여시키는 프레임워크 등을 연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ICLab에서는 웰빙을 주요 연구분야로 삼으며 지속적으로 심리 건강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는데, 스트레스나 우울과 같이 마음의 안정이나 생활에 불편을 주는 요인들을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며 시스템이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한다. 심리적인 고통을 가진 자들이 겪는 대인 관계, 생산성 및 생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 안녕과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연구라고 할 수 있다.


ICLab에서 한 학기를 보내면서 심리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수강을 결정하게 된 수업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번 학기에 수강중인 카이스트 전산학부의 <테크포임팩트> 수업, 그리고 우리 팀의 프로젝트 <사회활동가를 위한 마음건강 다이어리 앱, MODY>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 영향력을 위한 기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테크포임팩트>


테크포임팩트 수업은 카카오임팩트와 함께 기획된 수업이며 카카오임팩트 펠로우 및 카카오의 개발자 분의 멘토링을 받으며 진행된다. 


테크포임팩트의 강의계획서에는 이 수업이 “자신의 일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회 혁신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활동이 기술을 통해 더 확장될 수 있도록 기술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수업”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비영리조직을 창업하고, 환경, 다양성, 건강,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분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 팀의 펠로우님은 사회활동가를 위한 상담소, <뜻밖의 상담소>의 김지연 상담가로, 활동가 심리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 일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를 요구하셨다. 뜻밖의 상담소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가들을 위한 심리지원을 해오고 있는 상담소다. 활동하면서 겪게 되는 대리외상, 소진, 사이버불링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쉼과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상담소 공식 홈페이지 및 카카오 임팩트 브런치 글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사용자 파악부터 개발까지


타겟 사용자에 대해 알아보다


이 프로젝트의 타겟 사용자는 “사회혁신가/시민사회활동가”이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활동가”라는 단어는 모호했고, <뜻밖의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은 주로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펠로우님과의 논의를 통해 이를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여성 인권단체, 교육기관 인권단체, 성소수자 인권단체, 노동조합, 정당, 대안학교 등의 공익적 활동 단체 혹은 인권 단체에 소속되어 있거나 공익 변호사,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등을 직업으로 삼아 공익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그림 2] 인권활동감와 공익활동가의 마음건강 실태조사 결과

인권활동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조사 결과에 의하면 활동가들의 심리 건강 위험군 비율이 우울, 강박, 대인예민성, 불안 등 많은 분야에서 전국 성인 대비 매우 높다고 한다.1) 주요 원인은 인원 부족과 높은 업무량으로 인한 잦은 번아웃이었다. 한 사회활동가가 심리적 소진으로 인해 활동을 종료하면 또 다른 활동가의 업무량이 높아지게 되므로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그들의 심리 건강을 돌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면 공통적으로 듣는 질문이 있었다. “사회활동가를 위한 마음건강 다이어리 앱은 일반 사용자 타겟과는 어떻게 다른건가요?”였다. 사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이에 대해 쉽게 답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용자 분석을 하나의 큰 과업으로 삼고 펠로우님 및 6개월 이상의 사회활동 경험 및 심리상담 경험이 있는 피실험자 6명과 반구조(semi-structured)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대학교 인권단체 활동가, 사회복지사, 대안학교교육종사자로 평균 2년동안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인터뷰 결과로, 현재 다이어리 앱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세 가지 디자인 필요성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번째로, 사회활동이 가지는 심리적, 감정적 소모가 일상적인 활동에 비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일상적으로 감정과 심리 상태를 기록하기에 체력적 장벽이 있어 더더욱 마음 건강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권 행사를 진행한 후 많은 소진을 경험했다는 한 인터뷰 대상자의 경우 그럼에도 행사를 진행할 당시 느꼈던 뿌듯함과 즐거움을 기억하기 때문에, 이를 기록하며 그 당시의 감정과 활동한 기록을 연결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활동가의 경우 미세한 차별, 혐오발언 등 “억압요소”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심리 상담이나 다이어리 앱의 경우 그러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공감하기보다 사용자 개인이 가진 특성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 서비스에서는 사회적 맥락을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활동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심리건강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특히 사회활동가들의 경우 그들의 활동이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커뮤니티 내에서의 사회적 지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파악했다. 나만 이 일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게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사회적 지지 및 “공감만족”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MODY를 소개합니다!


이러한 디자인 방향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횃불을 켜는 사회활동가들이 모여 소진되지 않는, 꺼지지 않는 모닥불을 만들자!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MODY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림 3] 디자인 컨셉을 설명하는 그림

    기획했던 기능은 다음과 같았다.


횃불을 켜다   했던 활동과 그와 관련된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서 “활동”이란 부스 행사 주최, 인권 세미나 참석, 행진 참여 등 사회활동을 타겟팅했지만, 일상적인 활동 역시 포함할 수 있게끔 기록 과정을 디자인했다. 기록을 하는 과정 속에서 내 감정을 떠올려보고 활동과 연관된 자신의 감정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관련된 서비스 구성요소: 기록하기 탭

예상하는 효과: 사회활동과 연관된 나의 감정 알아차림


횃불을 알아보다   약식 심리검사 및 검사 결과와 기록한 감정들을 모아볼 수 있는 통계 기능이다. 자신의 심리 상태 및 기록된 여러 사회활동과 감정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관련된 서비스 구성요소: 나의 기록 탭, 심리검사 탭, 활동 탭 <응급키트>

예상하는 효과: 일상적인 심리 상태 파악을 통한 자기 인식 강화 및 대처


횃불을 나누다   사용자들이 사회활동에 대해 기록할 때 공개하기를 원하면, 해당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의 수와 함께 리더보드에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이 응원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다.   

관련된 서비스 구성요소: 활동 탭 <지금 우리는>

예상하는 효과: 사회적, 정서적 지지 강화


[그림 4] 앱의 주요 기능과 기대하는 효과



나의 기록 돌아보기와 Personal Informatics   


[그림 5] 나의 기록 탭을 구성하는 컴포넌트


서비스의 feature 중 특히 “나의 기록 돌아보기” 부분의 컴포넌트 디자인 및 실제 개발을 집중해 맡았는데, 그동안 기록한 일기를 감정별로 확인할 수 있고 기록된 감정들의 구성에 대한 차트를 제공하며, 변화하는 심리검사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각화를 제작했다. 또 연속적인 기록을 증진시키기 위해 최근 7일동안의 기록양을 디자인 컨셉에 맞도록 비유적으로 표현해 사용자들을 독려하고자 했다.    


이처럼 사용자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 및 시각화 해 보여주고, 사용자가 자신의 기록을 반추하고 더 나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Personal Informatics라고 한다.2) HCI 분야에서 PI는 영양학, 신체/정신 건강 등 많은 domain에 적용되어 사용자들의 반추 및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3) PI를 통해 자신의 신체활동을 정량화하고 자가 모니터링 하며 자신의 신체 활동과 관련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연구4)나 PI를 보며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정신건강을 위해 실행 가능한 자기 개입을 하도록 돕는 연구5)등이 있었다.    


이러한 문헌들 및 기존 서비스에 기반해 자신의 감정 기록, 심리검사 기록에 대한 통계를 정량화 및 시각화해 제공하도록 시각화를 디자인했다. 사용자들이 “기록하기” flow에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나의 기록” flow에서는 지난 날들, 활동 기록과 그 당시의 감정을 돌이켜보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한 분석 및 sense making을 진행해 자기 인식을 증진시키고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등 심리 상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험  


한 학기가 끝나면 폐기되는 수업용 프로젝트, 연구를 위해 제작된 프로토타입 혹은 에러가 생겨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토이 프로젝트 개발을 주로 해온 나에게 실제 배포되어 사용될 use case를 고려하며 하는 개발은 처음이었다. 특정 태스크 몇개 뿐만 아니라 큰 규모로 다양한 flow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험 역시도 매우 새로웠다. 그만큼 어떻게 비개발자가 이 서비스를 유지보수 할 수 있을지와 관련한 끝없는 고민과 부담감도 함께 있었다. 다행히도 카카오의 개발자인 멘토님 뿐만 아니라 같은 팀의 팀원분들로부터 개발 과정, 배포 방식부터 관리자 플랫폼 및 기존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추후에도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팀 소개

카이스트 전산학부 학부생 5명과 석사과정 대학원생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 김선규: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담당해 관리하고 많은 부분을 구현한 개발 팀장
- 박혜수: 프로젝트 관리 및 사용자 분석, 브랜딩을 맡은 총괄 팀장
- 신명진: 심리검사 탭을 담당한 개발 팀원
- 유지은: 디자인 및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은 디자인 팀원
- 이호성: 기록하기 탭을 담당한 개발 팀원
- 함창수: 디자인 시스템 구축 및 그래픽 작업을 담당한 메인 디자이너, 디자인 팀장


또, 우리 팀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해결이라는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개발하는 9팀, 54명의 수강생들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내는 성과가 중요한 곳에서는 내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미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쉽게 잊게 되는데, 여기선 모두가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공감인 것으로 생각한다.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팀의 프로젝트와 또 더 나아가 이 수업이 어떤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 지금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나의 코드 한줄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가 닿는다는 경험은 나를 포함한 여러 수강생들의 마음 속에 꺼지지 않을 작은 불씨로 남아서 어떠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당연하게도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한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자칫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아 (연구자가 생각하는) 좋은 의도만을 가진, 허울뿐인 기술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기술 개발자와 과학 연구자가 좋은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고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만든 기술과 연구가 세상을 바꾸고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전선에서 발 벗고 뛰는 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References


1) 뜻밖의 상담소 (2021)「인권활동가 마음건강 기초조사 결과 발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2019), 「공익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2)  Ian Li, Anind Dey, and Jodi Forlizzi. 2010. A stage-based model of personal informatics systems. In Proceedings of the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10).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New York, NY, USA, 557–566. https://doi.org/10.1145/1753326.1753409

3) Ian Li, Yevgeniy Medynskiy, Jon Froehlich, and Jakob Larsen. 2012. Personal informatics in practice: improving quality of life through data. In CHI '12 Extended Abstracts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EA '12).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New York, NY, USA, 2799–2802. https://doi.org/10.1145/2212776.2212724 

4) Farhat-ul-Ain, Port, K., Tomberg, V. (2022). Digital Self-monitoring to Improve Perceptions Regarding Physical Activity: A Case of Quantifying Self with University Students. In: Stephanidis, C., Antona, M., Ntoa, S. (eds) HCI International 2022 Posters. HCII 2022. Communications in Computer and Information Science, vol 1581. Springer, Cham. https://doi.org/10.1007/978-3-031-06388-6_34

5) Kwangyoung Lee and Hwajung Hong. 2018. MindNavigator: Exploring the Stress and Self-Interventions for Mental Wellness. In Proceedings of the 2018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18).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New York, NY, USA, Paper 572, 1–14. https://doi.org/10.1145/3173574.3174146





작성자 소개

박혜수, MS student in ICLab, KAIST

연구 분야: HCI, Behavior Change Supporting System, Smarthome

홈페이지: hyesoopark.com

연락처: hyehy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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