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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맥도널드 크루 음악 콘테스트

by 디아쏭

학원에서 3명의 학생정도를 레슨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친구 한 명이 동네 친구들과 팀을 꾸렸는데 같이 하지 않겠냐고 연락해 왔다. 무슨 팀이냐고 묻자 맥도널드 음악 콘테스트를 위해 급히 결성된 팀이라고 했다. 내용인 즉 슨 맥도널드 크루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콘테스트가 있는데 1등을 하면 받게 되는 상금이 100만 원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1등을 한다 하더라도 밴드멤버가 5명이고 상금이 100만 원이면 한 사람당 20만 원 안팎의 돈이 돌아가는 적은 상금이라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졸업 후 딱히 하는 것도 없고 공연으로 커리어도 없는 상황이라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참가 대상이 맥도널드 크루였기 때문에 나도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별안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 나는 이곳저곳에서 튀어 오르는 기름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햄버거를 원래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더 싫어하게 되었다. 대회까지는 딱 4주가 남았다. 점장님의 특별한 배려로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만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손도 느리고 일머리도 없던 나에게는 고역이었다. 보다 못한 점장님이 한마디 했다.


“너 대회에서 1등 못하면 안 된다? 응?”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모였는데 합주비가 아까워 팀원 중 한 사람의 아는 분의 소개로 영업시간이 지난 실용음악학원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다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 팀을 하며 좋은 것은 딱 하나 있었다. 그동안 제쳐두고 있던 음악을 조금씩 주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던 것이었다. 그저 즐겁게 웃고 떠들며 못해도 상관없는 음악을 하고 있자니 깊이 묻어두고 있었던 음악의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다른 팀들과는 차별화된 노래를 해야겠어”


나는 기존 곡을 그대로 부르는 것보다 가사를 바꿔 부를 것을 제안했다. 기왕이면 맥도널드의 정신도 넣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임정희의 ‘Music is my life’ 란 곡이었는데 라이브 밴드 버전이 영상으로 남아있어 각 악기 파트를 연습하기도 좋고 락 적인 요소도 함께 들어있어 밴드팀이 노래하기엔 딱이었다. 제목도 바꾸었다. 맥도널드 이니셜인 MC를 따와서 ‘MC is my life’로 바꾸고 가사 내용도 전부 개사했다. 특히나 ‘힘들 때 날 일으켜준 건 음악이야’ 부분은 ‘날 일으켜준 건 통장잔고야’라고 바꾼 것이 가장 맘에 들었다.


맥도널드 크루 음악 콘테스트는 주말의 공연장 대여료가 비싼 탓에 평일 낮시간대 열렸다. 다들 어떻게 알바를 빼고 나왔는지 온통 맥도널드 크루들로 북적거렸다. 콘테스트에 출전한 팀 중에는 밴드로 참여한 팀이 우리를 포함해 두 팀이 출전했고 나머지는 솔로나 그룹형태 참가자들이었다. 총 12팀으로 순서는 주최 측에서 임의대로 정했다. 우리 팀은 마지막 순서였다.


긴장 없는 시시한 대회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순서가 가까워지자 손에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비전공자들로 구성된 멤버들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다독이며 무대를 진정으로 즐기면 결과에 상관없이 기쁠 거라고 사기를 이끌던 내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나는 혼자 가사를 되뇌며 초조하게 무대 뒤에서 대기했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은 이런 무대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듯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무대를 기다렸다. 밴드의 보컬은 음악의 꽃이라던가. 내가 못하고 실수하면 이 밴드의 결성은 아무것도 얻어가는 것 없이 돌아가게 된다.


드디어 우리 팀의 차례가 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에 올랐고 스텝이 건네는 마이크를 받았다. 드럼과 기타가 사운드 체크를 하는 동안 나는 무대 위에 서서 앞에 있는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이유들로 각자의 꿈을 안고 일을 하는 앳된 청년들의 청춘이 함께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우린 같은 동지라는 생각에 뭉클해졌다. 밴드의 반주가 시작되자 나는 최대한 가사가 잘 들릴 수 있게 발음에 힘을 주어 노래했고 가사를 이해한 크루들은 이내 열광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우리 멤버들은 이 순간에 벅차올랐다. 1등을 못해도 괜찮다고.


시상식이 시작되고 무대 오르기 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사라지고 겸손 가득한 얼굴을 한 멤버들은 우리의 팀 이름이 발표되기를 기다렸다. 1등은 우리였다. 막상 1등이 되고 보니 팀의 종착지에 다다른 것 같은 생각에 모두 아쉬움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등 상금은 100만 원의 현금이 아닌 100만 원 상당의 상품이었고 그 상품은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이었다. 멤버 중 한 사람이 아이폰을 가지기로 하고 자신의 몫을 뺀 나머지 80만 원을 우리에게 할당해 주었다. 동고동락하며 연습하며 누구보다 끈끈하게 뭉쳤던 우리는 콘테스트가 끝난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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