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는 게 힘들고 지쳐 죽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은 절대 아니다. 살아도 상관없고 죽어도 상관없는, 죽을 이유는 없지만 살아갈 이유도 없는 상태.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을 것이다.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마 40살 안으로는 죽지 않을까.
삶에 미련이 없는 이유는 더 이상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자극이 없다. 30년을 살아오면서 할 수 있는 건 꽤나 많이 해왔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이미 해본 것이 되어버렸다. 일, 여행, 게임, 술, 친구, 사랑, 등등 많은 것들에 행복해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잘 놀다 갑니다~'랄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감정이 익숙한 맛이 되어버렸다. 처음의 떨림도, 벅참도, 다 이런 거지 싶은 것들. 이젠 기대도 감탄도 없다. 문득 든 생각은, '이 정도 살았으면 됐다.' 한순간에 떠오르고 받아들여졌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글이었다.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 나의 인생을 글로 정리하자. 그러다 보면 앞으로의 삶의 목표가 생겨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 조용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보다 괜찮다. 누군가 박수를 쳐주진 않지만 내 손에서 나오는 글들은 나의 기록이고 나의 흔적이니까.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락을 끊은 건 아니지만 딱히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도,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은 열정도 사라졌다. 관계가 줄어든 만큼 감정의 소모도 줄었다. 조용한 삶을 바랐고, 그 바람대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따금 나의 부재를 상상하게 된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누가 나를 기억할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죽음, 애써 위로받고 싶지 않은 이별. 슬퍼하는 이 하나 없고 기억하는 이 하나 없는 조용한 죽음.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