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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오다 Apr 18. 2024

퇴사하는 3년차 디자이너의 회고

[TALK] after 3 years




  3년을 일한 설계 디자이너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점을 느꼈을까요? 또, 퇴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돌아본 디자인오다는 어떤 회사였을까요? 새로 만나는 사람은 만나는 사람대로,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대로 같이 일한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INTERVIEWER    마케터 유 

INTERVIEWEE    설계 디자이너 승



          퇴사를 앞두고 있는 퇴사자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승님이 언제 입사했죠?


승  입사한 지 이제 3년 정도 됐어요. 올해가 4년차고요. 



          퇴사하는 기분이 어때요?


승  너무 너무 슬퍼요. 저 대신 새로 들어오는 분이 질투나요. 굴러들어온 돌이 자리를 뺏은 느낌? (빵 터짐) 70% 정도는 슬프고, 30% 정도는 후련한 것 같아요. 정도 많이 들고, 이번 연도에 회사의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특히 이번 연도에는 더 많이 시도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적응해서 딱 1년만 더 했으면 크게 발전했을 것 같은데, 못하고 가는 게 아쉬워요.



          저도 딱 1년만이라도 승님이 더 같이 하면 좋겠는데 아쉬워요. 

          퇴사한 뒤의 계획은 어떻게 돼요?


승  2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제가 인생에서 갖고 있던 몇 안 되는 계획 중에 하나가 30살이 되기 전에 외국에 가서 오래 살아보는 거였거든요. 지금 딱 28살이 되고, 해외에 나가서 2년을 살다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해외 인테리어 회사에 취업을 할 계획이에요.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해외 인테리어 회사에도 적용해나가고 싶어요. 






          디자인오다가 첫 회사였죠? 입사한 이유는 뭐였어요?


승  졸업하고 6개월을 쉬고 나서 바로 디자인오다에 입사했어요. 첫 사회생활을 겪은 곳이죠.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나면 두 가지로 나뉘어요. 디자인관이 엄청 뚜렷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저는 딱 그 중간이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하고 싶긴 한데, 무슨 디자인을 해야 할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학교 선배 추천을 받아서 입사하게 됐어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실래요?


승  설계 디자인 전반을 맡았어요. 계약 전에는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평면도 작업과 투시도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을 완성하고요. 계약이 되고 나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될 전열도와 천장도를 그려요. 마감재 선택하고, 가구 도면 그리고, 사인 작업까지 마치면 현장 하나가 마무리됩니다.




          3년을 돌아보고 총평을 하자면요?


승  음, 저는 인생에서 회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운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운을 지금 다 쓴 것 같아요. 정말로 제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해요. 첫 회사에 너무 운을 몰빵한 게 아닌가. (웃음) 이것보다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떤 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승  제가 ‘안 좋은 회사’에 우려하는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꼰대 상사, 허세 부리는 선배, 물경력, 3가지가 다 디자인오다에는 없었거든요.






          3년을 일해본 입장에서 디자인오다가 다른 인테리어 회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승  디자인오다가 첫 회사라 비교하긴 어렵지만. 주변 친구들이 일하는 회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친구들이 저보고는 대기업 다닌다고 그래요. (웃음) 진짜로. 그 정도로 다른 인테리어 회사는 복지가 별로 없는데, 저희는 복지도 좋고 워라밸도 잘 지켜지는 것 같아요. 일단 저는 퇴근하고 나서 운동하러 갈 시간이 되잖아요. 매일 운동을 가니까요. 그리고 사장님이 먼저 어딘가 나가보자고 하는 것도 특이하고, 좋은 점 같아요.




          그렇죠. 그동안 인사이트 투어 다닌 곳 중에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승  음, 하나만 꼽는다면 더현대 서울? 친구들이랑도 더현대에 몇 번 가봤는데, 회사 사람들이랑 갔을 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오래 머무르면서 세세하게 공간을 보고, 대화할 수 있던 적은 없었거든요.



          먹으러 갔던 곳 중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승  전 역시 메리어트 호텔 뷔페요. 그리고 최근에 갔던 안다즈 호텔도 음식이 진짜 맛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쯤 사무실에서 했던 회식




          회사 다니면서 어떤 게 가장 재밌었나요?


승  전 솔직히 사무실에서 회식한 게 가장 재밌었어요. 저희 이사 오기 전에 사무실에서 다 같이 술 많이 마신 적 있었잖아요. 보통 친구들한테 상사들하고 회식한다고 하면 다들 "진짜 재미없겠다"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 같이 하는 회식이 너무 재밌었어요. 직원들끼리만 회식하는 것보다도 더요. 오히려 너무 취해서 그런가 사장님이 그 이후로 저녁 회식은 잘 안 하려고 하긴 하셨지만….



          기억나요. 크리스마스쯤에 치킨이랑 오뎅탕 먹고. 재밌었죠.


승  회식 말고는 전주 현장 세팅할 때도 재밌었어요. 거기 현장 소장이 힘든 일 있어도 말 안 하고, 혼자 뚝딱 해결해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현장 세팅날 갔더니,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웃음) 저랑 설계 팀장님이랑 둘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드릴도 하고, 망치질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 정신 없이 움직였던 게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정신 없고 막막한데, 퀘스트처럼 착착 해결되니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3년 동안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껴요?


승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도면이 많이 늘었어요. 입사 초반부터 실장님한테 “병원 도면이 어렵다. 그래서 한번 배워 놓으면 어딜 가서도 어렵지 않을 거다.” 이런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요. 초반에는 못 느꼈어요. 세세하게 고쳐야 할 게 많아서 힘들었는데, 그렇게 디테일하게 훈련한 덕분에 지금은 동선을 짜거나,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받았을 때 해결책이 바로 생각날 정도로 발전했어요.


또 하나는 소통 능력인데요. 예전에는 업체와 소통할 때, ‘설마 오래 일한 전문가들인데 이것까지 굳이 적어야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정말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았어요. 발주서에 상세하게 써두거나, 전화로 미리 충분히 이야기하거나. 누가 처음 보더라도 그대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장착됐어요.




분주했던 전주 현장 세팅날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만 뽑자면요?


승  음, 한 가지만 뽑으면 제일 최근에 했던 ‘닥터쁘띠’. 하나 더 이야기하면 제가 입사하고 처음 맡았던 ‘파주 VIC’요. 닥터쁘띠 작업을 할 때는 병원에서는 할 수 없었던,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써보지 못했던 색깔도 쓰고,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업체와 컨택도 해보고. FRP 조형물 같은 건 병원에선 정말 쓸 일이 없거든요. 거의 다 처음 시도해봤던 것들인 데도 불구하고 결과물도 잘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파주 VIC는 저의 첫 프로젝트인데, 심지어 300평짜리였어요. 그때 모든 업무를 한 번씩 경험해봤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저한테 하나하나 알려주려고 타일 발주나 도배지 발주도 해보도록 시켰던 것 같아요. 그게 원래는 현장소장이 하는 일이거든요. 평수가 너무 크니까 마무리 작업*도 이틀을 했어요. 작업할 사인물 수도 엄청 많았고요. 하루 일하고, 회사 사람들이랑 저녁에 술 마시고, 다음날 숙취가 안 풀린 채로 마감을 하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입사하고 전부 다 처음 맡은 일이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 사인, 패브릭, 이동식 가구 세팅 작업을 말함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승  사무실에서 시안 잡고, 도면 치는 것보다 현장에서 몸이 힘든 일이 한번 있었어요. 6개월차쯤에 했던 오피스 프로젝트였거든요. 마감날 저하고 현장소장밖에 없었는데, 거기 36칸짜리 사물함에 사인 작업이 있었어요. 원래는 사물함 문을 달고, 사인을 붙이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그날 목공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인을 먼저 붙이고, 문을 시공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다 하고 보니까 문 사이즈가 전부 달랐던 거예요. (웃음) 문을 위치에 맞게 달고 난 뒤에 사인은 전부 떼고 재시공을 해야 했어요. 그걸 알아차렸을 때 사인 작업자는 이미 퇴근했고…. 그렇게 5시면 끝날 일을 9시까지 함께 해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닥터쁘띠 퍼 샘플
닥터쁘띠 촬영날



          '이런 것도 해봤다' 자랑할 만한 일이 있나요?


승  회사에 엔스케이프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하자고 말한 게 저였어요! 덕분에 3D가 더 자연스럽게 발전했던 것 같아요. 처음 엔스케이프를 썼던 프로젝트가 생각나는데요. 당시에 디자인에 대해 의견도 많이 냈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도입하면서 프로젝트 수주까지 이어졌어요. 특히 제가 제안했던 외장 디자인이 클라이언트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 디자인오다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승  일단 들어오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여기에는 배울 게 많은 사람들밖에 없으니까 개의치 말고, 최대한 배우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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