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나는 항상 비가 올 때면 학창 시절을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나는 어떤 학생이었을까'
소소하고 작은 생각은 이윽고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현황을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보는 것까지 이어진다.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한 친구의 경우 매년 자격증을 4개 이상 취득 하는 등
경제학 대학을 다니기 위해 자신의 앞길을 노련히 깎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재밌다는 이유로 용접을 배우며 비록 하루가 고되지만,
일을 끝마칠 때 후련함은 말로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민준'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멈춰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휴남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현실을 살아가며 취준생 시절 자신이 겪었던 미래에 대한 걱정,
즉 취업에 대한 걱정이 부질없다고 느끼며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은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보며 골똘히 생각해야 함을 깨닫는다.
즉,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려가며 하는 노력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행위였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네,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행복은 먼 과거에나, 먼 미래에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거였어요."
우리는 때론 있지도 않을 미래를 생각하며,
먼 훗날의 나를 바꾸고 싶어서 현재 부단히 노력한다.
20대는 취업 후 멋있어질 나를 위해,
30대는 나만의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40대 이후로는 노후를 위해 노력하면서
현재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취업과 결혼, 재산 등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버리고 투자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자신을 버리고 있었음을
'민준'의 '멋들어진 단추를 만들었으나 이것을 끼울 구멍이 없었다. '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휴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것의 기간이 길든 짧든 사람은
휴식을 통해 다시 시작할 추진력을 얻고 다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쉼 없이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지만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리고 달리는 꼴은
나 자신 또한 버리는 행위며
미래라는 단추를 끼웠지만,
현재라는 단춧구멍을 막아버린 엉성한 옷과 다를 바가 없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는 학창 시절 친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먼 훗날 그들을 만났을 때 나를 어필하기 위해
지금을 버려가며 그들과 비교하고 있었다.
덕분에 무수히 많은 단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거울을 바라보듯 현재의 나, 자신을 인식하고,
'미래'를 위해 내가 벌여놓은 짓을 하나하나 점검하자
일을 하는 순간 미래를 위해 자신을 버린 내가 보였고,
이를 깨닫자
나 자신도 단춧구멍이 없는 엉성한 옷을 입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 외의 시간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과거를 버리듯
단춧구멍이 없는 옷을 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자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자신만의 시간과
여자친구와 함께 맛있는 데이트하고 영화를 보는 감상에 젖는 이 시간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한 끼 정도 가장 맛있는 정식인 '휴식'을 먹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