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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주택 신축에 뛰어든 이야기

XII. 화장실 방수 그리고 실내 마무리

by 김동의

셀프 시공을 하느라 화장실 방수를 알아보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다. 액체 방수, 시트 방수 등 방법은 다양한 것 같은데 포털 검색으로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방수 시공 업체의 광고성 게시물뿐이었다. 그나마도 글을 읽어보려면 서로 자신이 원조라고 우겨대는 춘천 닭갈비집들이 연상되어서 못 참고 뒤로 가기를 누른다.


한 건축사로부터 '영원한 방수 처리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만약 그런 완벽한 방수법이 존재한다면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관계자부터 환호했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방수 시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줄눈에 마모나 균열이 생기고 실리콘은 박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물로 인한 문제를 막으려면 방수층의 일부 또는 전체를 지속적으로 보수해야 한다.


홍보 영상으로 알게 됐지만 그래도 MAPEI社의 방수 방법이 목조주택의 팽창 수축에도 유연하게 버텨줄 것 같아 보였다. 시공사에서는 화장실 바닥면과 벽면이 만나는 코너부 그리고 벽면 일정 높이까지만 MAPEI社 하늘색 도막방수 제품만 바르고 그 외에는 일체 방수 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리콘이 노후되거나 타일 줄눈에 미세한 균열만 있어도 누수로 이어질 듯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시공사 사장은 '물은 고여있을 때 문제가 되지 흐르는 물은 문제 되지 않는다'며 '만에 하나 바닥 실리콘 등이 수명을 다해 물이 새더라도 기초 하부로 그냥 흘려보내면 괜찮다'고 했다. 이것이 '시공사의 화장실 방수 노하우'이며 '정말 원한다면 바닥에 도막 방수 시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바닥 방수시공 O → 실리콘, 줄눈 문제 → 누수 → 방수층 위에 고인다 바닥 → 곰팡이!!
방수시공 O → 실리콘, 줄눈 문제 → 누수 → 언젠가는 방수층도 샌다 → 느리게 스며든다 → 곰팡이!
바닥 방수시공 X → 실리콘, 줄눈 문제 → 누수 → 기초 하부로 스며든다 → 기초 무사할까?

이날 방수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기초 면으로 물이 흐르면 콘크리트 속 철근이 부식되어 기초의 전반적인 강도가 저하될까? 그렇다면 노출 콘크리트로 외장 마감한 집도 다 문제 되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시공사에 방수 관련 자격증도 있고 자신감도 보여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혹 물이 기초 면으로 흘러 수분을 머금고 퍼져 목구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했지만, 화장실 실내 측 벽체 합판 시공 시 바닥 면에서 토대목 높이 이상 띄우고 투습 방수지를 선시공했기에 그런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화장실 단면 개요.png 시공사의 화장실 마감 처리 ⓒ 김동의


즉, 화장실 타일이나 줄눈의 틈을 파고든 습기에 의해 벽면 목 구조체가 썩거나 곰팡이 서식지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만, 바닥 타일 아래 줄눈이나 실리콘 틈새로 물이 새어 들어가 기초 콘크리트에 스며들 경우, 자연 건조 속도보다 수분 정체가 심해 문제 발생이 염려되었다.


거주 중인 화장실을 떠올려보자. 블랙핑크 곰팡이들이 곳곳에 피어났거나 시종일관 꿉꿉하지는 않은가? 우리의 피지와 각질과 같은 오염물질을 씻어낸 물들이 타일과 줄눈 밑 어디엔가 혹은 방수층이 깨진 틈바구니에 갇혀 지속적으로 혐오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주택에 입주하고부터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거나 물청소를 마치자마자 스퀴지로 물기를 싹 긁어내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가급적 건조한 환경을 조성하여 습기가 타일이나 줄눈 위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이다. 당연히 환풍기 상시 가동은 기본이다.


한편 목조는 완공 후 1~2년간은 수축과 팽창(settle down 현상)을 하므로 벽과 벽이 그리고 벽과 바닥이 만나는 코너부에 MAPEI社 탄성밴드를 도막방수할 때 함께 시공할 것을 요구해 봤으나 사장님은 그 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않는다'라... 하지 않을 것이니까 아니꼬우면 직접 하라?


뭔가를 요구하기도 설득 시도조차 지겨워진 상태다. 이미 방수액은 도포되어 있었고 내가 직접 온라인에서 그 탄성밴드를 구매를 하여 직접 시공하기엔 하루 이틀 내로 타일 시공팀이 움직일 거라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쾌적한 화장실을 안심하고 사용하기 위해 선호하는 '화장실 방수' 방법이 있다면 역시 상세히 사전 협의해 둘 것을 권한다. 실리콘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배관은 VG1, VG2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도. 여러 공정 중 '당연히 이렇게 시공하겠지'라는 마음은 버리는 것이 이롭다.

화장실 방수액 도포 사진.jpg 화장실 시멘트보드 시공 후 MAPEI 社 방수액 도포 ⓒ 김동의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답도 안 나오는 방수로 고민 말고 일체형 욕실(Unit Bath Room, 이하 UBR)로 시공할 걸 그랬나 싶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 후 통째로 가져와 조립하는 UBR은 구축 아파트나 오래된 호텔에 쓰이는 구식 이미지로 자리 잡은 듯한데 방수 측면에서는 아주 유리해 보인다.


요즘 UBR은 과거처럼 단조로운 플라스틱이나 고무 느낌으로 마감하지 않고 다양화된 패턴으로 제작 가능하다. 향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생각이다. UBR 시공 비용은 비교적 높지만, 타일 투습성, 줄눈 수명, 습기나 누수로 인한 곰팡이와 더 나아가 기초 및 구조체의 파생적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분명 이점이 있다.


시공사에서는 타일과 도기는 인근 타일 자재상을 컨택하여 한 번에 주문할 예정이다. 시간을 내 그 업체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여서 퇴근하자마자 사업장을 찾아갔다.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타일 상점을 이렇게 와본다.


타일이나 도기류에 대해 많이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자와 사전에 골라둔 제품들이 있어 타일 사장님과 수월한 상담이 되었다. 도기류를 모두 가격 메리트가 있는 제품으로 구성하면 백만 원은 아낄 수 있었지만 나의 쎄뚜쎄뚜 집착증은 American Standard社의 상품으로만 구성하게 이끌었다. 세면대는 R 社, 수전은 D 社, 팝업 배수관은 소기업 제품 이런 식의 구성은 정신 사납게 느껴졌고 실제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할 적에 처음 들어본 회사의 부속품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금이 떠서 날카롭게 된 표면에 손을 베인 적도 있어 더욱 이름이 알려진 회사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타일 사장님에게도 American Standard社에 대한 나의 애정이 느껴졌는지 상담이 끝나고 그 회사의 로고가 박힌 비누를 선물로 주셨다.


타일이 시공되는 날은 아무래도 자재도 많고 레미탈 등 시멘트 류가 사용되다 보니 깨끗했던 현장이 매우 어지러워져 있다. 사전에 백시멘트 줄눈을 하고 나서 줄눈 코팅 시공을 요구했었는데 타일 사장님의 경험상 3년 까지는 물 떼나 곰팡이에 매우 강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허물을 벗듯 표면 박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안을 수정하여 일반 백시멘트 보다 몇 배는 비싸다는 ARDEX社의 줄눈 시멘트 제품으로 시공받았다.

티 없이 반짝이는 수전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줄눈에 핑크빛 곰팡이가 자리 잡은 꼴을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인데 얼마나 내구성이 좋은 제품인지는 살면서 경험해 보겠다.


타일 시공팀이 사용하고 남은 자재는 줄눈 시멘트 포함하여 고스란히 남겨줬다. 양이 꽤 되는데 홀로 팬트리에 깔끔하게 정돈하느라 더운 날 땀을 꽤 흘렸다. 어떤 자재는 돌려주고 어떤 자재는 언급도 없다. 기준이 무엇일까.


건식난방

개인적으로 경량목구조와 같은 건식시공에는 건식 바닥 난방이 어울리다고 생각한다. 착공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건식 난방 시공은 거의 마지막 공정에 이뤄졌다. 시멘트가 싫기도 했지만 배엑셀관(바닥을 지나는 난방용 온수관)이 꼭 맞게 끼워지도록 형상이 있는 성형된 고밀도 EPP foam 제품이 단열 성능은 물론 강도도 좋고 향후 바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하기도 비교적 용이할 것이다. 가열시간이 짧지만 빨리 식는 단점도 있는 건식 난방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구들레스트社 특허제품인 라돈 free 황토 축열 pad도 EPP에 끼워진다. 그 위로 강판과 친환경 보드까지 시공되어서 향후 강마루 시공까지 완료하고 나서는 밟았을 때 습식 난방 시공의 경우와는 살짝 뭔지 모를 이질감은 있지만 꿀렁거림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건축주는 만족하지만 시공사 사장님의 기준에는 미흡함이 다소 있는듯하다.


건축주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사기간 내내 피로감을 느낀 것에 반하여 이 공정은 매우 신속하고 깔끔하게 속 시원히 마무리되었다.

건식난방 시공 주요 사진.jpg 건식 난방 시공 후 ⓒ 김동의


전기공사, 약간의 미련

전기공사팀은 날 잡고 나타나서 호다닥 끝내고 퇴장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공정을 봐가며 수차례 현장을 찾아왔다. 건축은 물론이고 전기분야도 문외한이지만 건축주의 욕심 같아서는 전선 배선도 보기에 깔끔하게 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굳이 전선이 최단거리로 천장 위를 정신 사납게 가로질러 가기보다는 바둑판과 같이 구획정리가 잘 된 신도시의 도로처럼 race way를 이용한 배선 작업이 될 수 있게 사전에 협의하고 싶었다. 이랬던 마음은 사전 협의할 내용이 너무 많다 보니 후순위로 밀렸고 공사가 시작되자 어느덧 흐지부지 잊혔다.

천장 위 전선 배선 사진.jpg 천장 위로 어지럽게 널려있는 전선들 ⓒ 김동의

외부에서 실내로 인입되는 전선관, 분전반 부분의 단열처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로나 누수로 인해 수도꼭지도 아니면서 220V 콘센트로 물이 주르륵 흐르는 영상 시청은 가히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군데군데 전산 볼트로 매달린 사각의 steel 재질 race way에 가지런히 배치된 수많은 전선들이 시공된 카페를 본 적이 있다. 한 잔의 커피보다 오와 열을 맞춰 칼각으로 정리된 그 전선관을 보는 것이 더 힐링이 되었을 정도다. 생애 집을 지을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천장에 노출된 race way 배선시공을 꼭 시도해보고 싶다.


전등의 세계도 알수록 그 끝이 없는듯하다.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비용이 몇 배는 더 소요될 수도 있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아파트 거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참 뭐가 많다. 툭 튀어나온 전등부터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 스피커, 각종 센서까지 20여 년간 잊고 지내던 환공포증이 재발할 지경이다.


그저 단순함을 추구해서 모든 실내조명은 LED 다운라이트로 장착하기로 했다. 공간의 주용도를 생각하여 화장실은 주광색, 식탁은 전구색, 방은 주백색으로 배치했다. 색뿐만 아니라 확산형, COB 등 빛이 퍼지는 모양도 생각해서 조명 하나하나 스펙을 명기하여 시공사에 요구했다. 각 공간의 조도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구글링 하여 찾은 어느 미국 자료에 준하게 구성했다.


각 공간의 조도는 구글링하여 찾은 미국 자료에 준해 구성했다. 집 안에서 정밀한 작업을 할 것은 아니어서 최소 요구량만 충족했다. 대부분 3인치 조명으로 통일감 있게 시공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2인치 이하의 제품을 사용했다면 더욱 단정한 천장을 만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집 조명 테이블.png 각 공간별 조명 요구 자료 ⓒ 김동의
LED lumens by Room.png 공간별 적정 조도 ⓒ 김동의
가구설치

강마루 시공 후 거의 마지막 공정으로 싱크대 등 붙박이 가구 시공이 있었다. 이 분야에 유명한 H 社에서 진행했으며 큰 기업답게 사용하는 사소한 공구라도 새것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벽과 바닥면 보양도 꼼꼼하게 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아시다시피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시공사 사장님은 이 H 社와 제휴(?) 비스무레 한 관계로 DC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초기 면담부터 싱크대, 신발장 등 붙박이 가구류는 답정 H 社 였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도 L 社 할인 혜택이 직원 복지로 있는데 여기 제품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 했더니 사장님은 그럼 AS가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H 社로 결정했다.


그런데 가구 AS를 왜 시공사 사장이 언급을 하지? 싱크대 시공으로 인해 목구조나 설비 AS 받을 일이 있긴 한 것일까. 아직도 이 'AS 불가능'의 의미를 모르겠다.


팬트리에 둘 선반도 합판과 구조목 그리고 보강용 철물로 직접 제작을 해봤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바를 실물로 구현해 어설픈 구석은 있으나 문제없이 잘 사용 중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목 구조체를 노출한 채로 실내를 마감하려다가 포기했던 마음을 일부 달랜 듯하다. 내 인건비를 제외하면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보다는 저렴하게 설치했다.

셀프제작 선반 사진.jpg OSB 합판과 2×4 각재로 제작한 선반 ⓒ 김동의


무엇이든 사람의 힘을 빌릴수록 비용은 증가한다. 부피가 큰 가구류 설치나 시공은 물론이고 배송까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어떤 공정을 완료하고자 한다면 건축주가 직접 몸으로 때우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답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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