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대충은 안통합니다>
나는 종종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대충’ 대할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나에게 대충이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아이를 설득하거나 타일러야 할 때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 과정을 건너 뛰어 버리고 쉽게 가려고 함을 의미한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충분히 이야기 하며 무엇이 잘못된건지 행동을 교정시켜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쓰읍’, ‘이놈한다!’ 라는 말을 하거나 무서운 눈으로 아이를 제지시키곤 한다.
하기 싫고 두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임을 인지시켜야 할 때 그 과정이 번거롭고 어려우니 그냥 무작정 ‘해야 되는거야!’ 라며 강요하거나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로 속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이런 나의 ‘대충’의 태도가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대화가 가능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설득할 수 있게 되니 아이들은 나의 잘못된 태도에 종종 반항하기 시작했다.
“왜 엄마는 엄마마음대로야?”, “왜 어른들은 다 자기말만 맞다고 하는거야?”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반박할 수 없는 묘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직한 방법으로 대해야만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며칠전 밤, 6살 둘째아이를 양치시키다 보니 잇몸에 염증이 생겨 땡땡 부어있었다. 너무 놀라서 언제부터 그랬냐하니 약 한 달 정도 아팠다고 말한다. 아이는 치과가 두려워 아픈 것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내일 바로 치과에 가자는 말에 아이가 놀라고 겁이 나는지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무서운건 하나도 안할거라며, 염증 가라앉히는 약만 받아오자고 대충 둘러대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다음날 아침, 눈 뜬 순간부터 아이는 계속 울며 “치과에서 바람 나오는거랑 물 뿌리는거랑 위잉 하는거 안할거야!!” 하고 소리쳤고, 나는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무서운거 하나도 안해~~ 약만 지어오자~“라는 말로 아이를 속이며 안심시켰다.
치과에만 가면 다 해결 될거라는 안일한 마음이였다. 치과에 가면 아이는 납득 하고 치료를 할거라는 마음이였는데 그런 가벼운 나의 마음이 화근이였다.
둘째아이는 굉장히 정확한 아이다. 엄마가 했던 말과 상황이 다르면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엄마는 거짓말쟁이라며 난리를 부리는 아이다. 그런 둘째를 만만하게 보고 어거지로 데려간 치과라니.
아이는 엑스레이 사진까지는 어찌저찌 찍었지만, 무서운 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엄마의 말과 다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치과베드에 눕지도 않고, 입을 벌리지도 않고, 그저 내 품에 안긴 채 울며 소리만 질렀다. 물론 이 상황에서 아이를 강제로 눕히고 묶은 뒤 치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아이를 대했다간 치과 트라우마는 더 심해져 치과를 갈 때마다 더 큰 뒷감당을 해야함은 불보듯뻔한 일이였다.
완강히 거부하는 아이로 선생님들도 진땀을 빼고 있었던지라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아이를 잘 설득해서 다시 오겠노라며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안에서 나는 아이를 쉽게 생각하고 대충 대한 나의 안일한 태도를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나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 부드럽고 다정한 언어로 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순간 욱 하고 올라오는 감정들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픈걸 왜 숨겨서 이렇게 심한 상황을 만든거야! 치과에 갔으면 그냥 치료를 하고 오면 좋았잖아!’ 라는 말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꾹 참으며 아이를 안심 시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설명했다. 삼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단호하게 치료 해야한다는 걸 설득하고 나서 다시 치과에 방문했다. 아이는 치료를 해야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치과가 무서운건 여전했다. 당일 치과 앞에서도 ‘아플 것 같아. 무서워.‘ 하며 우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자기 발로 치과에 들어가 스스로 치과베드에 누워 입을 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도 그제서야 안심하며 깊은 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나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쉽게 생각하곤 한다. 어렸을때는 나의 말과 무서운 눈빛으로 아이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런게 통하는 나이도 아닐뿐더러 아이를 대하는데 있어서 좋은 태도가 아님을 확실하게 배웠다. 아이들이 잘 모를거라는 이유로 둘러대거나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건성으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고치자고 이번일을 통해 다짐 해본다.
조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정도를 걷는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만 아이도 존중받고 있다는것을 느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나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지고 딴딴하게 농익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첫째아이가 둘째의 반짝거리는 은이빨을 보며 ’나도 설마 치료해야되?‘ 라고 두려운 듯 물었다. ’너도 다음주에 가서 거울로 보고만 오자~~’ 라고 말하려다가, ‘검사 해보고 충치가 있으면 그날 바로 치료 해야지~’ 라고 말했더니 큰아이가 지레 겁을 먹고 울먹거린다. 또 다시 설득의 시간이구나... 다음주에는 무탈히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