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청춘
학교를 졸업하면 해야 하는 일은 둘 중 하나다. 하고 싶다면 더 공부하거나 혹은 돈을 벌거나. 어엿한 성인이 되었는데, 부모님 손 빌려가며 공부하긴 그러니까 알바라도 해야 한다. 그러니 공부하기로 마음먹어도 돈은 벌어야 한다. 돈, 이 자식을 그냥, 콱.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벌까? 요즘은 다양해진 직업의 수만큼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돈벌이 중 내가 비교적 행복하게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것도 꽤 오래 그럴 수 있을 확률이 높은 건? 세상의 모든 삐약이 어른들이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세상 어려운 질문. 나 역시 바랐던 바라지 않았건 간에 준비 없는 대답을 꺼내야 할 때가 찾아왔다.
울고 웃던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를 떠나던 날, 친구들과 그래왔듯 난 VLOG를 찍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영상 기록은 나의 취미이자 사명이다. 2019년 이후의 거의 모든 여행과 일상은 맛있게 토막 내어 조리한 2, 30분 남짓한 영상의 형태로 남아있다. 21살의 나와 친구들이, 대학교 졸업반이 된 우리가 거기에 있다.
커디과는 졸업 전시를 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우리는 당차게 도전한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 활동을 하며 각자의 졸업 작품도 준비했다. 졸준위였던 1년의 시간은 때로는 여유로웠고, 대개는 잠을 잘 수 없었으며, 거의 매일 답답함에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졸업 전시가 하루빨리 끝났으면 싶으면서도 이게 끝나면 이제 뭐 하지,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학교를 떠날 때는 다가오는데 그다음에 갈 곳이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모두 조용히 있었던 것 같다.
"야, 뭐 먹고살아야 되냐?"
그걸 알면 내가 한다, 그걸 왜 나한테 묻냐, 그냥 굶어라. 충고와 드립 사이를 오가던 대답들. 나는 그 대답들 속에 가장 솔직한 심정이 담겨있다고 느낀다. 질문한 사람도 사실은 '뭘' 먹고살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를 물었을 테고.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던 스물넷 언저리의 청춘들. 앞으로 천천히 설명하겠지만, 난 꽤 오래전부터 창업 결심이 섰기에 취업 고민은 안 했다. 그리고 대부분 친구들의 선택지는 회사를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리뭉실한 짐작이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불안을 나눌 수 없는 건강하게 위태로운 사람들이었다. 20대에 걸맞게 앞길 고민도 좀 하고, 여태껏 살아온 인생 한탄도 좀 하고, 이따구(?)로 살아온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하면서. 아무 불안 없는 스물넷 언저리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 다행이지만.
대학 동기들과의 이야기는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많아서 짧게 풀기는 아깝다. 그러니 이건 다음에 진지하게 풀어보기로 하고. 세상 어려운 그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고민 끝에 길을 선택했거나 못 했거나에 상관없이 시간은 또 잘만 흘러 어느새 졸업한 지 2년이 넘었다.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듯한 사람도 있고, 아직 방황 중인 듯 보이는 사람도 있다. 자리를 잡은 듯 보이는 그 사람이 진정 안정되었는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나 역시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운데, 친구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속단하는 건 명백한 실례니까. 아마도 진정으로 안정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쨌든 우리는 이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데, 그 삶들 중 가장 쉬운 건 무어냐 묻는다면 그것 역시 아무도 대답할 수 없겠지.
회사에 간 사람과 회사를 만들고 싶은 사람.
주어진 일이 있는 사람과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동료가 있는 사람과 곁에 아무도 없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
인간은 원래 아주 이기적인 생물이라 나 자신 외의 것은 폄하하기 쉽고, 해보지 않은 것은 무시하고 단정 짓길 좋아하며, 나보다 잘나면 은근히 무너지길 바란다. 마음 온전히 당신도 나와 같은 고통일 거라 생각하는 건 인간에게 꽤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고통의 무게를 한쪽으로 기울일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러고 나면 꼭 조금 부끄러워진다. 최대한 마음의 수평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어렵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 비치긴 싫어서, 제 눈 가리고 아웅 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고통의 무게 추를 툭툭 건드려 중앙으로 움직인다. 양쪽 무게를 맞추기 위해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열심히 모으고 또 들으면서. 또, 당신이 모르는 내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서.
사회로 가냘프게 내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세상에 쉬운 일은 정말 단 하나도 없다는 결말뿐. 어디에도 빌런은 있고, 어디에도 사랑은 있다.
그러니까 취업이 쉬울까, 창업이 쉬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