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의지할 수 있을 때 생기는 자신감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무척 <든든한> 느낌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 붕어빵과 과자를 간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느낌말 <든든한>은 '먹은 것이 충분해 허전함이 없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든든한(형용사) - 어떤 것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허전하거나 두렵지 않고 굳세다
든든한(형용사) - (사람이 무엇이)마음이 놓이거나 의지할 수 있을 만큼 미덥다
(사람이 어찌하여서)마음이 놓이거나 의지할 수 있을 만큼 미덥다.
(무엇이)믿고 의지할 수 있을 만큼 속이 차고 실하다.
출처 : 네이버/다음 국어사전
느낌말 <든든한>의 사전적 의미에는 어떤 것에 대한 '믿음' 또는 '의지依支'가 전제되어 있다. 사람 또는 사물에 대해 믿고 의지함으로써 <사회/정서/상호의존>과 관련된 욕구들을 충족시킬 때 든든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언제 든든함을 느꼈었던가?
의지依支 - 다른 것에 몸을 기댐. 또는 그렇게 하는 대상
떠올려보면 나 역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믿음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가장 든든함을 느꼈다. 친구나 선배,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지지>, <도움>을 받는다던가 <소속감>, <공동체>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 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감>, <신뢰>, <확신>, <인정>, <우정>, <사랑>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순간 말이다.
때때로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믿음'에도 든든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를테면 친구나 좋아하는 이성과의 약속 자리에서의 넉넉한 지갑이나 흐린 날 아침 들고나가는 우산처럼. 또 누군가는 100% 충전된 배터리와 마실 음료를 챙겨 외출할 때 든든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안심>, <자기 보호>, <안정성> 같은 욕구가 충족되며 왠지 의지가 된다.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
마치 비행기 게임을 할 때 '폭탄'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왕을 만났을 때의 느낌 같다. '그래 나에게는 폭탄이 5개나 있으니까 너쯤 괜찮아.' 같은... 그래서 <든든한> 느낌은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때 생기는 자신감과 같다.
예)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갑자기 마음이 든든해졌다.
오빠는 우리 가족을 세상의 칼바람으로부터 지켜 주는 든든한 울타리이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것이 든든하다.
장성한 아들이 셋이나 되니 마음이 든든하시겠습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버팀돌이 되어 주신다.
나는 다 자란 아이들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든든한 구원병이었다.
가자. 데려다줄게.
친구, 연인, 가족
술자리를 파하고 술에 취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택시에 태워 보내주는 친구, 동료도 <든든한>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상황에서 술을 잔뜩 마신 친구를 이끌어 그의 집에 데려다 줄 때면 나 역시 그에게 든든한 존재리라. 술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한 난감한 상황에서 나를 챙겨 주는 사람들은 고마움을 넘어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보호 받음>의 욕구나 <도움>과 같은 욕구가 만족되어서 이지 않을까?
비슷한 경우로 큰 일을 당했을 때 달려와 주는 친구들과 힘들 때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가 있는 경우에도 무척 든든할 것 같다. 또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줄 것 같은 애인과 가족의 존재도 든든하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지만 시비가 붙었을 때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그것 역시 든든할 것 같다. <사랑>, <우정>, <애정>, <호감>, <관심>이 충만해진다면 기쁠 것 같다.
취업 안되면 찾아와라
교수님, 선배님, 멘토
공채 시즌의 피 말림 속에서 '취업이 안되면 찾아와라'하는 교수님의 한 마디는 묵직하고 든든했다. 물론 교수님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은 일자리를 알아봐 주시거나 알바 자리를 찾아주시려고 하시는 그 마음에서 <지지>와 <신뢰>를 느끼며 마음이 든든해졌다.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커피 한 잔 할까?', '술 한 잔 할까?' 하며 시간을 내주는 선배나 멘토 역시 <든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밖에 비 오는데 우산 있어요?
비 오는 날 서랍 속의 우산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출근한 날. 갑자기 쏟아진 비 소식을 들었을 때, 책상 서랍 가장 아래의 우산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면 <든든한> 느낌이 든다. '미리 준비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올라와 스스로 대견해하며 절로 미소가 나온다. 또 우산이 없을 때, 우산을 두 개나 가진 동료가 기꺼이 우산을 빌려준다고 하면 이 순간 역시 왠지 모르게 든든해진다. 그도 그럴진대 애인이 회사 앞으로 우산을 가지고 찾아온다고 하면 그야말로 든든하고 고맙다! 학창 시절 갑작스럽게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마중 오시는 어머니 역시 든든하다.
'갑작스러운 비'라는 낭패감으로부터 구원을 얻은 것 같은 순간은 <안심>, <자기 보호>, <안정성>의 욕구가 충족되며 <든든한> 느낌을 받는다.
행복은 좋은 느낌입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풍부하게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느낌의 표현을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