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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자예쁜 Apr 01. 2024

재개발 속 사연

재건축 속 사연 

       

 어느 길을 가든 곳곳마다 재건축되는 곳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건축은 기존에 존재 하던 건물이나 낡은 구조물을 철거하고 그자리에 현대적 기능을 갖춘 새 건물을 건설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얼마전에 어머니가 사는 파주 탄현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열집 남짓 한 동네,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이 대부분이고 부부가 사는 집은 고작 두 집이었다. 아랫집은 길 하나 차이로 재건축에서 제외되었다. 설마 했는데 말을 듣기가 무섭게 이사 가라는 독촉장이 날마다 날아왔다.

 거의 여든 넘어 아흔이 되는 어르신들인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같은 동네로 시집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슬플때 다독이며 의지해 왔던 60년 전의 새댁들, 여기서 헤어지면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윗집 할머니는 금촌 큰딸 집으로 간다 하고, 옆집 아주머니는 당뇨로 고생하고 계시는데 이참에 바로 병원으로 가신단다. 아랫집 할머니는 막내 아들네로 그렇게 헤어짐을 앞두고 있다. 

 우리 부부는 떠나기 전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아홉 분을 봉고차에 모시고 두붓집으로 갔는데, 드시면서도 울다 웃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를 계속 되뇌며 서로에게 건강만을 빌었다. "우리가 이 동네에서 왜 떠나야 하나? 아프지 말고 다시 만나세 "  젊은이들의 헤어짐과는 다르게 울음바다로 변했다. 어르신들의 울음에는 참 많은 한이 배어있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시어머니 모시고 살면서 몰래몰래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이야기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재건축 회사에 쫓아가 다시 물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나도 울음을 참아야 했다.

  우리 어머니는 서울에서는 절대 못산다고 하셨다. 큰집에서 알아서 하겠거니 했으나 사정상 우리가 모시게 되었다. 다행이 늙으면 남편과 함께 오순도순 텃밭 가꾸며 살자고 준비한 작은 집이 있어 그곳으로 모셨다. 육십 년을 살아온 정든 땅에서 친동서로 아래윗집 오가며 하루만 못 보면 궁금 하여 "형님 뭐 하세요"하고  찾아오셨던 작은어머니. 그 집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떠나는 마음보다 보내는 마음이 더 아팠을까. 혼자 남아 얼마나 이웃을 그리워했기에 시름시름 앓다가 2개월도 못 되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로 병문안도 못 한 죄송함만이 남아 늘 가슴을 찌릿하게 만든다.

 아파트 재건축에는 말 못 하는 어르신들의 생이별이 있다. 보고파 그리워도 혼자서는 만날 수조차 없다. 우리 어머니도 늘 그곳 생활을 그리워한다. 병만네 엄마는 아직도 병원에 있다더라. 딸네 집에 간 지순네는 요양원에 갔단다. 복순네는 치매 때문에 아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더라.  몸이 ㄱ자 되고 귀는 잘 들리지 않으셔도 어머니는 전화로 소식을 듣는 모양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건축의 그림자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돈을 벌 좋은 기회만 있는 줄 알았다. 이렇게 아픈 사연을 가진 분이 많다는 것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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