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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고객의 마음 정중앙을 쏴라

Jailbreak

by Jimmy Park

“A user interface is like a joke. If you have to explain it, it isn’t that good.” (Martin LeBlanc)


우주왕복선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LG에서 UX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이론을 배웠다.

MIT Media Lab의 많은 UX 연구들을 보면서도 새로운 배움이 있었다.

거기에 Apple 회사를 분석하면서 느꼈던 깨달음을 더해

UX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정리했다.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지구상에서 이 걸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들이 있다.

Google.
Google Site에 들어가면 그냥 검색창 하나만 떠있다.
고객들이 다른 고민을 할 여지를 근본적으로 없앴다.
Google을 찾아온 목적, '검색'에만 몰입하게 한다.
페이지의 빈 여백을 과감히 비워둘 수 있는 용기는
UX에 대한 이해와 철학 없이는 불가능하다.

Netflix.
Netflix를 쓰다 보면 뭔가 UX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뭐가 없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기능의 추가, 혜택의 추가, 선택의 폭 추가.

이런 추가를 통해

공급자 입장에서는 '개인별 자유도'를 주고 싶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보편적 복잡도'를 받게 된다.
지나친 자유도는 선택이 아닌 포기가 된다.

사람들은 내 시작 화면이 친구의 시작 화면과 다르다는 걸 모른다.

은밀히 나를 분석하고 내게만 맞춰져 있다는 걸 모른다.
몰라야 한다. 그래야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앞의 썸네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Netflix에 온 목적, '콘텐츠' 자체에만 몰입하게 한다.

양쪽 옆을 차단하여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경주마의 블라인더처럼

목적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한다.


Apple.

누가 뭐래도 UX의 최고는 Apple이다.

Apple은 제품 콘셉트 자체가 UX의 시작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들어 써보게 하고
그제야 비로소 편하다고 느끼게 한다.

애써 배울 필요도 없다. 써보면 나도 모르게 알게 된다.
감탄하게 되고, 자랑스러워 진다.

iPod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워크맨과 CD플레이어가 불편한 줄 몰랐다.

iPhone이 나오기 전까지
줄 서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

맛집을 예약하고,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보낼 수도 있는 줄 몰랐다.

AirPods가 나오기 전까지
이어폰 선을 달고 다니는 게 귀찮은 줄 몰랐다. 원래 그런 줄 알았다.

무선이어셋이 나왔을 땐, 따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해야되는 줄 알았다.

무선의 편리함을 위해 연결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AirPods을 언박싱하자마자 귀에 꽂았을 때
음악이 자동으로 귀에 울려 퍼지는 경험을 한번 하고 나면
그 순간,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 왔는지 알게 된다.

UX. 사용자 경험. 참 모호한 말이다. 실체가 무얼까?
인터페이스? 기술? 디자인? 기능? 성능? 브랜드?
내 UX의 정의는 이 모든 걸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종합선물센트, 고객의 심리다.
기술로 구현하든, 디자인으로 혹은 심지어 브랜드로 구현하든
고객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
더 나아가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는 게 자랑스럽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좋은 UX다.
좋은 UX의 원칙들을 발견했다.
본성에 충실할 것. 목적에 부합할 것. 자랑스러울 것.
인간 본성의 두 축은 '에너지'(Energy)와 '재미'(Fun)다.
무엇을 하든 에너지가 덜 들어야 편하다고 느낀다.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재미가 있으면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또한 원래 하고자 했던 목적이 쉬이 달성되어야 한다.
다 떠나서, 내가 그 제품을 쓰는 게 자랑스럽다면 모든 게 용서된다.
UX란 그런 것이다.

UX의 가장 큰 축인 UI(User Interface)부터 살펴보자.
가령, 1950년대부터 쓰고 있는 TV 리모컨을 보면 재미와는 상관이 없다.
철저히 에너지를 덜 쓰도록 고안된 것이다.
채널을 바꾸기 위해 TV까지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거의 80년 동안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한편, 닌텐도가 만든 Wii 게임기의 Wiimote를 보면 정 반대다.
게임할 때 손에 쥐고 흔들며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지만
훨씬 더 큰 재미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누구도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반면, 어설픈 음성인식 모션인식 UI는
시끌벅적하게 세상에 나왔으나 금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왜 그랬을까?
처음 음성으로 볼륨을 조작하고 손으로 채널을 바꿀 수 있게 되었을 때
제조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TV 앞에서 리모컨을 꼭 쥐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여러분의 맨손을 흔들기만 하면 됩니다."

과거에는 되지 않던 것이 가능해졌고, 사람들은 신기해 했다.

하지만, 기술이 거꾸로 발전했다고 상상해보자.
음성인식, 동작인식은 오래 전부터 써왔고
키보드와 TV리모컨, 마우스가 최근에 신기술로 개발되었다고 말이다.
제조사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는 TV 채널을 바꾸려고 손을 들어 흔드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TV리모컨으로 손가락만 까닥까닥하시면 됩니다."

훨씬 더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는가?
인간의 본성에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좋은 UI는 기술의 진보가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 결정된다.


나아가 UX는 더욱 총체적인 경험이다.

본성에 충실한 UI 위에 '목적'이 더해진다.

iPod이 처음 나왔을 때의 터치휠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수백장의 음악 CD를 수천곡의 MP3로 전환해 디바이스에 넣다보니
그 수많은 노래를 브라우징하는 데 최적의 UI였던 것이다.

iPhone의 터치 UI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서 다운 받은 App을 아이콘으로 화면에 뿌려놓는 방식은

계단식 메뉴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러웠고
이 아이콘들을 컨트롤 할 땐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게 가장 직관적이었다.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서 사진을 확대하고 싶을 때

두 손가락을 벌려 화면을 늘리는 핀치UI를 고객에게 알려주니
노트북 모니터를 보면서도 자꾸 그걸 하고 싶어졌다.

쿠팡은 편한 쇼핑을 위해 배송정보, 결재정보를 수집했지만

버튼 하나로 물건이 집에 배송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 고객들은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개인 정보를 쿠팡에게 제공했다.

토스는 송금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인증서를 깔아야 하는 수고를 없애주었고
그 것 하나로 우리 나라 금융을 혁신하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렇듯 목적을 쉽게 달성하게 해주면

그 놀라운 경험은 고객을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되돌릴 수 없는 선(Point of Ne Return)을 건넌 것이다.


고객의 자랑스러움은 브랜드가 만든다.

Macbook에 불이 들어오는 사과 로고는 나라는 사람을 대변한다.
카페에서 자랑스럽게 노트북을 펼쳐 보이고 싶게 한다.

고급 자동차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이 더 중요하다.

타고 있을 때 얼마나 편안한가 보다는

차에서 내리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UX에서 브랜드는 이처럼 중요하다.

연세대의 UX전문가 조광수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 때는 Market Share(시장점유율)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고
스마트폰이 나온 뒤에는 Time Share(시간점유율)가 중요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UX를 통한 Mind Share(마음점유율)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나도 동의한다.
어떤 경우든, 고객의 기대치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 기대치는 익숨함을 포함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의 기대치를 거스르는 실수는
어려운 기술을 깊이 연구하고 인간의 심리를 깊이 고민한 사람들이 한다.
내가 해낸 모든 기술을 집약하고 싶고
내가 발견한 인간의 욕구를 한꺼번에 녹여넣고 싶다.
깊은 고민 끝에 모든 걸 해내면 스스로 뿌듯해진다.
더 좋은, 하지만 고객에겐 익숙치 않은 뭔가를 자꾸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주왕복선 내부의 그 복잡한 화면과 버튼들을 떠올려 보라.
그런 복잡성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전문성의 산물이다.
물론 그 안에도 체계와 규칙이 숨어 있다.
모든 게 의도가 있고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고객은 그 설명을 들으며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은 그 고민의 깊이를 단숨에 따라갈 수 없다.

과거 익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순간 판단할 뿐이다.

내 고민의 깊이가 고객 기대치의 과녘을 빗나가게 두지 마라.
직관성이 생명이다.

세상에 UX 전문가는 많다.
하지만 좋은 UX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문가로서의 지식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고객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그래야 고객 기대치의 과녁에 10점 만점을 쏠 수 있다.


(Space Shuttle,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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