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공부가 아미타불이 되지 않는 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학습의 효과와 정보의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효율을 비교해 보는 실험이었데, 공영 방송에서 진행한 실험인 만큼 유익할 것임을 기대하고 얻어갈 거리를 찾느라 잠시 집중했다. 교사는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15분을 주며 임무를 부여했다. 한 팀에게는 단원 시험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했고, 다른 한 팀에게는 친구들에게 배운 것을 가르칠테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각자의 임무를 앞둔 아이들의 시간에 긴장감이 흘렀다. 우선 기출에서 틀린 문제에 집중하는 첫 팀과 배운 것을 정리하여 알기 쉽게 자료를 준비하는 두 번째 팀 모두 꽤나 진지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공부한 것을 객관식 혹은 주관식으로 풀어내는 종이 시험보다 배운 것을 가르쳐 본 경우에서 더 높은 이해와 학습의 효과가 측정되었다. 후자의 실험의 경우, 배운 정보가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어 몸에 흡수되고 새로운 다른 정보와 연결할 수 있어 살아있는 지식이 되는데, 이는 우리의 학창 시절의 학습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깜지를 쓰고 형형색색으로 꾸민 노트로 쌓인 시험 결과와 현재의 지식량은 거의 그 상태로 굳어있거나 죽어있다. 어떤 때는 간단한 개념하나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 한참을 고민하고 정리하여야 겨우 가닥이 잡히거나 아예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안다고 착각한 것을 정작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십 년 공부가 아미타불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티칭을 해본 학생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이라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되기도 하고 서로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학습에도 이를 수 있다. 아는 것을 말해보는 경험은 직접적인 체험이 되고 백문이불여일견을 지지할 탄탄한 경험이 된다.
한 단원의 공부를 마칠 때마다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를 초청하여 아이들의 학습 내용을 점검하고 함께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앞두고 여러 시각자료와 게임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검색 및 해당 자료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노는 것 같이 보여도 실은 꽤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주와 행성에 관련한 단원을 학습하며 얻어낸 정보들을 전시하며 다른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을 모습이 대견하다.
3인 1조로 이루어진 6-7개의 스테이션에서 각자의 주제로 방문객에게 설명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눈과 귀를 통해 입력된 정보가 뇌를 거쳐 입으로 나오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정리된 아웃풋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매끄럽다. 듣는 이의 계속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검색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다듬어진 지식을 쌓아간다.
예상치 못한 주제에 관해서는 학습자에게 되묻기도 하며 서로의 학습을 장려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로 마무리 짓는 활동에 학부모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깊이 있는 학습 내용에 부모님들의 표면적 지식은 곧 한계를 드러냈다. 자신의 부모님이 퀴즈에서 문제를 잘 맞히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이들은 부모 옆에서 귀여운 훈수를 두기도 했다. 서로 키우고 자라는 활동 안에서 함께 알아가는 재미와 궁금증을 해결하는 희열이 있을 뿐, 경쟁을 앞세운 치열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잘 배우고 갑니다."
학부모들의 인사에 오늘의 교사들이 뿌듯하다. 학생으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교사가 되어 가르쳐 봄으로서 아이들은 교사의 고충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태도를 이해하는 경험을 덤으로 얻는다. 이는 이후 이들의 학습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한걸음 더 나은 학습자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평가라는 평가 기준인데, 때문에 아이들은 누구 하나 경쟁하지 않고 서로 나누는데 열성이다. 배워서 남주기를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남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배워서 남 주냐' 했던 우리 시대의 어른들의 말씀은 이제 '배워서 남 줘라'가 되어 경쟁보다 협력이 우선시 되는 미래 교육의 희망을 잠시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