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소중한 사람의 케이크 조각을 미리 떼어놓듯
하루 혹은 일주일 시간의 일부 조각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미리 떼어놓을 것.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마련 것.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챙기는 것이다.
<김은주,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시간 나면 보자."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기분을 좀 망친다.
그 말은 너와 나 사이에 세우는 장벽 같아서
우리가 장벽 앞으로 다가가 노크로 서로를 부르는 일은 결코 없기에
그날의 스침을 필연으로 만드는 일에
자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똑똑똑
결코 없을뻔한 일을 기어코 있을만한 일로 만들고 싶은 날은 온다.
부르자마자 대답하는 네가 있다. 마음의 거리가 시간과 비례했을 거란 나의 추측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나는 줄곧 너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고,
너 또한 내 생일을 알고 있다고 했다.
네가 말한 첫 번째 날짜는 틀렸고, 두 번째 날짜는 맞았다.
너는 아이가 그새 중2가 되어 손이 덜 간다고 했다.
너는 만나자는 이야기를 늘 그런 식으로 했다.
아이가 배밀이를 하던 분주한 시절에도 내게 비슷하게 말한 적이 있다.
케이크를 뚝 떠서 네게 건네기 전부터 너는 빈 접시를 들고 오래 서성인 것이다.
네 방식을 미련한 내가 알리는 없었다.
"시간 나면 보자"는 네가 하던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너의 말은 우리를 멀어지게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연결된다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신호의 수신이 더 늦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