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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Apr 24. 2024

은퇴 후 "오지랖과 침묵"


 저희 회사는 5개 팀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2개 팀은 경상 관리반과

 유기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

 업무가 애매모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참지 못해 

상대방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침묵이 오지랖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새로운 경상 관리반 

주무관님이 부임 오셨다고 

사무실에서 호출이 왔다. 

사무실에 가서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며 

경상 관리반 팀의 현황과 

그에 따른 일의 우선순위 및 

작업 방법을 대략 설명하고 

세부사항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나왔다. 

세부사항 중에는

 경상 관리반 기술로 할 수 없는 

수도 배관 누수 문제와 

경상 관리반 샤워실 

보일러 교체가 들어있었다.


 며칠 지나서 주무관님이 찾아와 

누수와 보일러 문제가 곧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사연인즉 경상 관리반 팀과 

유기적인 팀에 근무하는 사람이 

고쳐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탄식이 나왔다. 

그 사람은 전임 주무관에게 

오지랖 때문에 찍힌 사람이었다. 

그때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돌아다니는 

오지랖 때문에 미움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직접 관여하는 쪽으로 선회를 한 모양이다

. 일단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오지랖을 만나 

경상 관리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시큰둥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바라지 않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경상 관리반 앞으로

 중고 보일러가 반입되고, 

오지랖 넓은 사람이 

직접 보일러 교체를 시작했다.

 주무관의 허락을 받아하는 일이라 

어찌할 수가 없어서 보고만 있었는데,

 염려했던 대로 벌려만 놓고 

며칠째 완성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이놈의 오지랖 ····, 

말도 하기 싫었지만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쓴소리를 하면서 밀쳐내고 

동료들을 불러 가까스로 이틀에 걸쳐 

교체 수리를 마무리했다.

 

 여름휴가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무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땅속에서 수도배관이 터졌는지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중간 밸브를 잠가놓으면 

내일 출근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출근해 보니 또 

오지랖이 끼어들어 

관리 반 동료들에게 땅을 파게하고 

수리를 했다고 했다.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현장에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또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시 터 파기를 해 보니 

원래 누수는 물론이고 

다른 부분까지 망가뜨려놓아 

물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화가 나서 주무관을 찾아가 

상황 설명을 했더니 

오히려 의아해하면서 오지랖 편을 들었다.

 지난번 보일러 교체도 

오지랖의 공으로 알고 있었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뻔뻔스럽고 거짓말도 잘하고

 아부도 잘하는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화장실 동파 때문에 

전기난로를 24시간 켜 놓는데,

 날씨가 조금만 풀려도 본인의 근무지와

 100M 떨어진 경상 관리반 

 화장실에 와서 

난로 스위치를 끄는 사람이다.  

그리고 경상 관리반 대기실 및 

샤워실 공사하는데 와서 

참견하다 나한테 혼나기도 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참견하고 끼어든다.

 심할 때는 주무관을 통해 

오지랖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말도 못 하고 

미칠 지경에 이른다.

 아마도 오지랖은 습관성이며 

경솔에 극치일 것이다.


 경상 관리반에는

 평상시 천성적으로 말이 없는 분이 있다. 

하지만 술을 한 잔 드시면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거침없이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적응이 되어 그러려니 한다.


 이분이 입사하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 

갑자기 퇴사를 하겠다고 

주무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분을 추천한 나로서는

 당황해서 사태 파악을 해 보니,

 다섯 살이 어리지만 선배 동료인 사람과

 한 조로 편성되어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함께 일을 하는데, 

선배 동료가 자기를 무시하고 하는 일마다 

지적하고 참견해서 

자존심 상해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분이 원래 아무 말 없이 

일만 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기에도 오지랖이 끼어든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침묵이 오지랖을 부른 것이다. 

이렇듯 오지랖은 아이와 어른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여러 가지 형태로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오지랖과 침묵은 때로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가정에서는 냉장고 정리부터 시작하여 

가족 개개인이 하는 일에 참견하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며,

 사회적으로는 감투를 좋아하고 

인맥 자랑을 잘하며

 잘난 체하는 스타일이다.

 침묵하는 사람은 천성적으로 말이 없거나,

 매사에 소심하거나, 

지나치게 신중 또는 겸손하거나,

 나서기가 두렵거나 싫어서 

뒤에 숨는 스타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누구나 싫어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배타적 시각으로 만 

보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소통과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기도 하며,

 모르는 것과 겸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한때는 오지랖을 

인적 네트워크에도 적용하여

 성공과 출세의 지렛대로 

활용했던 때가 있었고,

 침묵은 금이라고  침묵하는 사람을

 인격의 완성체라고 표현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되고,

 바보 멍청이로 보일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은퇴 후 오지랖과 침묵은

 서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매사에 관심이 

너무 지나치거나 혹은 소심하여 

오지랖을 펼치거나 침묵하지 말고

 균형감각을 잘 살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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