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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링 Sep 30. 2024

2024. 9. 30. 월요일 책갈피

넘치지 않게 술잔 따르기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월요일 책갈피입니다. 한 주의 시작마다 인상깊었던 책 글귀를 소개하고 개인적인 감상을 간단히 덧붙이고자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1인칭으로 살아간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는 온전히 알기 어렵다. 겨우 짐작할 뿐이다. 짐작이라도 해보려는 시도 덕분에 우리는 간신히 연결되어 살아간다. ‘짐작斟酌’의 한자는 술과 관련이 있다. 속이 보이지 않는 술병으로 술을 따를 때, 우리는 그 양을 가늠하기 힘들다. ‘짐斟’은 ‘술을 따르다’라는 의미지만 ‘머뭇거리다’라는 뜻도 담겨있다. 술병을 많이 기울이면 술이 왈칵 쏟아지고, 완만하게 기울이면 술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머뭇거리면서, 술병을 조금씩 기울여가면서, 타인의 마음에 든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어림잡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_김중혁,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안온북스, 2024, 93쪽


언제나 술이 문제로군요


‘그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어요.’라고 할 때 쓰는 ‘짐작’의 어원을 처음 접하게 해준 문장이라, 마음에 남겨두고자 책갈피를 꽂았습니다.


술병 안에 든 술의 양을 헤아리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겠습니다. 먼저, 병을 함부로 기울였다가 쏟아지면 아까운 술만 버리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술잔을 받던 상대방의 옷에 술을 묻혀서 실례를 범할 수도 있겠죠. 혹은 누구 술잔에는 충분히 따라줬는데, 누구 술잔에 들어갈 술은 몇 방울 안 남을지도 모르겠군요. 별 거 아닌데 괜시리 의 상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여기 한 병 더 주세요!’는 잊읍시다. 선인들은 우리처럼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먹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했으니까요. 아무튼 옛사람들은 술병 속의 술을 어림함으로써 술자리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처럼, 타인의 마음을, 사정을 헤아림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경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짐작’의 유래를 새겨보면서,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 이웃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쉬이 생각하여 “당신은 이러저러하게 생각하고 말할 게 뻔해.”라며 넘어간 일은 없었는지 되짚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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