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이해받으려 하는 게 싫었다. 그 사람이 전한 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었다. 말로 고급스럽게 포장한다면 다 되는 줄 아는 건가. 상대의 단순한 생각에 화가 났고 한편으론 사랑하니까 그랬던 거야라며 상처를 메꿔보려는 내 모습이 싫었다.
사랑한다고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닌데. 대충 생각해 봐도 알법한 논리를 상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사랑하니까 네가 이해해야 해라는 말만 뱉을 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원망은 이해로 승화시켜 왔건만 이 건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벌어진 틈을 어떻게 메꿔야 하는지 상대의 주장이 담긴 설명서만 읽을 뿐이다. 어느덧 몇 년이 흘렀다. 설명서는 낡은 종이로 남았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상대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내가 변해야 했다. 우선 상대의 마음을 인정했다. 그럴 수 있지. 그래…. 근데 꼭 이런 방식이어야 했나? 이해되지 않지만 잠시 접어두고 상대의 사랑만을 받아들이려 노력해 보자. 근데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도 모르겠다. 누가 내게 방식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뭐 언젠가는 제대로 된 설명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먹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