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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10. 2024

[단편소설] 조개섬

저 멀리 섬처럼 보이는 조개들이 있다.

저 멀리 섬처럼 보이는 조개들이 있다.


강한 파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입을 꾹 닫고서


서로 모여 작은 섬을 이루었다.


그들은 모여 있어도 작았다.

하찮은 모습

유일무이한 생명을 지키겠다고

부득불 모여 있는 모습.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나는 그들을 선망했고 존경했다.


비록 그들에게는 없는

아가미와 지느머리가 존재하나


나는 그들의 하찮은 몸뚱아리와

비교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행위에 본받고 싶었다.


태풍이 와서 폭우가 쏟아져도

굳건히 모여 조개섬을 만드는 모습이.


거친 바다에 굴복하지 않고서

유유히 부유하는 모습이.


그 모습에 푹 빠진 나머지

나는 그들에게 홀린 듯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작아 보였던 조개섬이

점차 커 보이며

멀리선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들은 입을 벌리고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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