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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하는 삶이란

표현할 것

by 눈항아리

나를 위해 뭘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혼자 신경질을 부린다. 나를 위해줘야 하는데 나는 멍하고 바쁘다. 혼자 노는 것도 하루 이틀, 남편과 아이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같이 사는 가족이 그러한데 같이 안 사는 가족에게 ‘나를 위하여’ 뭔가는 바란다는 건 무리다. 타인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나만해도 그렇다. 그러니 타인을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하는 글 나부랭이를 적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다. 나는 0순위, 1순위, 최우선 순위이고, 타인은 2순위 3순위, 무한 후 순위다. 그래도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이다. 타인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순간이 생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기 때문에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런 순간이 온다.


일요일에 나는 어디로 나가고 싶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가족들은 그런 나에게 동조해 줄 생각이 없다. 남편은 일요일의 농부로 변신해 밭으로 나갔다. 날이 푹해져 밭에 널려있는 제초 매트를 걷고 파이프를 뽑는다고 했다. 나를 위해선? 아이들은 일요일만큼은 절대 안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해준다. 매일 나를 위하는 삶을 외치다 보니 세상이 나를 위해 돌아가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나를 위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 한 구석에서 불만이 꿈틀거린다. 말은 않고 ‘흥흥’만 거린다. 애당초 타인에게 바라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었던 것일까.


바라다의 의미

1.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

2. 원하는 사물을 얻거나 가졌으면 하고 생각하다.


바라는 것은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이다. 간절히든 아니든 생각만 하는 것이다. 밖으로 겉으로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 상태. 바라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다. 내가 나가고 싶다고 말지 않는데 누가 알 것인가. 독심술사인가. 말 안 해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미련곰탱이가 하는 짓인지도.


맞다, 바라서는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없었다. 일요일의 나는 산 너머로 해가 질 무렵까지 집에서 서성이다 폭발 직전에 집을 나왔다. 남편이 알아서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가주면 좋겠는데, 나도 그런 날이 있는데, 남편은 집에서 참 잘 논다. 나도 대부분은 집에서 혼자 잘 놀지만 안 그런 날도 있다. 간혹 그런 날이 되면 남편이 야속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이다. 매주 나는 집에 머무르고 아무런 불만을 표하지 않고 잘 논다. 그날도 혼자 나오면서 절대 식구 누구도 나의 언짢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나간다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만 바라고 누구에게도 권유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갈래? 안 나갈래?” 아이들에게도 두 번의 물음이 끝이었다. 밭에 나간다는 남편에게는 묻지도 않았다. 내가 정말 나가고 싶었다면, 누구와 함께 가고 싶었다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바라기만 하면 안 된다.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소극적인 나는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사실 내 마음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나가고 싶은 날이 있지만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어디 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대답이 없다.


바라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것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바람이 쌓이고 쌓이면 더 강력해진다. 함께 나가고 싶고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 마음은 그렇게 몇 주를 지나 차곡차곡 불만이라는 이름으로 쌓였다. 일부러 원한 것이 아니다. 그저 바라기만 했다. 바라기를 멈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바라고 바라다보면 이루어진다. 사랑을 할 때는 바라지 말라고 하던데 나는 나를 위하는 중이니까. 내 마음껏 나를 위하여 바라고 바란다. 그런데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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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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