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명태>7
봄이 되면 한겨울의 차가운 얼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듯 봄바람에 명희의 언 손이 부드러워졌다. 긴 겨울 찬 바람과 찬물에 손등이 터지고 부르터 허옇게 일어난 거스러미가 얼마나 창피했던가. 핑크색 통에 든 존슨즈베이비 로션을 듬뿍 짜서 손등에 발라주던 어머니의 손길이 못내 아쉬웠던 날들이었다.
겨울 원양태가 끝나고 봄이 되면서 마른 명태를 시작했다. 이제 손틀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대신 봄이 오면 성가신 일이 또 생긴다. 맨손으로 명태 일을 하니 그렇다. 장갑은 불편하다. 작은 손에 큰 장갑이 안 불편할 수 없다. 손가락 마디와 손바닥에 잡히는 물집이 잡혔다. 쓰라리고 아팠다. 연필 잡는 중간 손가락 끝마디가 단단해졌다. 칼자루의 압력에 밀려 검지와 중지에 물집이 잡히다 터졌다. 며칠이 지나면 노르스름한 굳은살이 박혔다. 굳은살은 명희의 살 같지 않았다. 바늘로 찔러도 아프지 않았다.
일을 쉬면 어김없이 살이 야들야들해지니 일을 쉬면 안 될 일이었다. 일을 쉬면 물집이 새로 잡히고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아픔을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작은 고통이 일상이 되었다. 그건 아픔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마찰에 의해 생기는 것일 뿐이다. 명희는 별생각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작은 손에 생긴 하찮은 물집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일을 쉬고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물집이 아니었다. 명태 껍질을 많이 벗기고 칼질을 많이 해서 더욱 손을 많이 놀려야 터지는 물집이었다. 물집이 터지고 나면 피부가 갑옷을 입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굳은살은 봄을 지나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명희의 손에 꾸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겨울에 손등이 터지는 게 더 나을까, 봄이 되어 굳은살이 박히는 게 더 나았을까. 손바닥은 남들에게 보여줄 일이 없으니 손등이 튼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명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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