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명태 07화

망치를 들고 칼을 들고

<명태>6

by 눈항아리

명희 아버지는 자루가 짧고 단단한 쇠망치를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펌프질을 해서 물을 길어 올리던 수돗가 쭈그리고 앉았다. 빨래를 치댈 때 쓰던 반반한 빨래판 돌 위에 북어를 올려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근자근 망치로 밟듯이 두드렸다. 딱딱하게 말라비틀어진 명태 한 짝을 다 두드려야 했다.(명태 한 짝은 200마리)


펌프로 길어 올리는 수도는 사라졌다. 수돗가는 네모 모양의 낮은 시멘트 성으로 남았다. 망치는 여전히 집 어딘가에 안 보이는 곳에 잘 보관되었다. 명태 두드리는 기계가 나오면서 명희 아버지의 망치질 소리는 사라졌다.


기계는 혁신이다. 명희는 마른 명태를 싣고 나를 때마다 기계가 움직이는 걸 유심히 봤다. 아저씨 한 명이 기계 앞에 앉아서 명태를 잡고 위, 아래, 옆으로 움직이며 넣었다 뺐다 했다. 묵직하고 납작한 쇠가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명태를 두드렸다. 명희는 아버지보다 힘센 기계가 신기했다. 아버지가 반나절 걸려 다 두드리던 명태가 금세 바닥에 수북하게 쌓였다. 차갑지만 노련한 기계손이었다. 그러나 명태 두드리는 기계는 명태만 두드려줬다. 여전히 마른 명태가 황태포가 되려면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고 여러 작업을 거쳐야 했다.


명희네 마당에 마른 명태가 일렬로 누웠다. 아버지는 파란 물조리를 들고 다니며 명태에 물을 뿌린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거침없이 마른 명태의 거무튀튀한 살결 위로 쏟아진다. 그러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펄펄 살면 곤란하다. 살짝 껍질을 적시는 정도로만 물을 축인다. 일렬로 늘어선 명태를 뒤집어 다시 물을 살짝 흩뿌린다. 명태는 감질맛이 난다고 그러겠지. 바다 내음 맡고 물을 만나 순간 집이 그리워진 물고기의 영혼은 적시다 만 물기에 적잖이 실망하고도 남았겠지. 명희는 명태에게 생명과도 같은 물을 듬뿍 뿌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러면 칙칙하게 다 젖은 명태와 잠시 후 실랑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어의 겉 피부에 물이 스며들면 마루에 이불만큼 큰 포를 깔고 마른 명태를 배정받는다. 명희 100마리, 명주 100마리. 학교 가기 전 배당된 일거리다. 목장갑을 낀다. 장갑은 크다. 손가락은 구멍이 나 있기 일쑤다. 커다란 장갑을 끼면 일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때로 명희는 장갑을 훌훌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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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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